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약사동 망대와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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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과 증언으로 보는 춘천이야기] 약사동 망대와 춘천

    • 입력 2023.08.10 00:00
    • 수정 2023.08.11 17:32
    • 기자명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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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허준구 춘천학연구소장

    망대는 망루와 같은 말로 적이나 주위의 동정을 살피기 위하여 높이 지은 다락집을 가리킨다. 전국 곳곳에 망대나 망루는 여러 곳에 남아 있으며 여러 곳이 근·현대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어 보존되고 있기도 하다.

    춘천의 약사동 망대에 관해 전해오는 이야기가 여럿 있다. 약사동에서 망대를 보았다는 증언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광복 이후에도 증언은 이어졌다. 그러나 증언만 있었고 그 실재를 실증하는 기록이나 사진 등의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증언을 종합해 볼 때 망대의 설치 목적은 화재 감시였음을 알 수 있다. 교도소 감시용으로도 사용했다는 증언도 있지만,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 교도소 감시용이란 증언은 아마도 1923년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 춘천지소(春川支所)가 약사동(현 모아엘가)에 있었기에 나온 말이다. 일제강점기 지어진 형무소에는 자체 건물에 딸린 감시탑이 있었고 약사동 망대와는 상당한 거리 차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 증언에는 한계가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소방 업무가 경찰 업무에 배속해 있었으며, 이에 소방 업무는 춘천경찰서 춘천소방조(春川消防組)에 편성되었다. 춘천소방조는 1913년 조직됐고 1923년 출초식을 갖고 죽림동(현 약사동)에 첫 둥지를 틀었다. 「춘천풍토기」(1935년)에 출초식 기념사진(1923년)과 춘천소방조 감시탑 사진(연대 미상)이 실려 있으며 춘천소방조가 대화정이정목(현 약사동)에 있다고 표기했고, 춘천소방조 감시탑이 춘천소방조에 딸린 부속 건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감시탑이 일제강점기 보았다는 망대이며 그 위치는 확정할 수 없지만, 현 망대와는 거리 차가 있다. 당시 이 부근에 거처했던 박수근 작가나 권진규 작가가 보았던 감시탑으로 추측된다.

    광복 후 춘천소방조는 춘천소방서로 승격(1946년)했으며 일제강점기 때와 같은 자리에 위치, 감시탑도 새로 세웠다. 춘천소방서 소방차 수여식 기념사진(1952년)을 통해 이 당시 감시탑과 소방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국전쟁 전 약사동에서 망대를 보았다는 증언이 있는데, 이때 증언 속 망대는 사진 속 감시탑을 가리킨다.

     

    1962년 춘천초교에서 보이는 망대 모습. (사진=춘천초백년사 21쪽)
    1962년 춘천초교에서 보이는 망대 모습. (사진=춘천초백년사 21쪽)

    현 약사동 망대는 약사동 근처나 효자동 일대에서 분명하게 보일 만큼 사방을 살펴보기 좋은 위치에 있다. 현 위치 관련 망대 자료로는 1954년 사진이 가장 앞선다. 초가지붕에 3층 목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두막 형태다. 이 망대를 본 사람들은 초가지붕으로 이루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다. 현존 망대가 언제 어떻게 지어졌는지는 미궁 속이었으나, 최근 춘천학연구소는 망대 주변의 학교 사진을 검색해 1962년과 1974년에 찍은 두 장의 사진을 찾아냈다. 사진 속 망대는 지붕 모양만 다르고 몸통은 같았으며 이 사진을 통해 현 약사동 망대는 1962년 이전 설치됐고 1970년 전후로 지붕 모양이 지금 모양으로 변화되었음을 확인했다.

    약사동 망대 골목은 한국전쟁 후 피난민이 이입하며 형성된 공간이다. 망대는 이들의 지친 삶을 잠시 호흡하며 내일은 나아지리라는 기대 속에 바라보던 희망을 상징하던 등대와 같다. 망대는 근현대 등록문화재 기준 자격인 역사성, 집단기억, 건축미 등을 충족하고 있음에도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보존은 매우 난망한 상태다. 춘천은 몇 년 전 소양로 기와집 골 보존에 있어 기본 기록조차 하지 못하고 문화유산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한시라도 서둘러 민간기록물 관리 조례를 만들고 이를 보관할 ‘공공수장고’를 설치해 공공유산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망대와 같은 유산이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유실될 처지에 놓였을 때 또다시 손 놓고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허준구 필진 소개
    -춘천문화원 춘천학연구소 소장
    -춘천시 문화도시 정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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