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할 줄 알았던 강원 신혼부부 주거지원⋯비현실적 소득기준에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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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할 줄 알았던 강원 신혼부부 주거지원⋯비현실적 소득기준에 ‘냉랭’

    강원자치도 신혼부부 주거 지원사업
    소득 기준 문턱에 신청 저조
    부부합산 8000만원, 분양권 있어도 지원 불가
    “신혼부부 아닌 저소득층 위한 정책”

    • 입력 2023.07.31 00:01
    • 수정 2023.08.02 00:5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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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특별자치도가 신혼부부에게 주거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상은 신혼부부가 아닌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는 올해부터 신혼부부의 주거자금에 대해 은행 이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신설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공약사업으로 내세운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특별한 강원 건설’의 일환으로, 결혼‧출산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 사업을 통해 신혼부부는 전‧월세 등 주거 비용 마련을 목적으로 대출받았을 경우, 연간 3% 이내 범위 내에서 2년간 최대 300만원까지 이자비를 지원 받는다. 5년간 총 240억원이 투입되며, 올해에만 도비 15억원, 시‧군비 15억원 등 3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신청자격은 도내 주민등록자 가운데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신혼부부 △부부합산 연소득 8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 △도내 소재 임차보증금 3억원 이하 주택 또는 주거용 오피스텔 △ 제1, 2금융권 신혼부부 명의 주택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은 사람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김진태 지사 공약 사업으로 신혼부부에게 주거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신청 자격으로 인해 신혼부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강원특별자치도가 김진태 지사 공약 사업으로 신혼부부에게 주거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신청 자격으로 인해 신혼부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지만, 30대 맞벌이 부부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더라도 연소득 8000만원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올해 결혼 5년차인 홍모(37)씨는 “부부 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직장을 다닌 연차가 10년 가까이 되다보니 둘이 합쳐 8000만원은 넘는다”며 “우리 나이대에 저 기준을 맞추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5~39세 근로자의 중위 연간 임금은 4658만원이다. 중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맞벌이의 경우 부부 합산 임금만 세전 9316만원이다. 대학 졸업 후 꾸준히 직장을 다니고 결혼한 신혼부부라면 소득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어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당장 ‘내 집’이 없어 전세살이를 하는 데도 경우에도 분양권이 있다는 이유로 유주택자로 분류돼 혜택을 못 받는다.

    3년차 신혼부부로 춘천 퇴계동 전셋집에 거주하는 김모(35)씨는 “사실상 20대 신혼부부 아니면 저소득층을 위한 조건이나 다름없다”며 “청약에 당첨돼 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입주 전까지는 사실상 무주택자나 다름없는데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도는 사업 공고 전까지만 해도 신혼부부 지원자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500가구 모집에 6월 한 달간 신청자를 모집한 결과 865가구(선정된 기준)에 그쳤다.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강원지역에서 결혼한 신혼부부 4만2465쌍 중 2.0%에 불과하다. 도에서 신문, 라디오, 반상회보, 맘카페, 아파트 관리사무소까지 전방위적인 홍보를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신청이 저조하자 강원자치도는 소득 조건을 일부 완화해 내달 10일까지 2차 모집에 나선다. 1차 공고에선 부부 합산 소득을 세전 8000만원으로 계산했지만, 재공고에서는 세후 8000만원으로 확대했다.

    강원자치도 건축과 관계자는 “타 시‧도 신혼부부 대상 지원사업 대부분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이 8000만원이라 이를 반영해 기준을 정했다”며 “사업 관련 문의를 받아보면 신혼부부 중 분양권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차 모집을 진행한 후 신청이 부진했던 원인을 파악해 내년도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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