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명절 때 친인척의 성공 스토리에 현혹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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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의 부동산 투시경] 명절 때 친인척의 성공 스토리에 현혹되지 말라

    • 입력 2023.10.03 00:01
    • 수정 2023.11.22 09:33
    • 기자명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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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중산층 주부인 김인숙(46‧가명) 씨는 오피스텔 투자 이야기만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자신이 직접 오피스텔에 투자해서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모가 오피스텔을 샀다가 골치를 앓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봐서다. 이모는 오피스텔 세입자들이 월세를 제때 내는 경우가 많지 않거니와 부담해야 할 각종 세금도 만만치 않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그는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료 받아봐야 맘고생만 할 뿐 별다른 이득이 없다”라고 단정 지어 말한다.

    이모의 실패 사례가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다. 필자 주변에도 오피스텔에 투자했다가 성공을 한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김 씨에게 이모의 실패 이야기는 다른 무엇보다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분석보다는 친인척의 주관적인 경험과 정보, 소문 등에 의존해 부동산을 구매한다.

    정보를 비합리적으로 취득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부동산 시장 역시 비합리성을 띨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단지 친인척이 그 부동산을 샀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사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저런 정보를 다 취합해서 최대한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할 것이다.

    친인척이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를 맹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친인척의 부동산 정보도 여러 정보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혈연이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일단 믿고 따라하고 본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사촌을 따라 논을 사는 꼴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명절은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곤 한다. 올 추석에도 친인척들이 모처럼 만나 나누는 대화에서 부동산은 단골 메뉴가 될 것이다. 그런 정보 나눔 행위들이 빈번하기 마련인 명절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나 방향을 결정짓는 데 분수령이 되곤 한다. 명절 때 만난 친인척들끼리 한 이야기는 바이러스처럼 다양한 전염을 일으킨다. 자신감이나 두려움도 전염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보다 피가 섞인 가까운 사람들을 더 신뢰하는 경향을 띠기 때문에 친인척 이야기의 영향력은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입으로 전해지는 말들은 지식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의사소통의 일환이다. 명절에 만난 친인척들이 부동산을 사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이야기는 벌과 개미들의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만큼 빠른 전염력을 지닌다.

    한국인은 유독 고립 속의 불안을 못 견뎌서 한다. 나도 일단 따라 해야 마음이 놓인다.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는 조급증이 팽배해진다. 성공한 이야기에 심취하면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사재기에 나선다. 결국, 이야기는 부동산 투기 붐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공감대가 이야기를 통해 번질 때 거품의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있을 때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친인척간 “지금은 집을 사지 말고 전세로 사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는 대화들이 오간다. 그런 대화들이 모여 공감대를 형성할 때 하나의 집단적 힘으로 작용한다. 바로 시장 침체의 쏠림 현상을 가속하는 것이다. 친인척간에 오가는 입소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입소문은 명절 때처럼 직접 만나서 전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친인척의 성공 투자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주의해야 한다. 실제보다 과장된 자화자찬 성공담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친인척이 귀띔하는 정보 역시 정제되지 않은 거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의 한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에게까지 그 성공 이야기가 들리기까지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이미 오를대로 올라 따라서 투자하기에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오히려 상투를 잡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남의 재테크 성공 이야기는 당신의 성공 이야기로 이어지지 않는다. 입소문으로 부풀려진 성공 이야기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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