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해서 예쁘다⋯생활도예의 매력에 빠져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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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해서 예쁘다⋯생활도예의 매력에 빠져보실래요?“

    ‘봄이요’ 이진혁 도예가가 말하는 도예의 매력
    실용성과 기능성, 미적 매력까지 더해져
    비싸다는 인식 대신 패션처럼 기호품 인식

    • 입력 2023.06.19 00:01
    • 수정 2023.09.07 11:32
    • 기자명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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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 소양로 1가에 자리잡은 도예공방 ‘봄이요’ (사진=박지연 기자)
    춘천시 소양로 1가에 자리잡은 도예공방 ‘봄이요’ (사진=박지연 기자)

     

    과거 무겁고 고리타분한 이미지였던 도자기가 하나의 문화상품이자 체험상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도예체험’이란 키워드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만 해도 6만개 이상이다. 지난 5월 여주도자기축제에는 46만명이 방문하면서 도자기 인기를 실감케했다. 

    최근엔 취향에 맞는 그릇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들이 원데이클래스나 체험공방을 찾으면서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곳도 늘고 있다. 춘천 번개시장 근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봄이요’도 체험공방을 운영하는 곳 중 하나다. 경기 일산에서 도예작업을 하다 약 1년 반 전 춘천으로 이주한 이진혁(46)씨가 운영한다. 도자기를 배우고 싶은 시민들과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봄이요’를 찾아 생활도예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춘천시 소양로 1가에 자리잡은 도예공방 ‘봄이요’ (사진=박지연 기자)
    춘천시 소양로 1가에 자리잡은 도예공방 ‘봄이요’ (사진=박지연 기자)

    Q. 도자기하면 눈으로 보는 도자기가 떠오르는데 생활도예(도자기)란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생활에서 사용하는 도자기입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부터 술잔, 화병, 화분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죠. 기본적으로 도자기는 생활용품이면서 미술품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어요.  

    Q. 최근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SNS를 통한 문의가 특히 많아졌어요. 여행왔다 들르시는 분도 있고요. 처음에는 ‘춘천에 왔는데 왜 도예공방에 오시지?’ 의아했는데 도예도 이제 패션처럼 문화상품이나 기호상품으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특정 작가나 브랜드,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으면 찾아가는 거죠. 에르메스에서도 식기가 나오잖아요. 어떤 작가는 팬이 생기기도 하고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호가 된 게 아닐까요. 

    Q. 생활도예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도자기는 실용적인 면과 기능적인 면 여기에 미적인 부분이 모두 들어가요. 뭔가를 만들 때 누군가에게 쓰이는 데까지 상상이 돼요. 여기다가 뭘 올려놓고 뭘 만들어 먹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만들면 생각한 것이 바깥으로 끄집어내지는 거죠. 제가 만든 술잔을 보시면 뚜껑을 일부를 길게 만들어서 술을 부을 때 뚜껑이 안 빠지게끔 만들었어요. 내부 쓰임까지 생각하면서 만드니까 하면 할수록 어렵죠.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서 잘 쓰고 있다는 인사를 받으면 너무 기뻐요. 

    자신의 공방 앞에서 이진혁 도예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봄이요)
    자신의 공방 앞에서 이진혁 도예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봄이요)

    Q. ‘봄이요’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봄이요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자기를 만드는 생활도예공방입니다. 봄이요에서 ‘요’자는 ‘가마 요(窯)’자를 쓰고요. 원래 도예공방은 이름이나 호 뒤에 ‘요’를 붙이거든요. 만드는 도자기는 40~50종 정도인데 요새는 차(茶)에 관심이 많아져서 차와 관련된 도자기를 더 만들 예정입니다.

    Q.  춘천에 정착한 계기가 있나요.

    생활도자기 1세대인 김선미 작가님 아래서 10년을 지냈어요. 한 3년 있다가 내 작업실을 열어야겠다 싶었는데 하다 보니 10년이 지났죠. 그동안 아주 많이 배웠고요. 지금 제 스타일도 그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좀 더 편히 쓸 수 있는 그릇을 만들고 싶었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나만의 무언가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개인 작업실이 좁아서 이곳으로 자릴 옮겼습니다. 원래 여주나 이천으로 옮길까 했는데 춘천은 아내 고향이기도 하고 한 번 와보자 해서 와봤는데 이곳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눌러앉게 됐죠. 

    Q. 대부분의 그릇이 그림이나 무늬 없이 수수하던데 이유가 있나요.

    생활에서 사용하는 도자기는 종류 상관없이 만드는데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이쁜’ 그릇을 만들고 싶어요. 도자기 뿐만 아니라 모든게 조화로울 때 이쁜 거 같아요. 서로를 받쳐주고 빛나게 하는 거요. 화려하게 만들려면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릇이 너무 화려해서 음식을 죽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지난번에 수원에서 오셔서 그릇을 사 가신 분이 음식을 담은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그런 사진을 받으면 내가 그래도 잘 만들고 있구나 싶어요. 커피를 담아 마셨는데 너무 맛있다는 얘길 해주셨을 때도 정말 좋았죠. 앞으로도 이쁘고 쓰임 많은 그릇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지연 기자 yeon7201@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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