[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추석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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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추석 단상들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10.02 00:00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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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때가 되었으니 다들 하는 것처럼 한마디 보태야 할 것 같다. 추석이다. 누구처럼 민족의 명절을 여유롭게 잘 보내시라는 기원사를 얹지는 않으련다. 너무 뻔하지 않은가? 또 다른 누구처럼 아주 오래전 나 어릴 적 추석은 달랐다며 요즘 세태를 나무라지도 않으련다.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추석이란 무엇인가?

    단상 1

    몇 해 전 추석쯤에 어느 대학 교수가 일간지에 기고한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라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추석날 동그랗게 마주한 어른들이 명절을 핑계로 던지는 ‘결혼은 언제 하느냐?’, ‘애는 언제 낳느냐?’ 등등 오지랖 질문들에 ‘결혼이란 무엇인가?’, ‘자손이란 무엇인가?’ 등등 본질적인 질문으로 대응하라는 권유였다. 이렇게 쓰고 읽으니 별나 보이지 않지만, 건성으로 물었던 윗사람들이 심각하게 정체성을 되묻는 아랫사람들에게 당황하는 장면이 상상되며 꺽꺽대며 웃었더랬다. 아, 이 글은 봄이면 여기저기서 틀어대는 노래 <벚꽃 엔딩>처럼 추석마다 소환되는 시즌 칼럼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예상은 빗나갔다. 감염병이 들이닥친 것이다. 재작년에는 국무총리가 추석에도 귀성을 자제해 달라고 했고 작년에도 간신히 찾은 고향에서 마스크를 쓴 채 가족을 대면해야 했으니 건성과 심각이 서로 질문하는 부조리한 장면을 보기는 어려웠다. 이제 마스크를 벗고 맞이하는 추석이 3년 만에 돌아왔다. 혹시 친지 친족들의 과도한 관심이 두려운 분들은 위의 칼럼을 검색해 읽고 본질과 정체성으로 맞서시라.

    단상 2

    추석은 소멸할 것이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 조사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응답이 56.4%로 차례를 지낸다는 응답자들보다 더 많았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지난해보다 568%나 증가했다고 하며 지난여름 성수기보다도 40%나 늘었다고 한다. 물론 명절 휴가가 긴 탓도 있지만 앞으로 추석에 고향을 찾는 귀성객이라는 말이 ‘집 전화’라는 말처럼 들어 봤지만, 본 적은 없는 화석어가 될 것이다. 이제 명절은 가족들과 조상을 기억하는 의식일이 아니라 그냥 긴 휴가가 되고 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진짜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상 3

    한 해 농사 가을걷이가 끝나면 수확이 넘치든 모자라든 공동의 성과를 확인하고 조상이나 모시는 신에게 감사하는 풍습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된다. 추석의 본질은 풍요로움을 다 같이 느끼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현대의 풍요는 농업사회 수확의 날에서 나오지 않는다. 산업과 기술의 성장은 사회의 풍요를 일상화했다. 경쟁과 효율을 따르는 사회의 풍요는 불균등하다. 결국 사회는 풍요롭지만, 개인은 일상화된 불평등을 해결하지 못한다. 오랜만에 집안 가득한 기름 냄새에도 몰려 앉아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는 대화에도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 추석과 풍요의 본질은 과거와 다르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고 냉소적일 필요는 없다. 세상은 언제나 내 의지와 반대로 움직여왔고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으려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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