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관광 1번지’⋯표류하는 강원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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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관광 1번지’⋯표류하는 강원관광재단

    인력 부족 탓 ‘관광 동향’ 발간 지연
    예산 삭감, 전문 인력도 태부족
    대형 이벤트 기획 등 돌파구 부재
    ‘실무경험 부족’ 정치인 대표 시험대에

    • 입력 2024.07.04 00:09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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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관광재단은 관광 마케팅 분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2020년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 출연기관이다. 강원자치도의 관광 산업 도약을 꿈꾸며 설립 4년째를 맞았지만, 최근 인력 부족으로 인해 주요 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주 업무인 관광 산업 활성화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취임한 최성현 대표이사는 정치인 출신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할 경험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원관광재단이 표류를 지속하면 강원 관광 업계의 ‘퀀텀 점프’는 어려워질지 모른다. <편집자 주>

    지난 4월에 강원관광재단이 발표할 11쪽짜리 ‘3월 강원관광동향’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았다. 관광산업의 지표와 변화하는 트렌드를 분석한 자료로 관광업계에선 마케팅 및 영업전략을 세울 때 참고하는 보고서다. 4월 보고서도 제때 발간되지 못했다. 6월에 들어서 3, 4, 5월 보고서가 잇따라 발간됐다. 담당 실무진의 퇴사 탓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관광 업계 관계자는 ”재단 대표이사가 바뀐 지 얼마 안 돼 보고서 발간이 지연돼 무슨 일인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재단은 매달 말 전월 강원지역 관광동향 자료를 발간해왔지만, 올들어 보고서 발표 시기가 지연되는 일이 수차례 발생했다. (사진=강원관광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재단은 매달 말 전월 강원지역 관광동향 자료를 발간해왔지만, 올들어 보고서 발표 시기가 지연되는 일이 수차례 발생했다. (사진=강원관광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강원관광재단은 2020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2022년 130억원이었던 사업예산액이 지난해 126억원, 올해 114억원(추경 44억원 포함)으로 감소했다. 특히 실무를 담당할 경험 있는 직원들이 잇따라 퇴사하고, 경력이 낮은 신입사원들로 대체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강원자치도에 관광객을 대거 끌어모을 수 있는 대규모 이벤트를 기획하지 못해 관광객 유치 실적도 부진하다.

    강원관광재단은 민관 거버넌스 관점에서 관광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2020년 출범했다. 재정은 강원특별자치도와 각 시·군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난해 재단의 사업 수익 131억7140만원 중 대부분이 지자체 출연금(41억원)과 보조금 수입(90억원)이었다. 

    ▶정원 수도 못 채운 인력 구성

    강원관광재단의 정원은 46명이지만 1일 현재 직원은 38명으로 8명이 부족하다. 그나마 올해 6월 31명(도청 파견 공무원 2명 포함, 국민연금 가입자 기준)에서 한 달 사이 7명을 추가로 뽑아 빈자리를 메운 덕분이다. 문제는 5년차 이상 실무자가 이탈한 자리를 경험 적은 신입사원들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정원 대비 10명이 부족한 강원관광재단 인력 구성. 팀장 아래에서 실무를 담당할 허리 인력인 4급 직원의 결원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강원특별차지도 감사위원회)
    정원 대비 10명이 부족한 강원관광재단 인력 구성. 팀장 아래에서 실무를 담당할 허리 인력인 4급 직원의 결원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강원특별차지도 감사위원회)

     

    ▶관광 실적 악화, 광역 단위 재단의 모호한 역할

    올해 들어 강원자치도의 관광객 유치 실적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을 통해 분석한 결과, 최성현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강원을 찾은 관광객은 1년 전보다 4.2% 감소했다. 숙박방문자 5.7%, 체류 시간 14.9%, 관광 소비는 6.1% 각각 줄었다. 관광 목적으로 강원을 찾은 여행객이 그만큼 줄어들고, 그에 따른 경제 효과도 미흡한 상황이다. 영서권의 대표 관광지인 춘천은 방문객 4.8%, 체류 시간이 13.3% 줄었고, 영동권 대표주자인 강릉도 방문객 5.7%, 체류 시간이 14.8% 감소하는 등 부진하다.

     

    최성현 대표이사 취임 이후 강원지역 관광객 추이. 모든 지표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최성현 대표이사 취임 이후 강원지역 관광객 추이. 모든 지표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이 같은 관광객 감소의 저변에는 강원 관광의 싱크탱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재단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R&D) 기능이 없고, 마케팅 중심 실무진으로만 구성돼 자체적인 의제 발굴이나 연구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강원도 원주로 옮겨왔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협업 같은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초 지자체 단위의 관광 전담 조직인 강릉관광개발공사와 비교해도 강원관광재단은 역할이 모호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지역관광조직 현황 진단과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강릉관광개발공사는 자원 관리, 마케팅, 콘텐츠, MICE, 관광산업 등 지역 관광의 전방위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강원관광재단의 경우 사업체 지원 등과 같은 관광산업 분야 지원 기능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서 '방만 운영' 지적, 리더십 위기 속 신임 대표 취임  

    지난해 연말 정기 감사에서 강원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는 강원관광재단의 ‘인사 관리 및 조직 운영 소홀’을 지적했다. 매년 인사운영 계획을 수립해 기본 방향을 공개해야 했으나, 조직 출범 이후 3년이 지나도 기본 계획조차 없었다. 

    수의계약 체결 업무 소홀로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지적됐다. 2개 이상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야 했지만, 1곳에서만 견적서를 제출받아 수의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10건, 2억2000만원에 달했다.  또 최근 2년간 22건의 해외 출장을 다녀오면서 계획서와 결과보고서를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취임 축하 화분과 쌀을 아름다운가게에 전달하는 것으로 공식 대외 업무를 시작했다. (사진=강원관광재단)
    지난해 11월 부임한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취임 축하 화분과 쌀을 아름다운가게에 전달하는 것으로 공식 대외 업무를 시작했다. (사진=강원관광재단)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11월 부임한 최성현 대표이사는 공모 과정을 통해 임명됐지만, 여전히 꼬리표처럼 붙는 ‘낙하산’ 논란으로 재단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 대표가 강원대 관광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실무 집행 능력에 대해선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재단은 인력 부족, 실적 부진 등의 위기에 대해 “출연금 규모를 늘릴 수 있도록 도지사에 건의하고 추가 채용도 할 계획”이라며 “지난 3년간 기틀을 닦았다면 이제 신임 대표이사가 영업력을 발휘해 사업을 확대하고, 여러 지역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할 시기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자신에게 붙는 전문성 의혹을 실적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대규모 MICE 행사로 숙박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해도 지역 내 리조트는 오래됐고 수용 규모도 적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올해는 자생력 강화를 위해 장기 비전을 세우고 자체 사업을 확대하며, 관광 마케팅 관련 사업 예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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