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의 감언이설] ‘경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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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의 감언이설] ‘경제 효과’

    • 입력 2023.08.17 00:00
    • 수정 2023.12.07 14:54
    • 기자명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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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김형석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최근 가장 큰 화제는 정치적 이슈도 경제적 문제도 사회적 사건도 문화적 현상도 아니었다. 축제였다. 전북 부안의 새만금에서 열린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2023 잼버리’). 이 행사는 전세계 스카우트들이 모여 야영 생활과 함께 국제적인 교류를 하고 청소년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남기는 행사였다. 158개국에서 외국인과 내국인을 합해 약 4만3000명이 모인 2023 잼버리는, 그러나 온갖 논란과 사건과 사고와 안타까움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이, 언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던 것일까? 작년에 1년 연기에 대한 논의가 나왔을 때 수용되었다면, 그래서 올해 프레 잼버리를 한 후 모든 문제점을 체크하고 내년에 제대로 행사를 치렀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이젠 다 지나간 일이 되어 버렸다.

    흥미로운 건 올해 8월에 이 사태가 나기 전까지, 논의가 시작된 2012년부터 개최가 확정이 된 2017년과 최근까지도 2023 잼버리에 대해선 모두 낙관적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작년 국회에선 행사 준비 상황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관련 부처 장관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책임지고”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지자체든 정부든, 과연 그들은 어떤 이유로 이렇게 밀어부쳤을까? 여기서 떠오르는 용어가 바로 ‘경제 효과’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행사나 축제가 열릴 때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마법 같은 단어이기도 하다.

    2023 잼버리도 마찬가지였다. 전북연구원에서 2017년에 펴낸 보고서인 「2023 세계 잼버리 유치 효과와 추진 방향」을 보면, 이 행사가 처음부터 얼마나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는지 알 수 있다. 새만금 SOC 등 기반 시설을 조기에 구축하게 될 때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 측면에서 6조4656억원, 부가가치 측면에서 2조 855억원이다. 이것만 해도 8조 5000억원이 넘는다. 대회 기간엔 1198억원의 생산, 1098명의 고용, 406억원의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며, 행사가 끝난 후 국가 이미지 상승으로 벌어들일 돈은 1595억 원으로 예상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 숫자놀음이지만, 1000억 원이 조금 넘는 예산을 들여 수십 배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은 2023 잼버리를 해야 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축제 예산을 만들어내는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2023 잼버리는 전세계 10대 청소년들이 모여 우정을 다지고 추억을 쌓는 축제이지, 돈을 버는 행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는 나쁜 버릇이 있고, 그래서 억지스러운 근거로 최대치를 잡아 경제 효과로 부풀린다. 잼버리라는 행사 본연의 순수함은 사라지고, 그것을 통해 새만금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그래서 관광 효과를 가져오고 아울러 K-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도식적 인과 관계가 지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행사를 치르지 못하면 이것은 모두 허상이며, 2023 잼버리는 그 교훈을 뼈저리게 증명한다. ‘경제 효과’를 내세우는 수많은 지자체 행사와 축제들. 이젠 그만 부풀리고 반성하며, 그 본연의 가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김형석 필진 소개
    -춘천영화제 운영위원장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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