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시 춘천, 관문 기차역 인근 방치 자전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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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도시 춘천, 관문 기차역 인근 방치 자전거 ‘심각’

    자전거 보관소 먼지·쓰레기 쌓인 자전거 수십 대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유모차까지 무질서 점령
    10일 이상 동일 장소 무단방치 강제처분 가능
    연 2회 방치 자전거 수거...재생자전거 사업 진행
    자전거, 개인 사유물...처리 어려워 ‘시민 협조 필요’

    • 입력 2021.08.02 00:01
    • 수정 2021.08.04 00:11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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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춘천역 자전거 보관소에 주차된 대부분의 자전거가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남춘천역 자전거 보관소에 주차된 대부분의 자전거가 오랜 기간 방치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관문과 주요 지점에 설치된 내 자전거 보관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이용객 불편은 물론 도시미관도 해치고 있다. 

    춘천시는 오는 2024년까지 ‘자전거 천국도시’를 만들겠다며 지난 2019년 발표 당시 0.1%인 자전거 출·퇴근율을 3%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시는 매년 자전거 보관소를 4곳씩 추가 설치하며 자전거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춘천하수처리장과 석사동 행정복지센터, 춘천인형극장, 소양도서관에 총 50대의 자전거 보관이 가능한 거치대를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올해는 효자1동 효자문경로당 앞에 설치를 완료했으며, 우두동과 거두리에도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전거 보관소마다 오래 방치된 자전거가 거치대를 점령하면서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도시 미관까지 해치고 있어 시설확대에 뒤따르는 관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MS투데이가 지난 28일 남춘천역 자전거 보관소를 직접 확인한 결과, 안장과 손잡이에 수북하게 먼지 쌓인 자전거 수십 대가 방치되고 있었다. 또 바퀴에 바람이 빠지거나, 체인이 훼손된 자전거는 물론 바퀴와 안장 없이 손잡이만 남아 기능을 상실한 자전거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주차된 자전거 바구니에는 전단지, 담배꽁초, 마스크, 비닐, 신문지 등 생활 쓰레기들이 버려지면서 쓰레기통을 연상케 했다.

     

    춘천 대분분의 자전거 보관소에서는 제 기능을 잃고 일부분만 남아 방친된 자전거를 발견할 수 있다. 방치된 자전거의 녹슨 바구니에는 언제 버려진지 모를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춘천 대부분의 자전거 보관소에서는 제 기능을 잃고 일부분만 남아 방친된 자전거를 발견할 수 있다. 방치된 자전거의 녹슨 바구니에는 언제 버려진지 모를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남춘천역 인근 상점 종사자는 “시에서 수거한다고는 하는데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라며 “남춘천역 하부 대부분을 자전거 보관소로 활용하고 있는 만큼 공간을 제대로 관리해서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춘천역 인근을 청소하는 춘천시니어클럽 한 회원도 “자전거들 사이에 쓰레기가 많이 쌓이고, 자전거 바구니에도 전단지, 담배꽁초 등이 버려져 있다”며 “먼지와 자전거로 뒤엉킨 보관소의 모습 때문에 여행객들에게 춘천의 첫인상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 20조에 따르면 10일 이상 동일장소에 무단방치된 자전거는 강제처분될 수 있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소 역시 이에 해당한다.

    본지가 춘천시 생활교통과에 문의한 결과, 춘천시는 매년 상·하반기 각각 1회씩 방치 자전거를 수거한다. 수거된 방치 자전거는 지난 2017년 46대, 2018년 40대, 2019년 302대, 2020년 226대 등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70대를 수거했다.

    같은 기간 폐기한 자전거는 지난 2017년 25대, 2018년 10대, 2019년 77대, 2020년 74대로 수거 대비 폐기 비율은 2018년 25%에서 지난해 32.7%로 최근 3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남춘천역을 자주 이용한다는 시민은 “고장 난 자전거를 그냥 버리고 가는 것 같기도 하다”며 “직접 폐기 처리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자전거 보관소에 놓고 가면 돈 들지 않고 시에서 처리해주니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출·퇴근 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 직장인은 “여름과 겨울에는 자전거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전거 보관소에 장기간 주차하는 경우도 많다”며 “시민이 필요할 때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기간 보관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보관소에 오토바이, 유모차, 전동스쿠터, 전동킥보드 등이 주차돼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자전거 보관소에 오토바이, 유모차, 전동스쿠터, 전동킥보드 등이 주차돼 있다. (사진=조아서 기자)

    최근에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인한 주차 문제도 심각하다.

    24시간 CCTV가 감시하고 있다는 현수막에도 전동킥보드, 전동스쿠터 등 자전거 아닌 개인형 이동장치가 무분별하게 주차돼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자전거 보관소 근처 오토바이 주차 금지 팻말도 곳곳에 있었지만, 먼지 쌓인 다수의 오토바이가 공간을 차지하고,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유모차까지 방치돼 있다.

    이에 춘천시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관련해 논의가 지속해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인도에 방치되기보다는 보관소에 주차하는 게 보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덜 수 있을 것 같아 현재로선 자전거 보관소에 주차된 개인형 이동장치들을 수거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춘천시는 지난 2013년부터 도심 내 골칫거리였던 방치 자전거를 수거해 수리한 후 학교에 기증하는 자전거 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217대를 기증했으며 오는 9월에도 100대를 기증할 계획이다.

    춘천시 생활교통과 오영택 주무관은 “민원이 들어오면 상시로 현장에 나가 수거해 오지만 개인 사유물이라 시에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펜스나 길에 세워두기보다 귀찮더라도 자택에서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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