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누구를 위한 교육권인가?, 대한민국헌법 제31조
  • 스크롤 이동 상태바

    [남수경의 교육시선] 누구를 위한 교육권인가?, 대한민국헌법 제31조

    • 입력 2023.09.06 00:00
    • 수정 2023.09.06 00:03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친정어머니께서 보내신 소포가 도착했다. 책이었다. 주민센터에서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자서전 쓰기의 결과물로 열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쓴 인생 이야기였다. 내가 모르는 엄마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야기를 쓴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참으로 의미 있는 활동이었구나 싶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평생교육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에서‘교육권’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권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학교의 수업권’, ‘학령기 청소년의 학습권’에 한정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 「헌법」제31조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교육권을 규정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국민의 권리를 위해(제1항) 무상 의무교육(제2항과 제3항), 대학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제4항), 평생교육의 진흥 등(제5항과 제6항)에 관한 사항이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국가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령기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안정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제5항에 명시되어 있듯이, 인생 100세 시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평생교육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 역시 교육권 논의에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를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이 조사는 성인들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16∼65세 성인을 대상으로 10년 주기로 시행한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24개국이 1주기 조사를 마쳤으며, 2018년부터 2024년까지 2주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PIAAC의 1주기 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한국의 성인역량 수준은 어떠할까? OECD에서 실시하는 15세 학생 대상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국제적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성인역량 수준 역시 최상위권이 아닐까?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언어능력, 수리력, 문제해결력 등 세 영역에 대한 성인의 역량점수는, OECD 평균이거나 낮게 나타났다. 특히 연령대별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55∼65세의 경우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아서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무엇보다 조사에 참여한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50∼60대 성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1주기 PIAAC 조사가 실시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55∼64세 남성과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각각 17.9%와 7.9%였다. 반면 같은 시기 OECD 국가 평균 55∼64세 남성과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각각 24.0%와 21.9%였다. 우리나라 노동 환경의 특성 역시 낮은 성인역량 점수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계발을 위한 평생교육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 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교육권이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기에 머물지 않고 60대 이상의 성인을 포함하여 평생동안 실현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령기를 벗어나자마자 배움을 멈추는 사회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위기에 쉽게 노출된다. 점차 수명이 늘어가는 100세 시대에 지속적인 직업적 기술과 역량 계발 기회를 잃을 뿐만 아니라 삶의 풍요롭게 해줄 안목과 여가를 놓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6월 인구가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폭으로 자연 감소했으며,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았다고 한다. 청년세대들은 자녀교육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정작 고령화 사회 현세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성인들의 교육권 문제는 방치되어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31조를 곱씹어 보고 국민 모두를 위한 교육권을 실현할 때이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