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사 구분 못 하는 시장 때문에 위법 상황에 내몰린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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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공사 구분 못 하는 시장 때문에 위법 상황에 내몰린 춘천시

    • 입력 2023.12.05 00:01
    • 수정 2023.12.06 12:04
    • 기자명 엠에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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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가 육동한 시장 취임 후 그의 모교인 한양대 측에 수차례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가 육동한 시장 취임 후 그의 모교인 한양대 측에 수차례 광고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시가 육동한 시장의 모교인 한양대 교지와 동문회보에 한 번에 220만원 하는 광고를 3차례 집행해 총 660만원의 시 예산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고 내용은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여행 오라’는 것으로 춘천시가 광고주로 돼 있지만, 시장 모교가 아니었으면 그런 광고가 실릴 까닭이 없었으니 전적으로 ‘육동한 광고’인 셈이다. 춘천시에선 “홍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광고했을 뿐, 육 시장 학연과는 무관하다”고 둘러대지만,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되는 변명이다. 홍보 효과를 생각했다면 왜 많고 많은 대학 중에 유독 육 시장이 나온 학교에만 광고를 한단 말인가.

     원론적으로 말해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고위공직자가 자신이 나온 학교를 사랑하고 후원하는 것을 뭐라 나무랄 수는 없다. 공직자 신분으로 동문 모임에 참석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행위는 아니지만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것까지는 없다. 개인 자격으로 참석하고 개인 돈으로 후원하는 것은 사적 영역에 해당한다. 그런데 공직자가 직책에서 비롯되는 권한을 자신이 인연 맺고 있는 사적 단체를 위해 사용한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공직 윤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엄중히 비판받고 경우에 따라 의법 조치되어야 할 사안이다.

     춘천시에선 이번 특혜 광고 사건을 “고작 660만원인데” 하며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려 든다. “지자체장에게 그 정도 재량권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시장의 사적 목적을 위해 시민의 혈세를 쓰는 것이라면 단돈 십원이라도 면책될 수 없다.

     문제의 광고에 위법의 소지는 없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현행 정부광고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을 포함한 정부 기관의 장은 홍보 매체에 정부 광고를 할 때, 소요예산과 내용 등 필요사항을 적어 문화체육부에 요청하게 돼 있다. 이 요청을 받은 문체부는 홍보 매체를 선정함에 있어 요청 기관의 의견을 우선하되, 광고의 목적, 국민의 보편적 접근성 보장 등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 그러니까 춘천시가 특정 대학 동문회보에 광고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문체부에 공문을 보내 “우리 의견을 감안해 홍보 매체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승인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생략하고 매체와 직거래했다면 명백한 위법행위로 시정조치를 요구받게 된다.

     혹시라도 춘천시가 “이런 것까지 정부광고법 대상인가” 하며 안일하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부 광고란 정부 기관 등이 국내외 홍보 매체에 광고 홍보계도 공고 등을 위해 하는 모든 유료 고지행위를 말한다. 춘천시가 대학 동문회보에 하는 광고도 당연히 정부 광고이고, 정부광고법 적용 대상이다. 기본적인 공사조차 구분 못 하는 시장 때문에 시 행정이 위법 상황에 내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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