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태권도축제, 자화자찬 낯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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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세계태권도축제, 자화자찬 낯부끄럽지 않은가

    • 입력 2023.08.29 10:05
    • 수정 2023.08.29 19:13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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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강원·춘천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를 위해 설치한 수상 경기장에 행사 폐기물이 축제가 끝난 뒤에도 며칠째 방치돼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3 강원·춘천 세계 태권도 문화축제를 위해 설치한 수상 경기장에 행사 폐기물이 축제가 끝난 뒤에도 며칠째 방치돼있다. (사진=독자 제공)

    강원·춘천 세계태권도문화축제가 끝났다. 태권도와 문화를 결합한 축제형 대회를 이끈 조직위원회 측은 지난 24일 폐막과 관련해 “안전하고 성공적인 축제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했지만,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7일간 치러진 대회 과정에서 춘천시는 세계태권도연맹(WT) 본부 유치와 동시에 내년부터 3년 연속 세계태권도대회 개최를 확정 받았다. 춘천이 ‘태권도 중심도시’로 우뚝 서는 발판을 마련했다. 시민들로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렇지만 조직위 측의 말처럼 ‘최선’을 다했으면 끝날 일인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내년에 예정된 세계태권도대회가 춘천을 넘어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대회는 ‘세계적’이었다. 63국에서 선수와 임원 5700여 명이 참여했다. 연맹 승인 종목인 4개 대회가 처음으로 동시에 치러졌다. 팔각형 링에서 격투기처럼 겨루는 옥타곤 다이아몬드게임이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212개국이 가입된 연맹 본부 자체가 춘천으로 옮겨오는 의미는 확실히 크다. 태권도가 우리 문화와 더불어 평화와 희망의 가치를 전파하는 외교 메신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형 행사를 통한 지역 경기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대회가 세계 규모에 걸맞게 성공적이라는 조직위의 평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 올 상반기에 완공 될 에어돔 공사가 늦어져 정작 활용하지 못했다. 의암호 특설무대는 대회가 임박해서야 설치됐다. 8월 폭염을 대비하지 않았던 야외 행사에 선수들이 발바닥에 화상을 입는가 하면, 온열 환자도 다수 발생했다. 결국 더위 탓에 야외 경기는 실내 경기로, 낮 경기는 야간 경기로 조정해야만 했다. 숙박시설, 홍보 책자, 즐길거리 등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관람객 수를 놓고 조직위는 ‘흥행’이라고 만족해 한 반면 소상공인들은 ‘저조한 매출’을 근거로 불만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부실 운영이다. “무사히 잘 치렀다”는 자화자찬이 낯부끄러운 이유다.

    세계태권도대회가 내년 이맘때쯤 같은 장소에서 또 열린다. 대회 유치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는 실질적인 결과이기에 훨씬 중요하다. 준비 단계에서부터 최선을 다해 성공적으로 치르고, 실속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춘천시는 대회 운영 전반에 대해 철저하고 냉정하게 검토해 불거진 과제들을 풀어나가길 바란다. 폭염, 장마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포함해서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춘천시는 “춘천판 잼버리 같았다”라는 모욕적인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내년 대회 준비를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 한 번은 넘어갈 수 있지만, 되풀이 되면 무능이다.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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