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근 드러난 옛 강촌역 이대로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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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철근 드러난 옛 강촌역 이대로 방치할 건가

    • 입력 2023.08.08 00:00
    • 수정 2023.08.09 00:02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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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강촌역 피암터널을 받치는 하부구조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철근이 드러나있다. (사진=MS투데이 DB)
    옛 강촌역 피암터널을 받치는 하부구조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철근이 드러나있다. (사진=MS투데이 DB)

    강촌역에는 추억이 서려 있다. 어느 세대보다 7080에겐 더 특별나다. 경춘선을 타고 가다 북한강이 눈에 익을 때쯤 다다르는 청춘의 종착지가 바로 강가 마을이다. 숱한 대학생들이 찾았다. 대성리, 청평 등과 함께 MT(수련회)의 명소였다. 낭만을 만끽했고, 추억을 만들었다. 김현식의 ‘춘천 가는 기차’ 가사처럼 ‘사랑이 숨 쉬는 곳’이었다. 3년 전 9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 ‘화양연화’에 강촌역이 비쳤다. 역사(驛舍)의 터널을 걷던 대학생 지수가 기둥에 ‘백만 년 동안 사랑할 것. 1995. 5.12’라고 썼다. 화양연화의 의미처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닿지만, 사뭇 다르다. 세월의 흐름에 많이 변했다.

    강촌역은 2010년 12월 복선 철로가 놓이면서 옮겨졌다. 역사도 신축됐다. 북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던 강촌역은 이름만 남았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7월 간이역으로 출발한지 70여 년 만에 기차역의 기능을 접었다. 폐역이다. 현재는 주민문화공간이다. 가파른 암벽에서 돌덩이가 철로에 떨어지는 위험을 막기 위해 1998년 역사와 연결해 건설한 피암(避岩)터널은 도로와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아치형 구조 탓에 ‘콧구멍터널’이란 별칭이 붙은 터널의 벽은 한때 젊음과 자유를 뿜어낸 듯 다양한 ‘그라피트’로 채워졌다.

    강촌역 피암터널의 노후화가 심하다. 본지가 피암터널을 떠받친 구조물 등 곳곳에 금이 가고 깨진 데다 철근이 드러난 사실을 확인했다((단독) 기둥 어긋난 옛 강촌역 ‘붕괴 우려’). 터널을 지지하는 기둥의 중심이 틀어져 어긋난 곳도 있다. 자칫 사고 위험마저 있는 것이다. 시설물이 완전해도 관리가 안 되면 사고를 막을 수 없다. 하물며 낡고 부실한 시설물을 방치한다면, 섬뜩하다. 지난달 장마통에 정선군 피암터널이 산사태로 붕괴됐다. 대형 사고 전에 반드시 크고 작은 사고와 징후가 일어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굳이 꺼낼 필요 없다. 현실에서 끔찍한 안전사고를 잊을만하면 봐왔던 터다.

    피암터널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이든, 폐쇄든 결정하면 된다. 다만 보수를 통해 안전문제를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면, 춘천시 차원에서 강촌역의 향수를 되살리기 위한 정비가 필요하다. 자원화를 위한 재생이다. 시설물을 소유한 한국철도공사가 협조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사람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지는 곳은 맛과 멋뿐 아니라 ‘얘깃거리’, 콘텐츠가 있어서다. 강촌엔 스토리가 쌓여있다. 추억에서 비집고 나온 옛것을 버무려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짜는 것이다. 소설 ‘봄봄’, ‘동백꽃’ 등을 쓴 김유정역도 지척이다. 추억을 되새기고, 추억을 쌓을 이들이 잠시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자연 속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수가 쓴 ‘사랑할 것’이 ‘사랑할 곳’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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