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강원의 싱크탱크는 어쩌다 ‘세금 먹는 하마’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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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강원의 싱크탱크는 어쩌다 ‘세금 먹는 하마’가 됐나

    [강원연구원 어디로 가나] 상. 밥값 못하는 연구원
    부진한 연구 실적에 본연의 임무 미흡 지적
    검증 안 된 연구 결과에 도정 사업 좌초돼
    외부용역 과제 비율 39%⋯“출연금 부족해서”
    공직자조차 못 믿어, 어용기관으로 퇴색

    • 입력 2023.09.14 00:02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진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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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 산하 싱크탱크로 출범한 강원연구원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고 있다. 강원연구원은 지역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목표로 1994년 6월 설립했다. 매년 1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의 혈세가 투입되는 데 비해 연구 실적은 부진하고, 수동적인 연구에 매몰돼 ‘지역 발전 모델 제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부터 이어진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성·전문성 논란에 이어, 최근엔 인사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해 ‘기관장 경고’라는 초유의 행정 처분까지 받았다. MS투데이는 강원연구원의 부진한 연구 실적과 방만 운영의 실태를 2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해 8월 5억9000만원을 들여 강원연구원에 ‘강원특별자치도 종합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특별자치도 출범(올해 6월11일)에 앞서 필요한 특례를 발굴하고 관련 법령을 분석해 개정안 심사 전 법안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당초 예정된 연구 기간은 올해 3월까지였으나,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는 6월에 열렸고 연구 결과물은 7월에야 나왔다. 그 사이 강원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이 5월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자치도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용역이 자치도 출범 이후에 완료된 것. 강원연구원 측은 용역 추진 과정에서 도청 특별자치국과 협업했던 만큼 연구 결과가 반영됐다고 해명했지만, 이 일은 용역으로 돈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강원연구원은 매년 강원특별자치도와 도내 지자체에서 100억원에 육박하는 출연금과 보조금을 받아 운영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연구원은 매년 강원특별자치도와 도내 지자체에서 100억원에 육박하는 출연금과 보조금을 받아 운영된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연구 결과물을 보면 도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비전 제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전혀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연구원이 연구사업을 위해 출연자인 도와 시군 등으로부터 받는 한 해 출연금과 보조금(연구용역비 포함)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내놓은 결과물은 지난해 기준 155건의 연구 보고서로 집약된다. 더불어민주당 류인출(원주) 강원도의원은 “강원연구원의 연구 보고서가 일부 정책에 반영되는 것도 있겠지만 최근 강원도가 경제나 민생 분야에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만 봐도 연구원의 한계를 보여준다”며 “강원연구원이 연구는 운영 방향 자체도 잘못됐고 밥값을 전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강원연구원의 엉터리 연구를 믿고 사업을 진행했다가 혈세를 낭비한 사례도 있다. 횡성에서 화물 전기차를 생산하는 디피코는 지난달 31일 경영난을 버티지 못 하고 회생개시 신청서를 냈다. 앞서 도와 횡성군은 2020년 11월 총 233억원을 출자해 생산공장을 지은 뒤 디피코에 임대했다. 강원연구원이 ‘이모빌리티 산업의 미래와 강원도’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형화물전기차를 강원도 주력 전기차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연구와 제안을 내놓은 데 따른 사업이다. 도는 연구원의 제안을 기반으로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회사에 불과했던 디피코를 완성차 제조업체로 만들어 3조원대 생산 유발효과와 76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를 낼 것으로 봤지만 완전히 잘못된 추산이었다.

     

