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홀 사고났는데 “보상 안돼요”⋯춘천시만 몰랐던 ‘도로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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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홀 사고났는데 “보상 안돼요”⋯춘천시만 몰랐던 ‘도로 보험’

    춘천시, 포트홀 등 공공시설물에 사고 시 국가배상만 가능
    국가배상 1년 넘게 기간 소요되고 절차 복잡해 불편
    도내 시 단위 지자체 중 춘천만 도로 보험 가입 안 돼

    • 입력 2023.09.08 00:02
    • 수정 2023.09.11 13:30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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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트홀에 걸려 고장난 차량이 견인차에 끌려가고 있다. (사진=춘천시 민원게시판)
    포트홀에 걸려 고장난 차량이 견인차에 끌려가고 있다. (사진=춘천시 민원게시판)

     

    #. 춘천시민 A씨는 지난달 31일 후평동 부근 도로를 달리다 길가에 있던 ‘포트홀’에 걸려 사고를 당했다. 차량이 파손돼 견인차를 불러 조치한 A씨는 관리 주체인 시청 도로과에 보상을 문의했다. 그러나 시에서는 ‘보상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억울하고 황당한 나머지 A씨는 겪은 내용을 춘천시 민원게시판에 게재했다.

    여름철 집중호우 등 장마가 지난 뒤 도로 곳곳에서 포트홀이 늘어나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제때 보수가 안되는 데다 보상에도 어려움이 있어 피해를 보는 시민이 늘고 있다.

    포트홀은 아스팔트 포장면의 작은 구멍이다. 아스팔트에 수분이 유입되면서 도로가 움푹 파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 빈번하게 발생한다. 비온 뒤 도로를 제때 관리하지 않아 차량이 걸릴 경우 타이어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 도로나 가로수 등 공공시설물의 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로 시민이 피해를 입으면 지자체가 가입한 ‘영조물보험’으로 보상해준다. 도로 관리부실로 생겨나는 포트홀도 마찬가지다. 영조물배상공제란 지자체가 가입하는 보험의 한 종류다. 도로나 철도, 수도 등 지자체가 소유·관리하는 시설물의 하자로 시민이 피해를 입었을 때 보험처리를 해준다.

    A씨가 보상을 못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은 이유는 춘천시가 영조물배상공제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피해를 당한 시민은 검찰청 국가배상심의위원회에 국가배상 신청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경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접수 후 대기만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블랙박스 영상, 정비 명세서 등 10가지 이상의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절차도 복잡하고 까다로워 보상 받기가 쉽지 않다보니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반면, 영조물배상공제는 한 두달이면 처리된다.

     

    춘천시 후평동의 한 도로 위 맨홀 주변이 파손돼있다. 민원인 A씨는 이 곳에서 사고를 당했다. (사진=춘천시 민원게시판)
    춘천시 후평동의 한 도로 위 맨홀 주변이 파손돼있다. 민원인 A씨는 이 곳에서 사고를 당했다. (사진=춘천시 민원게시판)

     

    정흥준 MVP파트너스 행정법률사무소 대표행정사는 “국가배상책임은 과실을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어서 증거 자료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기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배상은 전문가 없이 일반인은 혼자 진행하기 어려워 지자체의 보험 가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춘천시내 움푹 팬 도로에서 발목을 접질려 인대가 끊어진 사례가 있었는데, 첫 판결에서 기각된 후 증빙자료를 만들기 위해 다친 몸을 이끌고 현장에 나가 자를 들고 도로 단차를 직접 찍어와야 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대다수의 지자체에서는 영조물배상보험에 가입돼 있다. 본지가 취재한 경기도 고양시와 광명시의 경우 시민들이 포트홀 등에서 사고를 당하면 계약된 보험사에서 과실을 따진 후 피해자에게 일정 금액을 보상해주고 있다. 책정된 과실 비율에 따라 시에서도 최대 10만원의 자기부담금을 낸다. 강원도내에서도 시단위 지자체 중에서는 춘천시를 제외한 다른 곳은 모두 도로 보험에 가입돼있다.

     

    지자체의 영조물 배상 보험 등록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자체의 영조물 배상 보험 등록 현황. (그래픽=박지영 기자)

     

    지자체의 영조물배상보험 가입은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7일 지방공제회에 따르면 지자체, 공기업 등에서의 영조물 배상보험 등록 건수는 지난해 40만 9957건으로, 7년 전인 2015년 20만 6630건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원주시 도로과 관계자는 ”일부 외곽 도로를 제외한 사고 집중 구역, 차량이 많이 다니는 대로에 보험을 들어놨다“며 ”전체 70~80%가량의 사고는 보험 처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시에 따르면 포트홀 관련 민원은 한 달에 30~40건가량 발생하고 있다. 적지 않은 민원에도 도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보상조차 어려워 않아 시민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본지가 취재 과정에서 보험의 존재를 알려주자 그제서야 검토에 들어갔다.

    춘천시 도로과 권세환 주무관은 ”도로에 보험을 들 수 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좋은 제도라면 검토 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도 “춘천시내 속도제한이 대부분 50km/h다. 운전자로서 도로변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전방주시를 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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