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맨발걷기길 ’봄내맨발로‘ 조성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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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맨발걷기길 ’봄내맨발로‘ 조성을 위한 제언 

    ■ 정미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지회장​​​​​​​·위드더레이크 대표

    • 입력 2023.10.15 00:00
    • 기자명 정미경 맨발걷기운동본부 춘천지회장​​​​​​​·위드더레이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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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미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지회장​​​​​​​·위드더레이크 대표
    정미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지회장·위드더레이크 대표

    춘천시가 사업비 7000만원을 투입해 이달부터 봄내맨발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10월 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춘천형 맨발걷기 길인 ‘봄내맨발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필자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지회장의 자격으로 초청받아 자리를 함께했다. 

    필자가 맨발걷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맨발로 걸어라: 땅이 주는 치유의 선물>을 읽고 나서다. 이에 앞서 <어싱: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라는 책을 읽고 땅과의 접촉, 즉 접지(Earthing, 어싱)에 관심을 가졌던 터라 ‘맨발로 걸어라’에서 강조한 접지의 치유 효과에 관심이 갔다. 당장 맨발로 걷기를 시도해 보고자 집을 나섰다. 그러나,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열악한 상황과 바쁘다는 핑계로 맨발걷기를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라는 전국단위의 조직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오픈 채팅방, 카페 등 소셜미디어(SNS)에 가입하여, 전국의 맨발걷기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맨발걷기 전도사인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은 2016년 서울 강남 대모산에서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개설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맨발걷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2018년 맨발걷기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2023년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로 확대 개편하였다. 현재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는 전국에 40여 개의 지부, 지회가 있고 회원 수만 3만여 명에 이른다.

    2023년 2월에는 전주시에서 전국 최초, 세계 최초로 맨발걷기 활성화 관련 조례가 전주시의원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전주시장은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시책과 사업을 발굴·추진해야 하며, 공동주택과 도시공원 등에 흙길과 세족대 등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또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 예산을 지원할 수 있고, 도시공원 등에 보도를 만들 때 맨발 걷기 산책로를 최소 30% 이상 우선 검토해 반영할 수 있다. 

    조례가 통과되면 ‘누구나 내 집 앞에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겠구나! 비싼 등산복이나 등산화, 자전거가 없어도 맨발로 걷기만 하면 누구나 건강해질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필자는 수소문을 하여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임원진에게 연락해 춘천에도 맨발걷기 조례가 생기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가능한 방법을 물어봤다. 1차적으로 돌아온 답변은 ‘우선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서 맨발로 걷는 시민들의 단합된 힘을 모으라’는 것이었다.

    2023년 2월 18일,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지회는 그렇게 출발했다. 3월에는 필자가 기획하여 ‘맨발걷기 체험의 날’ 이벤트를 열어, 애니메이션 박물관 일대에서 맨발걷기 기본 강의와 맨발걷기 체험을 진행했다. 4월에는 ‘호수리트릿’ 이벤트를 열어, 중도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맨발걷기를 했다.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정기적인 모임을 진행했다.

    춘천교대 운동장에서 5명이 모여, 주 1회 맨발걷기를 시작했다. 다음 모임에는 또 다른 회원 5명과 함께했다. 그러다 자발적으로 매일 모이자는 의견이 나왔고,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교대 운동장에서 시작된 맨발 걷기 모임은 10월 현재, 회원 수가 320여 명으로 늘었다. 정기적으로 맨발로 걷는 장소도 늘어나 남춘천중·여중, 소양중, 만천초, 춘천초 등에서도 매일 걷는 시민들이 생겼다. 애막골등산로, 안마산, 국사봉, 공지산 등에서 걷는 분들도 많아졌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춘천지회에서 활동하는 회원들 대부분은 가입하자마자 “걷기 좋은 길이 어디 있나요?”부터 묻는다. 그만큼 춘천에서 맨발로 걷기 좋은 길을 찾기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시민들이 춘천교대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경 맨발걷기운동본부 춘천지회장 제공)
    시민들이 춘천교대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정미경 맨발걷기운동본부 춘천지회장 제공)

     

    매일같이 단톡방에서는 맨발걷기의 치유 효과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에서 잘 조성된 맨발길을 공유하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나 지역의 중견기업 및 공기관 등의 지원을 받아 맨발 축제, 맨발대회를 치른다는 소식에 춘천은 뭐 하는 거냐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원주의 맨발걷기대회에 참석했던 회원들, 순천만국가정원에 조성된 어싱 길에 감탄했다는 회원들, 용인의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맨발 길이 너무 부러웠다는 등 타 시도에서 좋은 경험을 했던 회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특히, 호반의 도시 춘천의 특색을 살린 호수 둘레길에 맨발길을 조성하자는 필자의 제안에는 많은 회원분들이 관심을 보였다. 호숫가 경관이 우수한 의암호 일대에 맨발길이 조성되고, 호숫가에서 발을 담그며 수중 접지까지 할 수 있다면 관광객 유치 효과도 있을 거라는 필자의 생각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춘천시는 생활권 내에서 접근성이 좋은 맨발길을 조성하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친시민 정책의 정점이라고 생각하여 진심으로 응원하는 바이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도심 산책로인 호반교부터 효자교까지 공지천 1.3km와 석사근린공원 0.2km 구간에 황토와 마사토, 사양토 등 친환경 소재의 보행공간을 조성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시범운영을 통해 주민 호응도와 개선점을 반영, 내년까지 7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제는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도 필요하다.

    필자는 도심권 맨발로 조성과 더불어 춘천의 차별점,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관광형 봄내맨발로’ 조성도 동시에 추진되길 바란다. 뿐만아니라 축제의 도시 춘천에 맨발걷기를 접목한 고품격 웰니스 축제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꿈꾼다. 허영 국회의원의 1호 공약인 호수국가정원과 연계한다면 춘천시는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맨발걷기 좋은 길을 보유한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얼마전 춘천시에서는 상중도 호수정원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에 완공될 예정인 상중도 정원소재실용화센터, 호수지방정원(호수공원) 등에 ‘맨발걷기길(봄내맨발로)’도 우선적으로 조성해주길 기대한다. 호숫가에 조성될 맨발걷기길은 춘천 천혜의 자원을 살려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이 됨과 동시에 시민의 삶의 질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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