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③ 선진국 배운다며 후진국으로⋯“해외탐방 출장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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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③ 선진국 배운다며 후진국으로⋯“해외탐방 출장 없애야”

    자정능력 상실한 출장심사위
    시민 감시 강화가 실효적 대안
    시의원 “심각하다, 출장심사 조례 개정 추진”

    • 입력 2023.06.22 00:01
    • 수정 2024.01.02 09:27
    • 기자명 김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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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 공무국외출장 규정은 2020년 3월 16일 개정됐다. 2003년 심사운영위원회 규정부터 20년간 총 14번의 개정을 거쳤다. 제도를 수정했다는 의미는 그동안 반복된 외유성 출장을 막기 위한 장치를 꾸준히 보완해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출장 관행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장 계획을 세우는 시작부터 끝까지 공무원의 양심과 심사위원들의 재량에만 오롯이 맡겨져 심사기능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부실한 출장으로 인한 예산 낭비에 대한 강제력이 있는 징계나 처벌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 정부나 공공기관도 경고나 주의 정도를 주는 수준에 그치고, 지자체는 더욱 허술하다. 이렇다보니 국외 출장은 공무원이 누릴 수 있는 혜택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결국 감시는 공무원들의 경비를 세금으로 대주는 시민들에게 맡기는 게 가장 실효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실 공무원이 출장 가는 심사를 공무원이 맡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교수나 언론인, 법조인, 시민단체 등 위원회를 객관성 있게 구성하고, 세금 낭비가 이루어지는지 따져야 공무원들이 긴장하고 갈 수 있다. 다녀와서도 공개적으로 결과보고회를 개최해 놀다 왔는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왔는지 살펴보는 절차를 조례로 만들든 규칙으로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실제 여러 지자체들은 수년 전부터 심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실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민간인 위원을 2~3명씩 포함해 객관적으로 심사가 이뤄지도록 하거나, 귀국보고서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규제하는 내용을 조례에 넣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세종시는 해외 출장 건 중 80%를 대면 심사로 진행하고 있다. 회의 소집이 어려운 경우에만 서면심사로 대신한다. 위원 13명 중 3명을 외부 위원으로 두도록 조례에도 넣었다. 안산시의 경우 위원장 포함 9명 중 절반인 4명을 외부 위원으로 뒀으며, 군산시도 변호사와 전직 언론인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했다.

    광양시의 경우 월 1회 대면심사를 진행하고, 보고서에 문제가 발견되면, 향후 몇 년간 해외 출장을 나갈 수 없도록 내부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또 비위자나 공무국외출장을 이미 나간 공무원은 사전에 제외한다.

    박승회 광양시 총무과 주무관은 “내부적으로만 심사하면 공정성 문제가 있어서 규정으로 정했다. 심사 중 출장경비에 문제가 있으면 보완해서 다시 한 번 올리게 하거나, 큰 결격 사유가 있는 출장은 사전에 모두 제외시킨다. 또 30일 안에 보고서를 안 올리거나 규정을 어기면 향후 몇 년간 공무국외 출장을 못가게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선진지 탐방이라는 출장 목적은 아예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후진국이었던 80~90년대에 선진국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해외연수를 보내던 때와 행정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선진지 탐방이라는 목적은 90년대 만들어졌다. 국민들이 해외를 나가는 게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절 공무원들의 시야를 넓히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도 선진행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못한 나라에 가서 선진지를 탐방한다는 건 목적도 없이 가서 빙글빙글 놀다가 돌아오는 세금 낭비다. 이런 게 오히려 후진적인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이 긴장감을 갖고 다녀올 수 있도록 출장이 부실했을 때 징계를 주거나, 표절 검사 등 강력한 규제를 통해 뿌리 깊은 관행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성열 춘천시의원은 “보고서에 문제가 있거나 미비하면 다시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시의원들뿐 아니라 시 공무원들 국외출장까지 확장해서 내년쯤 조례를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민섭 시의원도 “너무 심각하다. 시의원들이 출장을 갈 때도 이렇게 하진 않는다. 심사위원 총수에 공무원은 한 명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외부인으로 바꿔야 한다. 조례가 개정되도록 살펴보고 바로 잡을 건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

    [김성권·이현지 기자 ks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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