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입맛 사로잡은 마블링⋯세금으로 560만원어치 한우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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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입맛 사로잡은 마블링⋯세금으로 560만원어치 한우 먹었다

    [춘천 법카 맛집] 상. 육류‧보양식편
    한우 전문점 ‘옛날옛집’서 560만원 사용
    보양식 약수터붕어찜, 희정장어구이 인기

    • 입력 2022.08.20 00:02
    • 수정 2022.08.26 16:39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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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서 영업 중인 일반 음식점은 4813곳, 휴게 음식점은 1223곳이다. 수많은 음식점과 넘쳐나는 홍보 속 ‘진짜 맛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모래 속 옥석을 가려내는 방법은 없을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현지 공무원들의 단골 식당은 대표적인 맛집 보증 수표로 꼽힌다. MS투데이는 과거 판공비로도 불렸던 업무추진비, 즉 시민의 세금 사용 내용을 분석해 춘천지역 ‘공공의 맛집’ 순위를 공개한다. <편집자 주>

     

    올해 상반기 춘천시청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으로 살펴본 '춘천 법카 맛집'. (그래픽=박지영 기자)
    올해 상반기 춘천시청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으로 살펴본 '춘천 법카 맛집'.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청 편] 어떻게 분석했나
    업무추진비는 각종 간담회와 행사 등 지방자치단체의 공적 업무에 쓰이는 세금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춘천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는 업무추진비의 사용처와 목적, 시간, 인원 등을 공개해야 한다.

    MS투데이는 각 읍면동을 제외하고 시청 본청을 구성하는 단체장과 부단체장, 담당관, 5개국, 35개 부서에서 춘천시 홈페이지에 게재한 올해 상반기(1~6월) 업무추진비 사용 내용을 분석해 ‘음식점’을 추렸다. 시장과 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5월분까지만 공개돼 6월 자료는 제외했다. 시청 관계자는 “6월 업무추진비 관련 금액에 오류가 있어 다시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맛집의 기준이 되는 방문 횟수와 결제 금액을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수 조사했다. 사용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사례도 있어서 지출분 전액을 추적할 순 없었다. 장소를 밝히지 않고 A 식당 외 1건이라고 공개한 경우 A 식당에서 지출한 것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총 2억4721만4413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공개되지 않은 시장‧부시장의 6월 중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포함하면 사실상 총액은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음식점 업종별로는 △한식 285건 △육류 282건 △일식 118건 △디저트 113건 △양식 74건 △중식 69건 등에 업무추진비 법인카드가 사용됐다.

    본지는 춘천시청 공무원들이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결제한 식당을 △국수·옹심이 △닭갈비 △디저트 △떡·과일 △막국수 △보양식 △양식 △육류 △일식 △장어 △중식 △치킨·피자·햄버거·샌드위치 △탕·해장국 △한식 △횟집 등 메뉴별로 분류해, 동종 업종에서 방문 횟수가 많고, 결제 금액이 컸던 맛집을 추려 세 편에 걸쳐 소개한다.

    육류는 한식에 이어 춘천시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결제 횟수가 가장 많았던 메뉴다. (사진=MS투데이 DB)
    육류는 한식에 이어 춘천시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결제 횟수가 가장 많았던 메뉴다. (사진=MS투데이 DB)

    ▶육류
    고기는 단체 회식의 대표 메뉴다. 춘천시청 공무원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고깃집은 동면에 위치한 ‘옛날옛집’이다. 옛날옛집은 한우 불고기 정식(2만5000원) 등 한정식뿐 아니라 최상급 한우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다. 대표 메뉴인 1++ 한우 모듬 450g을 10만9000원에 판매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춘천시청 업무추진비 가운데 559만5000원을 이 식당에서 지출했다. 결제 횟수는 29회로 가장 많았다. 전체 업무추진비 사용처로 범위를 확대해도 종합 2위에 오른 음식점이다. 회당 평균 결제액으로 환산하면, 한 번 식당을 찾을 때마다 19만2931원을 지출했다.

    시청과 가까운 ‘돌판삼겹과 시민밥상’에서는 20회에 걸쳐 140만2000원을 결제했다. 역시 시청 인근에 있으며 불고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유일관에서도 14회 152만3000원을 사용했다. 일흥불고기(8회‧177만3000원), 태양부양꼬치 후평점(8회‧152만1000원), 큰집한우(8회‧111만4000원) 등도 춘천시 공무원들의 법인카드가 자주 사용된 고깃집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결제 규모로는 돼지갈비와 소갈빗살을 판매하는 소담송하(5회‧215만6000원)가 옛날옛집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리산토종흑돼지(7회‧157만5000원)는 결제 금액으로 4위를 차지했다.

    한우마을(146만4000원), 정재우고깃집(132만4000원), 터널불고기(126만3000원), 풍년소갈비살(121만2000원), 미가(119만2000원), 부안옥(107만5400원), 호돈(102만2600원) 등에서도 100만원 이상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다.

     

    춘천시청 공무원들이 자주 방문했으며 지출도 많았던 육류 전문점 5곳.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청 공무원들이 자주 방문했으며 지출도 많았던 육류 전문점 5곳. (그래픽=박지영 기자)

    ▶보양식
    ‘춘천다운’ 보양식으로는 붕어찜이 손꼽힌다. 송암동 약수터붕어찜에서 8회 77만2000원이 사용돼 이 업종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점이었다. 이 식당은 2인 기준 붕어찜을 3만5000원에 판매한다.

    삼계탕은 대표 보양식 메뉴 중 하나다. 송암동에 자리 잡고 녹두삼계탕(1만4000원), 능이 오골계 삼계탕(1만9000원) 등을 전문으로 하는 돌담삼계탕이 보양식 메뉴 중 2위에 올랐다. 춘천시 공무원들은 올해 상반기 돌담삼계탕에서 7번에 걸쳐 79만3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문어‧전복 등이 들어간 해신탕을 판매하는 근화동 해신탕능이마을에는 7번 방문해 59만6000원을 사용했다. 좋은흑염소(4회‧78만2000원), 할매삼계탕(2회‧33만2000원) 역시 방문 횟수가 많고 결제 금액도 컸다.

    ▶장어
    장어는 보양식 메뉴 중에서도 따로 업종을 구분할 만큼 업무추진비 사용이 활발했다. 시청과 가까운 희정장어구이에서 20번에 걸쳐 111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다른 장어 전문점 상호가 많아야 3번 등장한 것에 비하면, 희정장어구이는 독보적인 ‘춘천 공무원 장어 맛집’ 1위였다.

    그밖에 춘천장어마을 삼천동점에서 3회 44만원, 천하풍천민물장어에서 2회 42만8000원이 지출됐다. 청목(2회‧18만원), 영산강(1회‧23만4000원), 춘천민물장어(1회‧18만원) 등에서도 법인카드가 사용됐다.

    [권소담 기자‧이현지 인턴기자‧이종혁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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