    지난해 강원연구원에 투입된 세금이 총 1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연구 실적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난해 강원연구원에 투입된 세금이 총 1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연구 실적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연구원이 자치도 발전을 위한 비전 제시 대신 강원자치도나 시군이 돈을 주고 의뢰하는 연구에만 수동적으로 몰두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원이 지난해 수행한 연구 실적(신규과제 기준) 155건 가운데 60건(39%)이 지자체, 협약체결기관 등과 계약을 통해 연구비를 받고 수행한 수탁 과제였다. 올해 발간한 ‘세월교 보완과 보존 방안’이라는 1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보면 7페이지까지 춘천 세월교 역사와 관련 보도 내용, 다른 지자체 교량 관광자원화 사례를 나열한 후 마지막에 세월교를 등록 문화재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으로 끝낸다. 익명을 요구한 기초지자체 공직자 A씨는 “지자체가 필요한 연구를 주문하면 연구원이 짜맞추기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수준”이라며 “특히 단체장 공약 사업이나 주력 사업에 대한 수탁과제는 대부분 결론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반면 연구원이 미래 정책이나 국책 사업 등을 직접 발굴하는 기획과제는 지난해 8건에 그쳤다. 인원 규모가 비슷한 충북연구원이 같은 기간 기획과제 19건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은 지난해 11월 행정사무감사에서 수탁과제 비율이 높은 점에 대해 “강원도 출연 비중이 작아 생긴 현상“이라며 “출연금이 100억원 정도 돼야 제 위치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연구원 정규직 직원 연봉은 인원 규모가 비슷한 충북·경북연구원보다 20~30% 높은 수준인 8300만원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연구원 정규직 직원 연봉은 인원 규모가 비슷한 충북·경북연구원보다 20~30% 높은 수준인 8300만원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클린아이에 따르면 강원연구원장 연봉은 각종 수당 등을 합하면 광역단체장과 비슷한 수준인 2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위원 등 정규직 직원 1명당 평균 임금은 강원도 출연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8300만원(2021년 기준)이다. 이는 비슷한 예산 규모를 가진 충북연구원·전북연구원(각각 6300만원)과 비교하면 20~30% 높은 수준이다.

    도청 내부에서도 강원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형식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높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7월 외부용역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도 강원연구원의 미흡한 연구 결과가 이유 중 하나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맡기는 것은 정책이나 사업 추진에 앞서 전문기관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청 소속 공무원 B씨는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라 박사·교수 수준에서 생각하는 이상만 그린 연구 결과가 나와 불만을 제기한 직원들이 많다”며 “다른 대안이 없어 용역을 의뢰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면피용에 불과할 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연구원이 잘못된 연구나 부실한 연구로 강원도의 발목을 잡는다 해도 이를 견제할 수단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강원연구원은 잘못된 연구 결과로 파행을 겪는 사업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이런 문제들을 감시·감독해야 할 도정에서도 매년 의례적인 업무보고 수준으로 넘기고 있다”며 “강원연구원 연구 결과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내외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편 예고 : 9월22일자 매거진은 강원연구원의 계속된 일탈과 그 중심에 선 현진권 원장의 행적을 보도할 예정입니다.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lightchan@mstoday.co.kr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정정 및 반론보도문] 강원연구원 관련

    본지는 지난 9월 15일 자(제168호) 1~2면 '세금 블랙홀' 「강원연구원 매년 100억씩 혈세 꿀꺽」, 9월 22일 자(제169호) 1~2면 「'현진권 리스크' 강원연구원 추락 어디까지」, 10월 6일 자(제171호) 1~2면 「파벌싸움 휩싸인 강 원연구원 직원 "분위기 역대 최악" 한탄」 및 10월 13일 자(172호) 23면 「강원 연구원 '뉴라이트 놀이터' 전락 김진태 지사 책임 크다」 제하의 기사 등에서 강원연구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하여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지방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클린아이)에 따르면 강원연구원장의 연봉은 2021년 기준 약 1억2천9백만 원이며, 현 원장 취임 이후 개최된 '아침공부포럼'의 강사료는 60만 원(3회), 80만 원(5회) 및 100만 원 (4회)이 지급되었음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한, 강원연구원 측은 "지난해 도정 및 시·군정을 지원하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2023년도 강원특별자치도 출자·출연기관 기관 및 기관장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으며, 현진권 원장은 연구기관 원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덧붙여 "2023년 9월 11일 제정된 「강원연구원 보안업무 처리규칙」은 국민권익위원회 제도개선 권고("개발공기업 임직원의 정보이용 투기행위 방지 방안(Ⅱ)")에 따라 비공개 정보에 대한 체계적 관리 규정을 마련한 것이고, 연구원 주최 세미나·포럼은 지난 1년간 149회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었으며 주제 발표와 토론자로 참여한 학계 전문가, 연구원, 교수 등 689명 가운데 보도에서 '극우인사'로 분류한 강연자는 소수일 뿐이고, 올해 6월 임용된 박사급 연구원은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임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연구원 개원 이래 최고령 신입직원도 아니며 내부규정상 외부 심사위원 명단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한다."고 반론하였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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