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때 봄내콜을 이용했는데, 차의 연식이 오래됐는지 ‘덜덜덜’ 소리가 나더라고요.”
지체장애인 김춘혁씨는 올여름 봄내콜(장애인콜택시) 차량을 이용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는 “시속 60㎞ 정도로 가고 있는데 엔진에서 마찰음 같은 소리가 났다”며 “속도를 조금 더 올리니까 소음이 심해져 차가 멈추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고 말했다. 다른 지체장애인 박모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출퇴근길에 봄내콜 차량에서 ‘드륵드륵’ 소리가 나는데, 소음이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며 “장애인의 발이나 마찬가지인 콜택시의 차량 관리가 너무 소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휠체어장애인들의 발이 돼주는 봄내콜 차량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관리하는 춘천시는 예산 한도로 차량 교체에 적극 나서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지원 차량이 노후화한 경우 의무적으로 교체하도록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봄내콜에서 현재 운행 중인 휠체어 교통약자 전용차량 29대 중 14대(48.3%)가 주행거리 12만㎞를 넘어섰다. 이 중 7대가 30만㎞를 초과했고, 가장 긴 주행거리를 기록한 차량은 43만4855㎞였다.
춘천시 공용차량 관리 규칙 11조에 따르면 봄내콜 차량은 최단 운행 연한이 10년을 경과하거나 주행거리 12만㎞를 초과할 경우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노후 차량을 교체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차량이 심각하게 노후화한 경우에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김씨는 “누워서 탈 수 있는 등의 특수 차량 몇 대는 주행거리가 많음에도 더 이상 생산이 안 돼 엔진을 비롯한 내부 부품을 교체해가며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황은 이해하지만, 무언가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걱정했다.
춘천시 교통과 관계자는 “내용연수(이용 가능한 연수)에 따른 규정이 있긴 하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며 “국비와 시·도비로 차량을 교체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실시한 봄내콜 만족도 조사결과에서도 미흡한 장애인 이동권이 여실히 드러났다. 시는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8일까지 봄내콜 이용자 135명을 대상으로 ‘특별교통수단 만족도’ 조사를 진행했다.
‘예약 또는 배차의 편리성’에 응답한 88명 중 60명(68.2%)이 ‘불만족’ 혹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승무원의 친절성’은 89명 중 57명(64.1%)이, ‘차량 내부 청결도’는 88명 중 35명(39.3%)이, ‘안전운전’은 88명 중 52명(58.4%)이 ‘불만족’ 혹은 ‘보통’이라고 답했다. 모든 설문조사 문항을 종합하면 ‘만족’은 36.8%에 불과했고 ‘보통·불만족’이 63.2%로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차량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봄내콜 관련 운영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마련해 장애인 이동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춘천시가 장애인 콜택시 법정의무대수를 안 지키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아무리 공용차량이라도 30만㎞ 넘은 차가 운행되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장애인에게 안전한 이동수단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장애인법률지원변호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동환 변호사는 “춘천시가 노후화된 장애인 콜택시 차량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주행거리와 관련된 법적 제약이 없기 때문”이라며 “주행거리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충식·이현지 기자 seo90@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