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강원 산지 경사면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지 태양광은 나무를 잘라내고 산을 깎아 설치하기 때문에 비가 내려 수분을 머금은 토양을 잡아줄 힘이 부족해 장마철에는 더욱 취약하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전체 면적 가운데 산림이 80%를 차지한다. 그만큼 산사태 취약지역도 2900여곳에 달할 정도로 많다. 이 때문에 강원자치도 산지에 분포한 태양광 설비는 산사태 위험 요주의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전력공사의 5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도내에는 1634㎿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서 있다. 아직 태양광으로 인한 산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잠재적 위험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0대 노인이 숨진 지난해 8월 횡성 둔내면 산사태도 태양광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이뤄진 벌목과 지형 변경이 주요 원인으로 산림청 조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태양광 설비 관련 산사태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2018년 11월 태양광 시설 설치가 가능한 경사도 제한 기준을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 등 관리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안병길(부산 서구동구)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지 경사도 기준을 낮춘 이후 허가된 산지 태양광(경사도 제출 대상) 가운데 15도를 초과한 태양광은 24%에 달한다. 도내에서도 태양광 설비 75개가 경사도 기준을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지 태양광 안전관리 특별대책’을 세우고 전국 현장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는 일일 단위로 산지 태양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전체 산지 태양광 설비에 대한 안전 정기검사 주기를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아직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통합적 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태양광 광풍 속에서 국민 안전과 직결된 안전기준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산림청이 국민 생명 보호 가치를 우선해 산지 태양광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광찬 기자 lightchan@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