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춘천 효자동에 사는 이준규(29)씨는 18일 오후 플라이강원으로부터 ‘당사의 경영난으로 운항이 불가해 제주에 오가는 노선이 모두 결항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일주일간 제주에서 휴가를 즐기려던 이씨의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그는 “이런 일방적인 통보는 정말 너무하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이 이용객들에게 항공기 운항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가운데 이미 예약을 마쳤던 춘천시민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은 예약 취소된 항공권에 보상금을 지급하고, 7월부터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양양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이달 3일 일본, 베트남 등을 오가는 국제노선 운항을 중단한 데 이어 20일부터 국내선인 제주 노선의 운항마저 중단했다. 운항 중단은 오는 6월 30일까지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채무액이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에 이미 항공권 예약을 마쳤던 이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이달 말 제주행 노선을 예약했던 이씨는 왕복 항공권 가격 18만원을 강제적으로 환불당했다. 플라이강원은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다른 항공사에서 예매할 수 있도록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믿을 수 없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플라이강원이 공지한 환불 및 배상 처리 절차에 ‘배상금 지급은 당사 자금 사정에 따라 투자금 인입 시까지 순연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탓이다.

당초 플라이강원은 국내선 예약 고객에게 보상비 10만원과 교통비 3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이씨는 “여행 일정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에 배상금이라도 받으려 했지만 이마저도 밀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일정 자체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씨는 제주에서 돌아오는 날을 앞두고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양양-제주 왕복 노선을 예약했던 그는 하는 수 없이 급하게 다른 표를 구해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춘천시민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 시민이 “7월 예약을 취소하려고 했는데 그때부턴 정상 운항 예정이라고 현재 환불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는 3년 전 경영난으로 환불 지연이 발생했던 이스타항공 사태가 재현되는 건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항공법상 항공사가 60일 이상 운항을 중단하면 면허를 박탈당한다. 플라이강원은 기업회생 개시 여부가 6월 30일 안에 결론 날 것으로 기대하고 7월부터는 운항을 재개하겠다는 계획이다. 강원소비생활센터 관계자는 “지역 기반 항공사인 만큼 지급 지연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환불, 배상금 지급이 지연될 경우에 대비해 개별 소송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