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재테크 24시] 금 투자 전에 달러·금·금리 관계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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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의 재테크 24시] 금 투자 전에 달러·금·금리 관계 파악해야

    금값, ‘킹달러’ 수그러들자 상승 반전 ⋯ 각국 중앙은행 사재기 나서
    미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나섰지만 여전히 고금리로 금 투자 신중해야  

    • 입력 2022.12.20 00:00
    • 수정 2022.12.21 00:03
    • 기자명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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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풀 죽어 있던 금값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올 초 온스당 2046달러에 정점을 찍었던 금값은 지난 11월 초 163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최근 한 달 동안 상승세로 돌아서 12% 급등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중앙은행은 지난 3분기 금 확보에 나서 보유량이 5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최근 금값 상승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올 초만 하더라도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이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점치는 전문가가 많았다. 경기 하락 속에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금이 오를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전망은 ‘강(强)달러’ 현상과 금리 인상이란 두 가지 악재를 만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금, 달러, 금리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선 금과 달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은 일반적으로 달러로 거래되는데,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금을 구매하는 비용이 커진다. 100달러로 살 수 있던 금이 강달러 현상이 발생하면 90달러로 구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화가 강해지면 금값은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화가 약해지면 금값은 올라간다.

    금리도 이론적으로 금과 역관계다. 금리가 오르면 금은 불리해진다. 금은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자가 붙지 않는다. 주식은 배당을 받고 채권엔 이자가 붙고 부동산은 집세가 나오지만, 금은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어떤 이익도 없다. 안정성은 금의 덕목이지만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금리 상승은 금의 기회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금리가 내린다고 금값에 호재일 수 없는 것이 경기라는 변수가 있어서다. 만약 금리의 하락 반전이 경기 침체와 동행하지 않는다면 금이 오르리란 보장은 없다. 금값 상승의 최적 조건은 저금리에 저성장이다.

    이와 달리 달러와 금리는 같은 방향이다. 예를 들어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값도 꿈틀댄다. 이자 수입이 늘어 해외 자본이 미국으로 몰려들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특히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금리가 높을 때 해외 자본 유입은 가속화한다. 해외 자본이 미국에 투자하려면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달러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강달러는 미국에는 축복이지만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에는 재앙이다. 강달러가 기승을 부린 올해 한국은 자본 유출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사들인 이유 중 하나는 달러 강세로 원화가 너무 싸졌기 때문이다. 원화의 달러 환율이 1100원일 때 80달러가 넘었던 삼성전자를 환율이 1400원을 웃돌면서 40달러만 줘도 살 수 있게 됐다. 만약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원화가 오르면 외국인들은 이익을 보게 된다.

    사실 그동안 달러값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강달러라는 말도 모자라 온갖 변수를 압도한다는 의미에서 ‘킹달러’라는 조어가 탄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매월 발표하는 주요국의 실질 실효 환율에 따르면 달러 가치는 지난 10월 시점으로 34%나 과대평가됐다. BIS가 2000년부터 지표를 작성해 발표한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이런 달러 가치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그간의 강세가 과도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11월 들어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값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4.40으로 떨어져 110을 뚫었던 지난달 초에 비해 5% 넘게 하락했다. 달러가 떨어지니 금값도 다소 숨통을 트게 됐다.

    결국 금값도 달러값도 향방은 미국 기준금리에 달려 있다. 미국 연준은 12월 기준금리를 0.5%p만 올렸다. 네 번 연속 0.75%p씩 올렸던 미국이 ‘빅스텝’을 중단하고 나섰다.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금리 인상을 감속한다는 것이라 금융 긴축의 종착점에 다가섰다는 시장 일각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연준도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밝히며 내년까지 최종 금리 수준은 지금의 4.5%에서 5.1%로 제시했다.

    금값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려면 금리가 떨어져야 한다. 물가 상승이 이미 정점을 쳤을지 모르지만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금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기준금리가 고점에 가까워지면서 주요 금융사들은 각국의 경기가 둔화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다. 고금리에 저성장이니 금 투자에는 약간 유리한 환경이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금 매입에 나서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다”며 “금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 투자로 접근하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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