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감자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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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센터장의 작은 도시] 커먼즈필드의 사람들 : 감자 아일랜드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 입력 2023.08.07 00:00
    • 수정 2023.08.08 09:57
    • 기자명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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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세터 센터장

    미국은 이상하다. 성년이 되면 자유롭게 자동소총도 살 수 있고 미성년자도 마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면서 유독 술에 대해서는 비장했다. 1920년에는 주류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는 금주법이 만들어져 10년 동안 유지되기도 했고, 법으로 국민들의 음주를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금주당(Prohibition Party)이 아직도 대통령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1978년이 되어서야 카터 대통령이 누구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홈브루잉(home brewing)을 승인했고, 미국에 크고 작은 양조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맥주는 밀러 아니면 버드와이저였다고 하니 카스와 하이트로 양분되었던 한국과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미국 전역에 9500개 이상의 크래프트 양조장들이 저마다 맥주를 생산하면서 엄청난 시장으로 성장했다.

    미국양조협회에서는 정의하는 크래프트 맥주는 ‘소규모 생산’ ‘독립적 운영’ ‘전통적 공법’ 등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2017년부터 크래프트 맥주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수제맥주협회도 자체 인증을 통한 회원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값도 싸고 구하기 쉬운 대기업의 맥주 대신 크래프트 맥주를 찾는 것은 이러한 기준을 따랐다는 표시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설비와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수작업을 통해 생산한 맥주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태도와 문화가 담긴 맥주를 마시고 싶어 한다. 크래프트 정신을 마시는 것이다.

    자신만의 생각과 취향을 담아 개성있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크래프트 맥주이다. 그러다 보니 참 이상하고 남다른 목적을 가진 맥주들이 출시되기도 한다. 버려지는 식빵으로 발효하는 맥주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도 있고 수박이나 딸기, 심지어 피자를 끓여 맥주를 만드는 괴짜들도 있다.

    춘천에도 창의적인 크래프트 맥주가 있다. ‘감자 맥주’다. 독문학을 전공하던 지역 청년들이 시도했고 2021년에 감자 아일랜드라는 회사까지 창업했다. 감자바우들의 도시 춘천에서, 맥주의 본고장인 독일의 문학을 공부했으니 감자 맥주를 개발하자고 의기투합했단다. 무모와 창의는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인가?

    감자 특유의 꼬릿한 향을 잡으면서 기분 좋은 술로 발효시키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누구도 감자로 맥주를 만들지 않는 이유를 일을 벌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무모했던 덕이다. 감자 맥주 다음에는 홍천의 옥수수를 넣은 옥수수 맥주, 영월의 팥을 넣은 팥 맥주까지 이어졌다.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에 낸 매장에서도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찾는 로컬맥주 브랜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창의적인 덕이다.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방식도 중요하겠지만, 감자 아일랜드의 태도가 사람들을 더 끌어들이는 것 같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진짜 로컬 브랜드가 되겠다고 한다. 춘천 닭갈비와 잘 어울리는 ‘닭갈비어’, 춘천마임축제와 함께 하는 ‘마임맥주’도 감자 아일랜드의 제품이다. 오해는 하지 마시라. 창의적인 레시피와 지역적인 브랜드로 만들었지만 닭갈비와 마임을 맥주에 첨가하지는 않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는 ‘온의동 사람들’이다. 온의동 주민들에게는 할인도 해준다.

    춘천에 왔으면 감자 맥주를 마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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