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원, 철지난 ‘메타버스’에 혈세 쏟아부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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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강원, 철지난 ‘메타버스’에 혈세 쏟아부을 텐가

    • 입력 2023.09.12 10:10
    • 수정 2023.09.12 13:27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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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가 ‘메타버스 거점도시 조성’에 사업비 540억원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가 ‘메타버스 거점도시 조성’에 사업비 540억원을 편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메타버스(Metaverse)의 열기가 사실상 식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휩쓸던 2년 전만 해도 미래를 떠받칠 산업으로 여겨졌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를 의미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용어다. 현실같이 구현한 가상세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관심은 뜨거웠다. 강원특별자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메타버스 사업에 숱한 예산을 쏟아부었고, 부을 계획이다. 하지만 한껏 부푼 기대는 사그라졌다. 대화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란 혁신적인 또 다른 디지털 세계에 눈길이 꽂혔다. 메타버스 정책을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메타버스 거점도시’ 조성은 강원자치도가 추진하는 핵심 데이터 산업전략 가운데 하나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제작거점센터 설립, 플랫폼 개발, 융복합 멀티플랙스 구현, 초광역권 허브 구축, 전문대학원 신설이 메타버스 생태계를 한데 엮는 사업들이다. 김진태 지사의 말대로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맞물려 있다. 강원자치도는 올해 128억여 원을 포함해 280억 원을 투입했다. 2026년까지 260억 원의 사업비가 더 소요될 전망이다.

    메타버스 사업 계획이 규모와는 달리 진척이 뚜렷하지 않다. 전문대학원 개설은 제대로 시도조차 못 한 채 중단됐다.참여 대학이 없어서다. 교수 확보뿐만 아니라 신입생 충원이 여의치 않다.전시·체험관은 내년 1월 동계청소년올림픽에 맞춰 개관하려다 7월 이후로 미뤄졌다. 콘텐츠 기획과 개발 사업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강원 VR·AR 제작거점센터는 3차례나 연장하며 수강생을 모집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메타버스 거점도시는 현재로선 알맹이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트랜드에 뒤질세라 쫓는 데만 급급했다. 디지털 기술의 진화를 염두에 두지 않은 탓이다. 격리와 거리 두기가 일상이었던 비대면 시기엔 메타버스가 전부인 양 열광할 만했다. 환경이 변해 대면으로 전환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옛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인 빅테크는 일찌감치 메타버스 프로젝트의 중단을 선언하고, 생성형 AI로 갈아탔다. 

    강원자치도는 메타버스 정책을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인력양성이나 콘텐츠의 개발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전시·체험을 위한 콘텐츠의 확보도 쉽지 않다. 다른 곳에 보기 힘든 독특하거나 차별화된 콘텐츠를 비치해야 흥미를 끌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현실 적합성과 실현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창 추진 중이라 하더라도 상황이 바뀌면 전략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철지난 정책에 대한 집착은 무리수일 뿐이다. 더 큰 짐이다. 강원의 미래, 지역 경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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