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 후 쌓인 쓰레기 산...갈 길 먼 자원순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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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 후 쌓인 쓰레기 산...갈 길 먼 자원순환경제

    23일 명절 연휴 직후 재활용품 수거 재개
    적재할 공간 부족, 외부 쌓인 페트병 더미
    스티로폼 처리 부담 커져, 최근 설비 증설
    재활용 자원 하락, 판매 통한 선순환 의문

    • 입력 2021.09.25 00:02
    • 수정 2021.09.28 00:08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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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연시, 명절 연휴만 지나면 수거되는 폐기물의 양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정상적인 일일 처리량으로 복귀하는데 3주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MS투데이 취재진은 폐기물 처리시설인 춘천시 환경공원 내 재활용품 선별장을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비대면 배달 수요와 맞물리며 명절 기간 춘천지역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재활용품 선별장은 쓰레기가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쓰레기는 유형별, 재질별로 분류돼 ‘재활용 자원’으로 다시 시장에 나간다.

     

    분류, 선별 작업 후 유가 판매를 위해 적재되어 있는 플라스틱 자원. (사진=박지영 기자)
    분류, 선별 작업 후 유가 판매를 위해 적재되어 있는 플라스틱 자원. (사진=박지영 기자)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 어디로 갔을까
    추석 연휴 기간 배출이 중지됐던 소각용 생활폐기물과 재활용품은 지난 22일 늦은 밤부터 수거됐다. 이미 지난 23일 오전 재활용품 선별장은 밤사이 모인 폐기물로 포화 상태가 됐다.

    춘천 내 각 가정에서 분리 배출한 재활용품은 신동면 혈동리에 있는 선별 처리시설로 수거, 운반된다. 반입된 재활용품은 파봉기와 선별 컨베이어를 거치면서 분류된다. 폐지와 직물류, 비닐류, 병류가 색깔별로 선별된다. 캔류는 자동 선별기에 의해 철과 알루미늄으로 각각 구분해 압축한다.

    플라스틱류는 선별을 거치면서 PET, PP, PE, PVC, PS 등 세부 분류를 통해 압축 결속된다. 스티로폼은 파쇄 처리한 후 잉고트(ingot) 형태로 만든다.

    제로웨이스트(Zero-Waste)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배출 이후에는 잘 수거돼 새로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복잡한 선별 작업을 거친 재활용품이 품목별로 다시 판매돼 이익을 얻는 ‘자원순환경제’가 실현되는 구조가 이상적이다.

    춘천시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는 1일 60t의 플라스틱과 비닐, 유리, 철, 캔류, 페트병류를 처리한다. 선별 처리에는 컨베이어 벨트 등 기계도 동원되지만, 세부 재질별 분류 과정의 경우 사람의 직접적인 작업이 필수적이다.

    선별 과정을 거친 플라스틱은 세부 재질별로 구분돼 압착한 상태로 모여 판매할 수 있는 ‘유가품’이 된다. 재활용 자원이 훌륭한 원료로 탈바꿈하는 절차다.

    그러나 시민들의 배출 단계에서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폐기물은 자원이 아닌 ‘쓰레기’로 전락하고 만다. 야적장 한쪽에 모인 페트병 묶음을 보면, 배출 단계에서 선별 분리해 수거된 투명 페트병과 혼합 배출 후 선별 수작업을 통해 걸러진 페트병 자원의 품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배출 단계에서부터 선별된 투명 페트병(사진 왼쪽)과 선별장에서 작업 과정을 거쳐 분류된 일반 페트병(사진 오른쪽). 재활용 자원으로의 품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박지영 기자)
    배출 단계에서부터 선별된 투명 페트병(사진 왼쪽)과 선별장에서 작업 과정을 거쳐 분류된 일반 페트병(사진 오른쪽). 재활용 자원으로의 품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박지영 기자)

    자원을 기반으로 돈이 돌고 쓰레기가 다시 가치를 얻는 자원순환경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올바른 분리배출이 뒷받침돼야 한다.

    선별장 한쪽에는 노란색 봉투에 묶여 별도 수거된 투명 페트병이 쌓여있었다. 재활용 자원으로의 가치가 높아 별도 수거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다른 재질의 플라스틱이 섞여 있거나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수거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이 경우 재활용 자원을 원료 화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섞여 가치 평가가 절하될 수 있다. 그 때문에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씻은 후 압착 해 배출해야 한다.

