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사용설명서] 엉덩이는 방석? ‘의자병’ 탈출해야 ‘건강맵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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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 사용설명서] 엉덩이는 방석? ‘의자병’ 탈출해야 ‘건강맵시’ 찾는다

    • 입력 2021.11.12 00:00
    • 수정 2021.11.12 11:40
    • 기자명 고종관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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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고종관 보건학박사·전 중앙일보의학전문기자

    사과 모양의 ‘애플 히프’는 단지 성적인 흥미를 유발하는 인체 묘사일까요. 요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엉덩이 기억상실증(Gluteal Amnesia)’이 그 해답을 알려줍니다. 

    ‘죽은 엉덩이 신드롬(Dead Butt Syndrome, DBS)’으로도 불리는 이 현상은 허리와 골반의 안정성을 유지시키는 히프 근육들이 퇴행 또는 손상을 입어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사실 엉덩이는 인체 근육 덩어리 중에서 가장 평가절하된 부위입니다. 인간의 직립보행을 가능하게 한 1등 공신인데 말이죠. 허리와 다리를 이어주는 엉덩이는 소둔근, 중둔근, 대둔근의 조합입니다. 척추를 받쳐주는 주춧돌 같은 역할을 하는 게 골반인데, 둔근이 이 골반을 감싸 안고 있어 몸의 균형과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지요. 

    이들 근육이 없으면 똑바로 서는 것은 물론 걸을 때 수평을 유지하고, 대퇴골을 회전시키는 동작들이 불가능해집니다. 둔근은 방광을 비롯한 여러 장기를 지지하는 골반저근을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고 하니 히프를 단련하는 일이 몸맵시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엉덩이를 ‘푹신한 방석’ 정도로 생각해 편하게 앉아 있는 것을 즐긴다(?)는 사실입니다. 원래 엉덩이는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됐는데, 매일 깔고 앉아 있으니 소위 ‘의자병(Sitting Disease)’이라는 신종 질병에 시달리는 것이지요.

    글로벌한 조사에 따르면 현대인은 대체로 하루에 7.7시간에서 길면 15시간까지 앉아 있는다고 해요.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8시간 내외이며, 20대의 경우엔 이보다 1시간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는 평균치일 뿐 편리한 교통수단과 컴퓨터,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앉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 결과, 젊은 층에서도 엉덩이 근육이 소실돼 볼품이 없어질 뿐 아니라 기능도 떨어져 여러 가지 질환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DBS가 우리 몸에 어떤 건강 유해 요인으로 작용할까요.

    우선 척추 및 관절에 영향을 줘 각종 자세가 틀어집니다. 근육은 파워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뼈와 관절을 묶어주는 포장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오래 앉아 있을 때는 근육이 자극을 받지 못해 소실하기 시작합니다. 

    이 같은 근육의 퇴행은 둔근부터 시작해 복근, 요근, 척추기립근, 목근육, 고관절 주변 근육에 영향을 미쳐 도미노 현상처럼 체형이 무너지는 것이죠. 신체의 균형이 깨지면 다양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고관절이나 무릎관절염은 물론이고, 경추와 척추가 휘고, 각종 근육통에 시달립니다. 마치 좌우 기울기가 다른 차를 모는 것처럼 종국에는 스포츠 손상이나 낙상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죠.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대사증후군은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으로 가는 길목이지요. 엉덩이 근육처럼 큰 근육은 에너지를 태우는 공장인데, 공장 생산라인이 줄어드니 열량이 남아돌아 살이 찌고, 여기에 인슐린 저항성까지 찾아오는 겁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23시간 TV를 시청하는 남성은 11시간 시청하는 남성보다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64%나 높다는군요. 의자병은 심지어 불안감이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더 나아가 암에 걸릴 가능성까지 높인다고 해요.

    또 다른 논문에선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흡연만큼 사망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신체적 비활동은 전염병을 제외한 사망 원인 4번째이며, 전 세계에서 예방 가능한 300만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주장의 근거입니다.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의자병’이라는 위험인자가 등장한 것이지요. 

    이제 곧 겨울 초입에 들어섭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활동량이 크게 줄어듭니다.

    먼저 나의 앉아 있는 시간과 건강 위험 수준을 찾아보세요. 하루 4시간 미만으로 앉아 있는 사람은 저위험군, 4~8시간은 중위험군, 8~11시간은 고위험군, 11시간 이상은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합니다.

    자신이 고위험군에 속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 됩니다. 그리고 무조건 움직이세요.

    집에서는 전화통화를 할 때, 텔레비전을 볼 때도 일어나 서성거리거나 스트레칭이라도 하시길 권합니다. 회사에선 동료에게 전화나 문자교환 대신 찾아가 업무 얘기를 하는 식입니다. 영유아라도 마찬가집니다. 한 시간 이상 유모차에 앉아 있도록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제가 아는 의사는 집에 있는 의자를 치우고 책상을 서 있는 높이로 키웠다고 합니다. 원고를 쓰는 등 컴퓨터 작업을 서서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확실합니다. 하루 평균 3시간씩 1년 동안 서 있는 시간을 늘리면 열량을 3만㎉나 소모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약 8파운드(3.6㎏)의 체내 지방을 태울 수 있는 열량이라고 하는군요. 

    강도 높은 운동은 가장 효과적인 의자병 예방책입니다. 만일 불가피하게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면 60~75분 정도 격렬한 운동을 권합니다. 둔근운동을 소홀히 하신다면 반드시 포함하도록 합니다. 

    다음은 둔근을 살리는 세 가지 운동법입니다.

    ①히프 조이기: 무릎을 세우고 편안하게 누운 뒤 공이나 베개를 다리 사이에 끼웁니다. 양쪽 무릎으로 공을 압박하고, 5초간 머문 뒤 천천히 풀어줍니다. 이렇게 10회 반복. 

    ②누워 다리 올리기: 누운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곧게 펴고, 한쪽 무릎은 구부립니다. 곧게 편 다리를 45도 각도까지 올려 2~3초 머문 뒤 천천히 내려놓는다. 이렇게 양쪽 15회 반복. 

    ③뒤로 발 뻗기: 무릎으로 엎드린 뒤 양발을 번갈아 뒤로 올리는 동작. 뒤로 뻗는 발의 무릎을 펴고 가능한 높이까지 올립니다. 이때 허리를 사용하지 않고 엉덩이에 힘을 주는 것이 요령. 양쪽 번갈아 15회씩. 

    엉덩이 근육을 발달시키는 좋은 운동으로는 계단 오르기와 런지, 스쿼트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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