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벨 에포크’(좋은 시절)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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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벨 에포크’(좋은 시절)를 꿈꾸며

    • 입력 2023.09.27 00:00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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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2023년 8월 9일, 17개 시·도 교육청이 공고한 2024학년도 공립 유·초·중등·특수·비교과 신규교사 임용시험 선발 예정 사전 예고 인원을 취합한 결과, 내년도 신규교사 선발 인원은 총 8939명으로 집계되었다. 이 가운데 공립 초등학교 교사가 3108명, 중등(중·고교) 교과 교사가 3907명이다. 더욱 비관적인 뉴스는 올해 8월 24일 감사원의 교육부 감사 결과에서 나왔다. 2028년부터 초등교원으로 신규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이 연간 1000명대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2024학년도 신규교사 선발 인원은 초등과 중등 각각 75명과 224명이다. 춘천교육대학교와 강원대학교 사범대학의 입학정원(신입생 모집인원)이 각각 373명과 273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학령인구 감소의 쓰나미가 드디어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에까지 도달하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단순산술적으로 볼 때, 교육대학에 입학한 373명 가운데 고작 75명만 교사가 된다. 불과 6년 전인 2017년 강원 초등교사 임용은 242명 모집에 140명만 지원하여, 대규모 부족 사태가 발생했었다.

    이렇게나 빨리 신규교사의 선발 인원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있자니,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의 좋은 시절(벨 에포크)은 끝났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신규교사를 양성해서 배출하는 기능이 이들 대학의 존재 이유라면 말이다.

    필자는 2018년 7월부터 강원대학교 입학본부장을 시작하였다. 학령인구 급감에 맞서 입학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하던 시기였다. 유사 학과들은 학부 단위로 통합하거나(예, 건축·토목·환경공학부), 첨단 융합학부로 개편하였다(예, 의생명융합학부). 인문대학은 모든 전공이 인문학부 하나로 통합되었으며,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공과대학과 문화예술대학은 문화예술·공과대학으로 통합되었다. 

    그러나 이 격변기에도 사범대학은 통합한 학과도, 명칭이 바뀐 학과도 없었다. 물론 국가자격증 과정으로 분류되는 의과대학, 수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 등도 그러했다. 그러나 의과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되었다가 다시 학부 6년제 단과대학으로 돌아왔다. 약학대학도 신입생 없이 3학년부터 있는 편입학으로만 운영하는 4년제 체제에서 다시 신입생을 뽑는 6년제 체제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2년의 입학본부장 임기 내내 그리고 사범대학으로 복귀한 현재까지도, 사범대학은 여전히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견고하게 학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2022년 7월부터 사범대학 학장 임기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범대학의 시대가 서서히 끝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우등생이 꼴찌가 된 기분이다. 첨단과 융합이 판치는 각종 대학혁신사업에서 여전히 사범대학은 교육부가 정한 기본이수 교과목에 갇혀 있다. 교육과정 혁신도, 학과간에 벽을 허무는 것도 불가능하다. 에듀테크가 세상의 교육 형태를 바꾸고 있는데, 정작 교육을 연구하는 우리는 세상의 변화에 비켜 서 있는 느낌이다.

    이제 사범대학은 교과별 교사 양성이라는 견고한 벽을 허물지 않고서는 벨 에포크 시절로 결코 돌아갈 수가 없다. 물론 신규교사 선발 인원은 올해가 역대 최저이자 앞으로의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사범대학 졸업생이 모두 중등학교의 교사가 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아야 한다. 또 중등학교 교사가 된다고 해도 국어, 역사, 과학 등과 같이 각각의 교과 전문성만을 갖추면 된다고도 가정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 강원대학교는 교육학과, 수학교육과, 과학교육학부 등에 소속된 교수들이 모여서 (가칭)‘예비교원을 위한 AI융합교육과’라는 미래융합가상학과를 만들었다. 에듀테크 창업도 지원하고 컴퓨터교육 기반의 새로운 교육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다. 혁신의 사각지대에 있던 사범대학이 비상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하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가르치는 평생 교사교육의 산실로서 제2의 벨 에포크 시대를 꿈꾸고 있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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