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내 5개 시군이 ‘보건소장’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길게는 1년이 넘도록 공석인 곳도 있는데 수차례 공모를 해도 지원자가 없거나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시·속초시·동해시·고성군·양구군 등 도내 5개 시군의 보건소장 자리가 비어있다. 춘천시의 경우 지난해 6월 전임자가 직위 해제된 이후 4차례나 공개모집을 했지만,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세 차례 공모하는 동안 지원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의사면허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었던 자격요건도 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약사까지 가능하도록 완화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난달 4차 모집에서도 지원자가 2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적임자가 없어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다.
속초시도 보건소장 공백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채용 공고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동해시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보건소장을 찾고 있는데, 지원자가 드물고 적임자가 없어 행정복지국장 겸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고성군과 양구군 상황도 마찬가지다.
보건소장 구인난의 이유는 낮은 보수가 꼽힌다. 개방형 4호인 보건소장은 급수로 따지면 4급으로 임금도 같은 수준으로 받는다. 4급의 연봉 하한액은 6600만원이며, 능력과 경력에 따라 하한액의 130%인 8500만원까지 올릴 수 있지만, 의사 평균 연봉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공무원으로서 의회 사무감사, 각종 회의 등 행정업무도 맡아야 한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일부 의료원이 연봉 3~4억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보건소장 급여가 너무 적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속초의료원은 전문의가 대거 그만두자 연봉 4억원을 제시해 어렵게 인력을 충원했다. 이마저도 최근 의료파업 등으로 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막연하게 사명감만 호소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나 지방은 억대 연봉을 줘도 잘 가려고 하지 않는데, 현재 보건소장 연봉을 보고 갈 이유가 있냐”고 말했다. 은퇴한 의사들이 노후 봉사차원에서 지원해 주기만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 영입을 포기하고 보건소장을 내부직으로 전환한 지자체도 나왔다. 태백시는 지난 4월 조례를 바꿔 보건소장직을 4급에서 5급으로 낮추고 보건 직렬 공무원의 승진 인사를 냈다.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외부 모집을 진행했지만, 지원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지역보건법 개정에 따라 법적 기준이 완화된 것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준비 기간을 거쳐 조만간 다시 모집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