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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7억 혈세 날리고 승진⋯도청에는 ‘책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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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27억 혈세 날리고 승진⋯도청에는 ‘책임’이 없다

    [책임지지 않는 도정] 상. '일단시켜'의 씁쓸한 퇴장
    강원 공공배달앱, 3년도 안 돼 서비스 종료
    "무리한 사업" 경고에도 일사천리로 진행
    최기용 당시 과장 등 담당 공무원은 줄승진
    12년만 도정 교체에도 건재⋯시스템 개선해야

    • 입력 2023.10.12 00:02
    • 수정 2024.01.02 09:25
    • 기자명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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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전임 도정이 공들인 일단시켜, 우리도(나야나), 디피코 등 민관협력 사업이 잇따라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한 때 유행에 편승해 쏟아부은 수백억원의 혈세는 사업 실패로 인해 고스란히 도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물러난 전임 도지사를 비롯 실무 담당 공무원들까지 도민의 혈세 수백억원을 날려놓고는 이에 대해 사과 한마디 하는 사람도 없다. 당시 사업을 추진한 담당 공무원들은 실패한 정책에 책임지기는커녕 오히려 승진해 승승장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S투데이는 강원자치도의 무리한 사업 추진과 무책임한 인사로 낭비되는 도민 혈세의 실태를 2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2020년 12월 강원특별자치도(당시 강원도)는 중개수수료와 가입비, 광고비가 없는 공공 배달앱 ‘일단시켜‘를 출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구상이었다. 도는 가입자 수와 매출액이 증가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뿌리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일단시켜에는 총 27억원의 혈세가 들어갔지만, 오는 15일 출시 3년도 안 돼 서비스를 종료한다. 가입자 수와 이용 건수가 저조하다는 이유다. 일단시켜는 강원자치도가 벌인 세금 낭비의 대표 사례로 남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는 3년간 공공 배달앱 개발과 홍보 등에 27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는 3년간 공공 배달앱 개발과 홍보 등에 27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전임 도정이 혈세를 들여 추진한 사업들이 잇따라 실패로 귀결되고 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최문순 도지사는 3선을 채운 후에 퇴임했고,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오히려 승진해 요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업처럼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도지사를 비롯해 윗선에 얼마나 잘 보였느냐에 따라 승진이 결정되는 특유의 문화 탓이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도지사는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도민의 선택을 받을 수라도 있지만 실무 공무원들은 책임 소재로부터 자유롭다. 이러니 공무원들은 도민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도지사 치적 쌓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실패 예고⋯사업 타당성 조사도 없어

    강원자치도에서 ‘일단시켜’ 앱 개발을 주도한 곳은 경제진흥과였다. 당시 최기용 경제진흥과장은 보도자료를 내면서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강원자치도 대표 배달앱으로 안착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중개수수료, 가입비, 광고비가 없는 ‘3무(無)’ 혜택으로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 많은 가맹점이 가입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도 지역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5~1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당시 도는 일단시켜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을 선전했던 것과 달리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고 지적한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이유는 편리함인데, 공공이 만든 앱이 이미 활성화된 민간 배달 플랫폼의 편리성을 뛰어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수수료 수익이 없는 만큼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세금 투입이 늘어나 오래 지속하기도 어려운 사업”이라고 경고했다. 그렇지만 일단시켜는 경제성이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시 강원도가 일단시켜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배경에는 최문순 당시 도지사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 전 지사는 당시 민관협력 플랫폼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당시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과 화두로 떠오르고 있었고, 민간 배달앱이 높은 배달료 때문에 비판을 받고 있기도 했다. 도 관계자는 “수수료가 없는 공공 배달앱은 도지사 치적을 빛내기 위한 아이템으로 그야말로 제격이었다”며 “공무원들은 도지사에게 들이밀기 좋은 아이템이니 성공 가능성을 제쳐두고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실패 주도하고 줄줄이 승진⋯도정 교체에도 건재

    일단시켜 개발을 주도했던 최기용 당시 과장은 현재 도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국장이 돼 있다. 지난 7월 최 국장은 도의회 경제산업위원회 제321회 회의에서 일단시켜 사업 폐지에 대해 “완전한 일상회복과 대면 소비 트렌드로 전환되면서 배달시장의 성장이 둔화해 공공배달앱 운영을 종료하겠다”고 말했다. 3년 전 “강원자치도 대표 배달앱으로 안착시키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사이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강원자치도는 현재도 “일단시켜는 사업 실패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니 혈세를 낭비한 일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일단시켜를 주도한 당시 경제진흥과 직원들은 도지사가 바뀐 지금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기용 당시 과장은 2021년 1월 1일 일단시켜 출시 한 달 만에 국장으로 승진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당시 승진 사유는 “전국 최초 코로나19 자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강원도 최초 배달앱(일단시켜)출시”이며 다른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이후 경제진흥국과 문화관광체육국을 거쳐 현재 경제국장 자리에 앉았다.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판로 지원을 위한 라이브커머스 사업과 사회적기업 재정지원 사업 등을 진행한다. 일단시켜 사업을 함께 기획했던 당시 김태훈 경제진흥국장과 김권종 경제진흥과 경제분석팀장도 각각 원주부시장, 균형발전과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6월에는 12년 만에 도정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전임 도정의 실무 담당 공무원들이 그대로 중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실력보다 인맥에 의해 좌우되는 공무원 사회의 생태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 도지사 입장에서도 ‘흔들림 없이 도지사에 충성하는’ 공무원이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도청 내부 관계자는 “최기용 국장은 강원자치도 공무원 노조가 행정망 시스템을 통해 국·과장급 간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베스트·워스트 설문조사에서 최악의 간부로 뽑힌 사람”이라며 “명백히 실패한 사업인데 이를 주도한 사람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핵심 국장이 된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령 도지사가 지시하는대로 따랐을 뿐이라고 하더라도 실무자에게도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이 권력을 위한 충복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공복(公僕)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실적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결국 공직자의 책임감과 소신, 강직함이 있어야 하며, 인사권자인 단체장은 뭐든지 시키면 따라야 한다는 제왕적 인식을 버려야 지금 공직사회에 만연한 수많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직사회에서 뭔가 서비스를 내놓을 때는 높으신 분 보여줄 시연작을 만드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이후로는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다”며 “실무 공무원들은 설령 잘못된 지시가 내려오더라도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고, 도지사도 이런 공무원들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도정이 추후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엄격한 인사 검증이 앞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편 예고 : MS투데이는 10월 20일자로 우리도(나야나), 디피코 등 전임 도정 사업의 추진 결과와 혈세 낭비 실태, 그리고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 소재에 대해 후속 보도할 예정입니다. 관련 제보를 기다립니다. ljhy0707@mstoday.co.kr

    [이종혁·최민준 기자 ljhy0707@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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