    야적장에는 수개월째 팔리지 않는 비닐류가 거미줄이 쳐진 채 방치돼있었다. 비닐(필름류 플라스틱)은 국내에서 폐기물 고형연료,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플라스틱 분해 기름 등의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재활용 가능 자원인 비닐류의 시세가 좋지 않아 매입하려는 업체를 찾기 쉽지 않다. 이는 잘 모으고, 잘 버려도 순환 체계를 거쳐 새로운 자원으로 재탄생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선별, 압축 작업을 마친 비닐류가 판매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영상=박지영 기자)
    선별, 압축 작업을 마친 비닐류가 판매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영상=박지영 기자)

    ▶명절 선물세트가 만든 스티로폼 산
    발포 폴리스타이렌(EPS)은 충격 흡수, 단열 효과가 좋아 완충재나 보온보랭 포장재로 사용되며 흔히 ‘스티로폼’으로 불린다. 명절 기간 선물용 포장에 많이 활용돼 배출량도 많아지는 재활용품이다.

    지난달 스티로폼 선별장에는 시간당 300㎏을 처리할 수 있는 7000만원 상당의 신규 기계가 도입됐다. 이 기계는 파쇄와 포장용 접착테이프 자동 분리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티로폼 배출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기계로는 일일 반입량을 처리하기 벅찼기 때문이다. 테이프 접착제가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반입되는 스티로폼도 많아 이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설비가 필요했다.

    새 설비 도입 이후 명절 전후로 매일 5명씩 투입되던 스티로폼 선별 인력이 3명으로 줄었다. 또 수거 과정에서 손실되는 원료 비율도 15% 이상 감소해 생산 효율이 향상됐다.

    그러나 처리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눈으로 마주한 스티로폼 산더미는 어마어마했다. 파쇄 작업 중인 근로자가 스티로폼에 파묻혀 보이다시피 했다.

     

    춘천시 환경공원 내 스티로폼 선별장. 가득 들어찬 스티로폼 속으로 작업 중인 근로자가 보인다. (사진=박지영 기자)
    춘천시 환경공원 내 스티로폼 선별장. 가득 들어찬 스티로폼 속으로 작업 중인 근로자가 보인다. (사진=박지영 기자)

    시설을 안내한 춘천도시공사 소속 유진현 씨는 “지난 설 연휴 이후에는 스티로폼 선별장이 가득 쌓여서 적재할 공간마저 부족했다”며 “신규 파쇄기 도입으로 사정이 나아졌지만 그만큼 10년 전과 비교해 시민들의 스티로폼 사용이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를 살펴보면, 발포 폴리스타이렌(EPS) 잉고트는 지난달 기준 강원지역에서 ㎏당 465원에 거래됐다. 거래금액은 전년 동월(442원)보다 소폭 올랐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719원)과 비교하면 257원(35.3%) 가격이 급락했다. 이처럼 재활용 선별 과정을 잘 거쳐도 자원으로써의 평가가 박해 수거 업체 등에서 외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선별장에 쌓이고 있는 스티로폼. (영상=박지영 기자)
    선별장에 쌓이고 있는 스티로폼. (영상=박지영 기자)

    ▶스티로폼 수거 현장
    춘천시에서는 개별 아파트 단지에 대해 스티로폼을 선별 수거하고 있다. 취재진은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퇴계동 휴먼타운 아파트에서 생활폐기물 수거운반대행업체 소속으로 석사동, 퇴계동, 온의동 권역에서 스티로폼을 수거하고 있는 김정래(59) 기사를 만났다.

    수거 차량을 운행하는 김 기사는 오전 8시 30분 수거 작업을 시작해 이미 5번이나 혈동리 환경공원에 다녀왔다. 명절 연휴 기간 수백 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 한 곳에서만 트럭 하나를 다 채울 정도의 분량이 배출됐기 때문이다. 스티로폼은 부피가 커서 수거 시 운반비가 많이 들고, 탄소 배출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김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은 하루 6회 혈동리에 있는 선별장을 오간다.

     

    명절 직후 첫 수거일, 퇴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스티로폼 수거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이정욱 기자)
    명절 직후 첫 수거일인 지난 23일, 퇴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스티로폼 수거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이정욱 기자)

    경력 20년 차의 김정래 기사는 “아파트 단지 내 집하장 한 곳에서만 수거 차량 적재량의 30% 이상을 실었다”며 “일일 수거량에 한계가 있어 보름은 고생해야 업무량이 정상화될 것이다”고 토로했다.

    춘천에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펼치고 있는 송현섭 활동가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자원’으로 인식하고 ‘잘 버리는’ 구조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카페 테이크아웃 잔을 PET 소재로 일원화하는 등의 정부 규제를 통해, 재활용 자원이 잘 모이고 또 재사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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