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연금’이라도 탈래요”⋯은퇴 후에도 빈부격차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손해연금’이라도 탈래요”⋯은퇴 후에도 빈부격차

    올해 조기 수급자 첫 6만명 선 돌파
    수급 연령 늦춰져, 생계 문제 영향
    조기 수령 과반수 평균 소득 못 미쳐
    고소득자 수급 연기 늘어⋯연금 양극화

    • 입력 2023.11.07 00:01
    • 수정 2023.11.09 00:03
    • 기자명 진광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연금을 제때, 깎이지 않고 받아보려 아등바등 버텨봤지만, 퇴직하고 당장 먹고살기도 빠듯하더라고요. 먼저 받는다고 할수밖에 없었죠.”

    춘천시민 안모(61)씨는 최근 국민연금 조기 수령을 신청했다. 당초 내년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 수급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밀리면서 뜻하지 않게 1년을 더 기다리게 됐기 때문이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급여가 깎이는 점을 감수하고도 생계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 안씨는 “퇴직금으로 소득 공백을 어떻게든 메꿔서 연금을 제때 받으려고 했는데, 1년이 더 밀려버리니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소득 공백을 버티지 못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연금을 앞당겨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저소득자는 먼저 덜 받고 고소득자는 나중에 더 많이 받으면서 노후 생계에서도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연도별·월별 조기노령연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조기 연금 수급자는 6월까지 6만3855명에 달한다. 지난해 1년간 집계된 5만9314명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최근 5년간 조기 수급자는 6만명 선을 넘은 적이 없었지만, 올해 누적 10만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늦춰진 가운데 연금 조기 수령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MS투데이 DB)
    올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늦춰진 가운데 연금 조기 수령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MS투데이 DB)

     

    국민연금연구원은 정년 이후 소득 공백기의 생계비나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금을 앞당겨 받는다고 분석했다. 연금은 2012년까지만 하더라도 60세에 지급됐지만, 1차 연금개혁을 통해 2033년까지 5년마다 1세씩 연장해 최종 65세부터 받도록 변경됐다.

    실제 조기 수급자 가운데 과반은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286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100만원 이상 150만원 미만이 가장 많다. 여기에 연금을 1년씩 일찍 받을 때마다 수급액이 6%(월 0.5%) 감소하는 만큼 실제 수령액은 더 적어진다. 지난 4월 기준 조기 수급자 평균 수령액은 월 65만4963원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가입자는 연금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연금 수급을 최대 5년까지 미루면 연 7.2%의 가산금리를 받을 수 있어서다. 연금을 연기한 가입자는 올해 10만명을 돌파했다. 이들 가운데 과반수는 월 소득이 300만원 이상, 43.5%는 400만원을 초과했다. 연금 소득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지만, 구체적인 조정 방안이 빠져 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핵심인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수치는 빠진 채 연령별 인상 속도 차등이라는 방향성만 제시했기 때문이다. 보험료율을 청년층에서 천천히, 중장년층에서 빠르게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출산·고령화 심화로 국민연금 고갈이 가파른 상황에서 개혁은 수년째 지지부진하면서 재정만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9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