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귀농·귀촌 진단] 2. 춘천은 귀농·귀촌하기 어떤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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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귀농·귀촌 진단] 2. 춘천은 귀농·귀촌하기 어떤 도시?

    • 입력 2021.08.29 00:01
    • 수정 2021.09.03 11:53
    • 기자명 배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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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의 하루는 일찍부터 시작된다.

    너무 더운 시간과 해가 지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농사는 하늘에 맡긴다’라는 말처럼 날씨나 재해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힘이 필요한 일도 많다. 이 같은 이유로 귀농·귀촌 생활은 절대 쉽지 않다. 춘천에 연착륙한 부부 귀농인과 귀촌을 꿈꾸는 예비 귀촌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양강 오미자 농원의 이계순 대표가 오미자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소양강 오미자 농원의 이계순 대표가 오미자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배지인 기자)

    ▶ “귀농은 신중 또 신중”
    소양강 오미자 농원의 이계순(69) 대표는 춘천 신북읍으로 귀농한 지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춘천이 고향인 이 대표와 남편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이 대표는 퇴직 후 쉬다가 가족의 병간호를 하며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 보니 “사는 게 아니라 살아있기만 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시아버지가 양잠업(누에를 기르는 사업)을 위해 사뒀던 신북읍의 땅에서 농사를 짓기로 하고 토양·수질 검사를 마친 후 남편과 함께 춘천으로 귀농했다.

    처음에 왔을 땐 배척하는 사람도, 퉁명스러운 사람도 있었다.

    이 대표가 택한 것은 정면 돌파였다. 모임이 있으면 참여했고 인사도 싹싹하게 했다. 성실하게 농사짓고 나눌 것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이 대표는 “이제는 어르신들이 반찬도 나눠주시고 직접 기른 농산물도 가져다주신다”라며 만족해했다.

    “농사는 과학”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는 처음 귀농했을 때 춘천에 오미자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어 경상북도 문경, 전라북도 장수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오미자를 공부했다. 농대를 나온 남편도 10년간 농업 일지를 기록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 대표는 “귀농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일하기 싫을 때 ‘시골 가서 농사나 지을까’라고 쉽게 말하지만, 만만히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해야 할 일도 많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라며 “연구도 많이 하고, 다른 농장에서 일도 해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라고 추천했다. 병충해나 동해와 같은 피해도 닥칠 수 있다. 춘천은 겨울 날씨가 추워 땅이 얼어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이 대표는 “인건비가 오르는 데에 비해 농산물값은 크게 오르지 않아 인력을 쓰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작년에 춘천시에서 지원해줘서 일주일 정도 농사일을 도우러 사람이 왔는데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소일거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일을 주고, 농장에는 바쁜 시기에 일손을 덜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정책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권인자(왼쪽) 씨와 김득중 씨. (사진=배지인 기자)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권인자(왼쪽) 씨와 김득중 씨. (사진=배지인 기자)

    ▶힘들지만 보람찬 귀농·귀촌 생활
    6개월간 농촌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현재 춘천 동면 은행나무마을에서 지내고 있는 권인자(58) 씨와 김득중(67) 씨를 만났다.

    서울 토박이인 권인자 씨는 남편이 퇴직하며 귀농에 관심을 두게 됐고 부부가 함께 농촌을 체험하러 왔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8명의 교육생 중 최고령자인 김득중 씨는 서울에서 30여 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친 후 귀농에 관심을 두고 프로그램에 신청해 홀로 왔다. 이들은 지난 4월 입소해 춘천시 농촌 생활 5달째를 바라보고 있다.

    권인자 씨와 김득중 씨는 입을 모아 “생각보다 너무 힘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벌레를 잡으러 나가고 풀을 뽑아야 한다. 처음에는 농작업이 너무 고되 프로그램을 계속해야 할지도 고민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이제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새싹이 자라고 열매를 맺고 수확할 수 있다는 설렘도 느끼게 됐다. 권인자 씨는 “이제는 농작업을 소화할 체력도 생기고 농사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라며 “지금은 참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득중 씨는 “오랜만에 도시에 가보니 소음과 매연이 피부에 와닿더라”라며 “이곳은 좋은 공기와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어 좋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사람 다 귀농은 너무 힘들 것 같아 귀촌하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작은 텃밭을 가꾸는 정도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권인자 씨는 “선생님(김득중 씨)은 농촌살이 모범생”이라고 칭찬했다. 김득중 씨는 아침 일찍부터 텃밭의 풀을 뽑는 등 마을 주변을 정리한다. 내 집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마을을 내 집처럼 생각하고 가꾼다. 김득중 씨도 “그러다 보니 동네 분들도 먼저 인사해주고 도와주신다”라며 “점점 친해지니까 이런 게 농촌의 좋은 점이란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춘천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과 접근성이 좋아서다.

    도시에 있는 지인들과 왕래도 편하다. 처음 귀농이나 귀촌을 하는 사람들은 너무 시골이면 적응이 힘들다는 게 권인자 씨의 조언이다. 완전히 시골도 도시도 아닌 춘천의 중간적인 성격에 매력을 느꼈다.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땅값이 비싼 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서울과 가까운 춘천은 농촌 지역이라도 농지가 저렴하지 않았다. 작은 텃밭도 가꿀 수 없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연립형 주택들도 저렴하지 않다. 이에 전·월세나 다른 지역으로의 귀촌도 다양하게 고민 중이다.

    이들은 인터넷 강의나 이론 교육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전했다.

    ‘과연 내가 농촌에서 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권인자 씨는 “다만 6개월 과정을 봄부터 초가을까지라는 좋은 시기에 지내는데, 춘천의 열악한 겨울을 보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며 “6개월 프로그램을 마치고 시에서 주거공간을 빌려줘 사계절을 보내볼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이어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주민과의 유대관계를 개척해 나가보는 기회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끝>

    [배지인 기자 bji0172@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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