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ESTJ인데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지난주 소개팅에 나간 최모(27)씨는 상대방과 만난 후 가장 먼저 서로의 MBTI를 물었다. 최씨는 “MBTI를 물어보면 그 사람의 성향이 어떤지 알 수 있다”며 “상대방이 내향적일 경우, 성향이 잘 맞지 않아 또 만나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손모(22)씨 역시 “대학교 동아리에 의견이 매번 다른 동기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MBTI가 상극이었다”며 “그 후론 친구를 사귈 때나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면 MBTI가 뭔지 물어본다”고 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가 유행하고 있다. 춘천에서도 소개팅이나 모임 등에서 서로의 성격 유형을 묻는 경우가 흔하다. 기성세대 사이에서는 MZ세대를 이해하려면 MBTI를 공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MBTI 검사란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정신분석학자인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만든 성격유형검사 도구다. 1944년 개발됐으며 국내 도입 시점은 대략 1990년으로 추정된다.
이 검사는 사람이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E·I), 경험·현실과 직감·가능성 중 무엇을 추구하는지(S·N), 논리를 중요시하는지 인간관계에 집중하는지(T·F), 계획적인지 혹은 상황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지(J·P)를 구분한다. 검사 결과로 나온 4가지 알파벳을 조합해 총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분류한다. 만약 외향적, 경험·현실 중시, 논리적이며 계획적인 사람이라면 ‘ESTJ’ 유형이 된다.
MBTI 열풍은 재작년 10분 만에 빠르게 할 수 있는 무료 성격유형검사가 퍼지면서 시작됐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달 MZ세대 미혼남녀 500명(25~39세, 남녀 각 2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90%가 MBTI 검사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강한 호기심과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들의 특성상 MBTI 검사는 이들에게 자신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가 됐다. 또 20분이면 검사가 끝나므로 간단하고 빠르게 성격을 알 수 있고, 이전에 유행했던 혈액형별 성격과 달리 설문지 형식의 체계적인 심리검사라는 것도 인기를 더했다. 인기를 증명하듯 ‘MBTI 과몰입(MBTI에 푹 빠져 이를 과도하게 믿는 사람)’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또 MBTI별로 잘 맞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유형을 정리한 자료도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MBTI 열풍이 MZ세대들의 자아탐색 욕구와 인터넷 사용 능력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MZ세대들은 자아에 대한 궁금증이 많고 인터넷과 친숙한 젊은 층”이라며 “간단한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데 MBTI가 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성격의 지표를 나누는 MBTI가 늘 맞는 것은 아니다. 김 연구부장은 “개인의 삶은 알파벳 코드 4개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코드안에 자신을 가둘 수 있다”며 “전문가의 해석 상담을 통해 자신의 성격을 명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이어스와 브릭스 모두 심리학 전공자가 아닌데다가, 심리학계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MBTI가 정식 이론으로 인정받지 않은만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주일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MBTI는 타인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스브레이킹(긴장을 푸는 용도)으로 사용하는 게 좋지 이걸로 사람의 성격을 단정지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확인=한상혁 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