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경의 교육시선] 교권을 다시 생각한다, 들장미 소녀 캔디를 추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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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의 교육시선] 교권을 다시 생각한다, 들장미 소녀 캔디를 추억하면서

    • 입력 2023.08.02 00:00
    • 수정 2023.08.03 00:05
    • 기자명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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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남수경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교권 추락이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번만큼은 그냥 지나갈 것 같지 않다. 사범대학 교수로서 필자 역시 마음이 무겁다. 선생님이 되는 것, 그리고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필자는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학생과 부모에게 학교가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도 잘 안다. 우리 교육현장이 언제부터 이렇게 모두에게 팍팍하고 고된 장소가 되었을까?

    ‘들장미 소녀 캔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넘어가던 즈음 우리나라 초등학교 여자애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필자에게 캔디는 당대 최고의 여자아이돌 스타였다. 난생 처음 엄마를 따라서 파마를 하러 갔다. 캔디의 웨이브 파마머리는 여자애들의 로망이었다. 그 로망을 실현하러 갔다. 마침내 완성된 파마머리는… TV 속 캔디의 구불거리는 탐스러운 실루엣이 아니었다. 뽀글뽀글 아줌마 머리였다. “이런 머리를 해달라는 게 아니다”, “창피해서 이제 학교 못 간다”, “이전 머리로 돌려놔라”. 밤새도록 펑펑 울었다.

    다음날 눈이 퉁퉁 부어서 쭈뼛거리며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담임 선생님이 활짝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어머나 수경아, 너 캔디랑 똑같다. 캔디 파마머리가 엄청 예쁘네.” 선생님은 마술사였다. 그 순간부터 뽀글이파마는 캔디머리로 변신했고, 학교생활은 더욱 활기차게 지나갔다.

    캔디파마의 마술은 20년이 훌쩍 지나서야 그 비밀이 밝혀졌다. 밤새 울고불고 하던 날 새벽, 엄마는 담임 선생님 댁을 찾아가서 부탁을 드렸던 것이다. 캔디머리처럼 예쁘다 해달라고. 엄마와 담임 선생님의 공모로 첫 파마는 그렇게 반전드라마가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학교 선생님은 그런 마술사다. 선생님의 마술이 빛나기 위해서는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엄마가 말하면 절대 안 들어. 선생님이 말해야 듣는다니까. 나도 선생님인데.” 사범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교사의 권위는 학교의 정상적 교육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윤리학과 교육」에서 교육철학자 피터스(R. S. Peters)는 학교에서 다루는 교육내용과 방법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사회적 통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학생은 학교교육의 목적을 이해하고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사회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권위’이다. 물론 사회적 통제에는 ‘권력’도 사용될 수 있다. 권력은 강압이나 보상을 이용하여 타인을 복종시키는 것이다. 반면 ‘권위’는 가치에 대한 동의를 토대로 명령을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교사의 권위인 교권은 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자의 ‘직위상의 권위와 전문지식의 권위’를 의미한다.

    요즘 교사들의 입지가 마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들장미 소녀 캔디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첫 소절이다)를 읊조리는 들장미 소녀 캔디 같다. 권위는 권력이 아니므로 존중과 인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존중과 인정은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는 점에서 하달이나 복종과 다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려 보자. 학생인권과 교권, 학부모와 교사 어느 한쪽이 이기는 싸움이 되지 않고, 한 아이를 위해 모두가 힘을 모을 때이다. 학부모가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하고, 그 권위에 기반하여 학부모의 귀여운 공모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캔디 파마머리 같은 추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남수경 필진 소개
    - 강원대 교육연구소장
    -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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