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장염에 병원비 70만원? 너무하는 동물병원 진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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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 장염에 병원비 70만원? 너무하는 동물병원 진료비

    과도한 동물병원 진료비로 반려인 부담
    병원마다 제 각기 다른 진료비도 문제
    표준 의료수가 부재가 원인으로 지적

    • 입력 2021.10.29 00:01
    • 수정 2021.11.01 00:37
    • 기자명 남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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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살 웰시코기를 반려견으로 키우고 있는 A(51·석사동)씨는 최근 반려견이 아파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동물병원에서는 몇 가지 검사 후 장염이라는 진단과 염증 수치가 높아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의 반려견은 1박 2일간 입원 후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A씨는 병원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진료비 청구서에는 각종 검사료와 입원비 등을 포함해 70만원을 육박하는 비용이 적혀 있었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과도하게 높은 동물병원 진료비로 반려인들의 불만이 높다.

     

    과도한 동물병원 진료비로 반려인들의 불만이 높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과도한 동물병원 진료비로 반려인들의 불만이 높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반려동물의 비싼 진료비는 반려인들에게 큰 고민거리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실시한 ‘동물병원 관련 소비자 인식도 조사’에서 반려인의 80.7%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반려인이 부담하는 1회 평균 진료비도 8만3000원에 달했다.

    이처럼 동물병원과 관련된 지출이 보호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이유는 동물병원 진료비의 경우,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아 일반 병원 진료비보다 본인 부담금이 많기 때문이다.

    또 사람에 대한 의료는 공공재로 분류되어 부가세가 면세된다. 반면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는 사치재로 분류되면서 대부분의 진료 항목에 부가세가 부과된다.

    진료비 가격 자체도 부담이지만, 그 가격을 미리 알기 힘들다는 점도 반려인들의 동물병원 이용에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 따르면, 동물병원의 82%가 병원 내·외부 어디에도 진료비를 게시하고 있지 않다.

    이런 깜깜이 진료 속에 반려인들은 과잉진료와 진료비 과다청구를 의심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 △과잉진료 의심(16.7%) △진료비 사전고지 없음(15.8%) △진료비 과다청구(14.1%) 등은 동물병원 이용 소비자 불만 사유 1~3위를 차지했다.

     

    과잉진료 의심과 진료비 사전고지 없음, 진료비 과다청구가 동물병원 이용 소비자 불만 사유 1~3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이정욱 기자)
    과잉진료 의심과 진료비 사전고지 없음, 진료비 과다청구가 동물병원 이용 소비자 불만 사유 1~3위를 차지했다. (그래픽=이정욱 기자)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진료비도 반려인들의 큰 불만 사항이다.

    MS투데이의 취재 결과, 춘천 지역 동물병원들의 진료비는 병원마다 각각 달랐다.

    대부분 반려인이 필수로 하는 종합 백신 예방접종의 경우 2~5만원 사이로 2배 이상 차이 났다. 중성화 수술(소형견 수컷 6개월령 기준)은 10~30만원으로 3배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다른 이유에 대해 동물의 경우 ‘표준 의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동물 표준 의료수가’의 부재는 최근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펫 보험’의 활성화에도 저해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보험사가 손해율을 쉽사리 예상할 수 없게 해, 적절한 펫 보험 상품 출시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적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수의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반려동물의 의료수가를 표준화하고 진료비를 사전고지하도록 한 것 등이 골자다.

    대한수의사회도 수의사법 개정 추진에 맞춰 최근 진료비 표준화를 위한 연구 입찰을 공고했다. 연구 주제는 ‘동물병원의 질환 및 치료행위 코드화’, ‘진료 절차 표준안 개발’ 등이다.

    앞서 지난 2019년 10월에는 경상남도가 전국 최초로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실시했다.

    경남 수의사회와의 협약을 통해 현재 경남에 있는 동물병원 90% 정도가 자율표시제에 참여 중이다. 단 전국적인 확산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표시제에 참여한 경상남도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가 진료비 안내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경상남도 제공)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표시제에 참여한 경상남도의 한 동물병원 수의사가 진료비 안내를 부착하고 있다. (사진=경상남도 제공)

    내년 대선을 앞둔 대선주자들 역시 반려동물 정책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반려동물 양육비를 낮추기 위해 “동물병원의 진료 항목과 진료비를 표준화하고, 이용자가 가격을 미리 알 수 있도록 공시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재 대한수의사회와 함께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국민의 힘 의원도 지난 19대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반려동물 의료보험을 도입하고 헌법에 동물보호 조항을 넣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남주현 기자 nam01@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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