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해외 진출 성과 자산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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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문화 해외 진출 성과 자산화해야

    ■ [칼럼] 한승미 콘텐츠1팀장

    • 입력 2023.09.21 00:00
    • 수정 2023.09.21 17:04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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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무소의 뿔의 '하녀들'의 영국 현지 공연 모습. (사진=MS투데이 DB)
    극단 무소의 뿔의 '하녀들'의 영국 현지 공연 모습. (사진=MS투데이 DB)

     

    최근 취재하며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해외 시차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취재원에게 연락한 일이다. 현지는 밤인데 여기는 낮이다 보니 기사 마감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고, 취잿거리가 있는지 며칠 전에 미리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번거로움이 퍽 자랑스러웠다. 춘천의 작은 극단과 축제조직이 세계적인 무대에 공식 초청되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춘천의 대표 문화축제 중 하나인 ‘춘천인형극제’는 현재 프랑스 샤를빌 메지에르에서 열리는 세계인형극축제 공연에 한창이다. 공식 초청은 30여년만에 처음으로 현지에서 공연되는 한국 인형극이 모두 매진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춘천 극단 ‘무소의 뿔’은 연극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는 성과를 냈다. 무소의 뿔의 ‘하녀들’은 아시아 최고작품상인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내며 춘천 연극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춘천시민들은 무소의 뿔이 금의환향한 뒤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은 극단의 작품을 춘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찼다. 관련 소식을 전한 보도에서도 춘천에서 공연을 보고 싶다는 댓글들이 잇따랐다. 하지만 무소의 뿔이 귀국한 이후 지역 문화계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광역·기초문화재단은 때마다 비용을 들여 우수한 공연과 전시를 도민에게 선보이고 있다. 문화 소외지역에 있는 지역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것이다. 특히, 무소의 뿔의 공연은 해외 진출 이전에도 타지역에서 초청될 정도였지만 춘천에서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 수상 이후에도 지역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논의는 아직까지 들리지 않는다.

    지역의 무관심은 연극인이나 인형극제 관계자들의 태도와 대비된다. 정은경 무소의 뿔 대표는 출국 직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에든버러에 참여한 연출이라는 성과보단 지역 예술인으로 어떤 성취를 갖고 돌아올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하나의 축제로 지역민이 1년을 먹고 사는 지역, 그는 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보며 문화도시 춘천에 어떻게 적용할지 홀로 생각했다. 

    춘천인형극제 사무국 직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축제가 인구 5만여명의 작은 도시에 미치는 영향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시골의 한 도시가 완전한 축제도시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춘천이 문화도시에 이어 축제도시로 발전하길 소망하고 있다. 

    지역 축제의 세계화를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는 다른 지자체의 노력은 춘천과 대조적이다. 대전시는 올해 처음 열린 ‘대전 0시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겠다며 에든버러 페스티벌 벤치마킹에 나섰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운영 노하우를 듣기 위해 직접 축제 현장을 방문했고, 시장과 만나 교류를 제안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올해 처음 부산국제공연마켓을 여는 부산시도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 축제들을 모델로 삼고 있다.

    올해 겨우 첫 행사를 여는 이런 지자체들의 적극성이 인상적이다. 반면 ‘문화도시 춘천’의 소극적인 모습은 실망스럽다.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성과를 냈는데도 이를 자산화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춘천의 대표 축제들은 30년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의 유입이 끊기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 단체들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세계적인 축제로 진출한 민간 극단과 축제 조직의 성과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다시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 이들의 성과를 지역 문화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자산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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