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 신조어 ‘문송합니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10년이 넘도록 사라지지 않는 신조어 ‘문송합니다’

    [기자수첩] 진광찬 경제팀 기자

    • 입력 2023.08.02 00:00
    • 수정 2023.08.02 15:25
    • 기자명 진광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광찬 경제팀 기자
    진광찬 경제팀 기자

    ’문송합니다‘란 말이 익숙한 시대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이 말은 인문사회(문과) 계열을 전공한 청년들의 어려운 취업 현실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2010년대 신조어다. 신조어 평균 수명은 보통 몇 달, 길어야 1년이다. 그러나 ‘문송합니다’라는 말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문과생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상투적 표현이 된지 오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문과생의 취업난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특별자치도내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문과계열(경영·행정·사무직)로 뽑으려 했던 인원은 1만864명인 반면, 지원자는 2만8420명으로 공급과 수요 격차가 2.6배에 달했다. 대표적인 문과 직업군으로 경영지원 사무원 구직자(대졸자)는 3692명에 달했지만, 구인은 233명에 불과했다. 수요와 공급이 15배 이상 차이 난 셈이다.

     

    지난달 26일 춘천시청 로비에서 열린 '춘천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지난달 26일 춘천시청 로비에서 열린 '춘천시 일자리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MS투데이 DB)

     

    지난달 26일 열린 춘천시일자리박람회에서도 문과생들의 자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날 박람회에는 지역 대표 기업 29곳이 참여했다. 그런데 문과생들이 문을 두드릴 만한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구직자 박모(26)씨는 “경영학과를 졸업해 관련 직무 기업을 찾아 헤맸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며 표정이 좋지 않았다. 반면 개발직종 취업을 원하는 정모(25)씨는 “면접도 여러곳에서 보고 전공 직무 관련 팁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행사장은 대학생부터 40~50대 중년층까지 600여명의 구직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현장 면접에도 총 270여명이 참여하면서 마치 최종 면접장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문과생 박씨는 현실의 벽을 실감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면접자 역시 휴젤, 씨디에스 등 이공계열 직무 기업에 몰렸다.

    지역인재들의 일자리 부족은 곧 청년 유출이다. 지자체와 대학, 기업 모두 대대적인 인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은 융복합 인재 양성에 힘쓰고, 시는 지역인재들이 설 바닥을 다져야 한다.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뽑고 싶다면, 그들이 들어올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이 땅에서 메아리로 사라지길 바란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