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 거점도시] 상. 춘천, 동서남북으로 길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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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내륙 거점도시] 상. 춘천, 동서남북으로 길 열리나

    제2경춘국도·동서고속철 확정··· GTX-B·영서내륙철 가능성↑
    제2경춘국도 내년 상반기 착공 전망··· 2028년 완공 계획
    30여년째 ‘사골 공약’ 동서고속철, 겨울철 지나면 시공
    “경제활성화도 단언하기 어려워” 춘천 관광 경쟁력 숙제

    • 입력 2022.02.01 00:02
    • 수정 2022.03.02 09:53
    • 기자명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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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은 서울춘천고속도로(2009년)와 ITX-청춘(2012년)의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아졌다. 서울~춘천을 1시간 안에 오갈 수 있게 되면서 관광객과 직장인 등 수도권 인구 유입이 크게 증가했다. 당시에는 춘천이 ‘수도권 위성도시’로 발전할 것이란 기대도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늘어나는 관광객과 이동 차량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교통 발달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춘천의 수도권 위성도시 편입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춘천에 또다시 ‘교통 혁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에서 춘천 서면까지 이어지는 ‘제2경춘국도’와 춘천~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춘천 연장 근거가 생겼고, 영서내륙권의 숙원사업인 원주~춘천~철원 ‘영서내륙 종단 철도’ 현실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교통 인프라가 모두 완성되면 춘천은 속초까지 45분 걸리는 동쪽길이 열릴 뿐만 아니라, 서울까지 30분, 인천 송도까지 1시간 안에 도착하는 서쪽길까지 뚫린다. 또한 철원(북쪽)과 원주(남쪽)까지의 통행시간을 지금보다 절반가량 줄일 수 있게 된다. 춘천이 사통팔달 광역교통 연결망을 갖추게 되면 한반도 중부내륙의 최대 교통 거점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다.

    ▶제2경춘국도, 내년 상반기 착공 전망··· 2028년 완공 계획

    31일 강원도에 따르면 원주지방국토관리청(원주국토청)은 제2경춘국도의 기본설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본설계가 끝나면 용역을 통해 기술제안 입찰 안내서를 빠른 시일 안에 완성시킬 계획이다.

    제2경춘국도는 남양주 화도읍 금남 분기점에서 춘천 서면 당림리까지 33.6㎞를 잇는 자동차전용도로다. 총 사업비 1조원을 넘어서는 이 사업은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선정되며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제2경춘국도가 개통되면 주말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상습적 교통정체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46번 국도의 남양주~춘천 구간 통행시간도 50분에서 35분까지 단축될 전망이다.

     

    제2경춘국도 최종 노선안. (그래픽=박지영 기자)
    제2경춘국도 최종 노선안. (그래픽=박지영 기자)

    사업이 급물살을 타던 2019~2020년 춘천시와 가평군은 서로 유리한 노선을 선점하기 위해 갈등을 빚었다. 46번 국도와 서울춘천고속도로 차량 분산 효과를 최대화해야 하는 춘천시는 남이섬 남쪽을 통과하는 노선을 요구했고, 가평군은 경제효과를 유발하기 위해 남이섬 북쪽 우회노선을 주장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가평군 안보다는 남쪽, 춘천시 안보다는 북쪽으로 하는 절충안을 제시해 관철시켰다. 사업비는 예비타당성 검토 면제 당시 추산된 9625억원보다 1220억원 증가한 1조845억원이다.

    강원도와 원주국토청은 최대한 준공시기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우선 제2경춘국도를 조기 개통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추진하는 ‘기본설계 기술 제안 입찰’로 발주하기로 했다. 공사기간도 줄이기 위해 구간을 4개 공구로 나눠 공구별로 설계사와 시공사를 각각 선정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3년 착공한 뒤 준공예정일을 2029년에서 2028년으로 앞당기겠다는 것이 강원도의 계획이다. 손창환 강원도 건설교통국장은 “올해 안으로 제2경춘국도 기술제안 입찰 안내서를 완성하고 2023년 상반기에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최대한 2028년에 모든 공사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여년째 ‘사골 공약’ 동서고속화철도, 첫 삽 눈앞

    동서고속화철도(총 93.74㎞)는 이미 착공 단계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원도와 국가철도공단은 동서고속화철도의 1공구(춘천 도심 통과구간)와 7공구(미시령 지하화 구간)의 착공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동서고속화철도는 춘천~화천~양구~인제를 지나 속초까지 이어지는 강원지역 핵심 교통망이다. 기존 경춘선을 이용하면 서울과 속초가 1시간 15분 생활권으로 묶인다. 춘천이 우리나라 중부권을 동서로 이어주는 거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강원도에서도 2018년 개통된 강릉선 KTX, 서울양양고속도로와 함께 경제발전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총 93.74㎞)’ 건설 사업 노선도. (사진=춘천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총 93.74㎞)’ 건설 사업 노선도. (사진=춘천시)

    그동안 사업 추진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1987년 노태우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처음 제시된 이 사업은 30여년 동안 대선과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사골 공약’에 머물렀다.

    이 사업이 유권자의 관심끌기용 묻지마 공약으로 전락한 것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 때문이다. 재원조달의 어려움과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상황이 역전된 것은 2016년이다. 도내 지자체와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시행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정책성’과 ‘지역균형 발전’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원도 숙원사업으로 떠오른 지 29년 만에 국가재정사업으로 확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태클을 걸었다. 환경부가 2017~2019년 철도 노선의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이때마다 우회 노선 논의와 주민설명회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지난해에는 문화재청의 문화재 훼손 문제 제기로 제동이 걸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도사업이 국가재정사업이라고 해도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사업이 환경부나 행정안전부에서 정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불허 통보를 받기 일쑤다.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강원도에서 진행되는 사업인데다 노선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난히 환경 훼손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착공 계약까지 마무리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진 않았다.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동절기 공사중지 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절기 공사중지는 각종 안전 문제, 부실 시공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 공사 현장의 시공을 전면 중지시키는 조치다.

    동절기 공사중지는 조만간 해제될 전망이다. 강원도와 국가철도공단은 공사중지가 해제되는 대로 공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동절기 공사중지는 통상적으로 2~3월 해제된다”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교통 발달해도 관광 경쟁력 안 키우면 ‘무의미’

    제2경춘국도와 동서고속화철도가 완공되더라도 춘천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특히 동서고속화철도의 경우 동해안으로 관광을 떠나는 수도권 인구가 거쳐 가는 정차역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승만 강원연구원 연구본부장은 “ITX-청춘이 개통될 때 춘천에서 우려했던 것이 바로 빨대 현상(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현상)이었다”며 “그러나 당시에는 빨대 현상에 대한 우려보다 개통에 따른 긍정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춘천이 종착지인 ITX-청춘과 달리 동서고속화철도는 동해안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며 “춘천 입장에선 동해안 지역들과 관광 경쟁을 해야 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광객 방문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당일치기’가 아닌 ‘체류형 관광’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하지만 동서고속화철도의 역사가 양구, 인제, 속초 등에도 생기기 때문에 완공 전까지 관광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당일치기 관광객만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춘천역으로 진입하는 ITX청춘. (사진=MS투데이 DB)
    춘천역으로 진입하는 ITX-청춘. (사진=MS투데이 DB)

    [박수현 기자 psh557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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