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부족한 강원도, 대형 인명사고시 매뉴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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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프라 부족한 강원도, 대형 인명사고시 매뉴얼은?

    소방·의료 인프라, 수도권에 비해 훨씬 열악
    골든타임 지키지 못하는 경우 절반 이상 돼
    특정과 선호· 코로나 업무로 의료 인력 부족
    “시민의식 개선해 관련 피해 최대한 줄여야”

    • 입력 2022.11.02 00:02
    • 수정 2022.11.03 06:05
    • 기자명 이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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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강원지역에서 가용 가능한 구급차 대수는 총 135대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강원지역에서 가용 가능한 구급차 대수는 총 135대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다시는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사고 발생 시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서울·수도권과 비교해 소방·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어서 제대로 대처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관할인 서울 용산소방서뿐 아니라 서울 전역에서 출동한 소방관들이 구조와 수습에 동원됐다. 서울소방본부에서 구급차 52대가, 인근 지역에서 동원된 구급차까지 합하면 모두 142대의 구급차가 출동했다. 경기소방본부 50대, 인천·충남·충북·강원소방본부에서 각 10대씩 동원돼 타지역 구급차 수만해도 총 90대에 달했다. 사망자나 부상자도 서울의 병원뿐 아니라 경기 등 주변 병원에 분산 안치되거나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강원지역에서는 수도권과 같은 신속한 출동과 구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소방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소방관 1명이 담당하는 지역 면적은 3.77㎢로 서울(0.08㎢)과 비교했을 때 47배가량 넓다. 또 지난해 기준 강원도의 법정 소방인력 정원은 5317명이지만, 실제 근무 중인 인력은 4069명(76.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강원도에서는 재난 현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정한 소방차의 현장 도착시간인 ‘골든타임(7분)’ 역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소방서의 지난해 골든타임 도착률은 44.8%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본지 취재결과,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지역 소방 대응시스템은 3단계로 나뉘어 운용된다. 1단계는 사고 관할 소방서, 2단계는 관할 소방서 뿐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3단계는 광역 단위 소방력을 동원해 수습이 필요할 때 발령된다. 대응 단계는 현장 지휘관이 판단해 결정하며,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인명사고는 3단계로 분류된다.

    만약 춘천에서 3단계 대응 시스템에 해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는 춘천소방서 뿐 아니라 원주, 강릉, 홍천, 양구 등 강원지역 소방서에 있는 구급차들이 총동원된다. 춘천 8대, 원주 15대, 강릉 9대, 홍천 11대, 양구 5대를 포함해 강원지역에서 가용 가능한 구급차 대수는 현재 총 135대, 헬기는 2대로 나타났다. 구급차로 소요되는 시간은 춘천에서 원주 1시간, 강릉 2시간, 홍천 30분, 양구 40분이다. 물리적 거리 탓에 아무리 대처가 빨라도 135대의 구급차가 모두 동원되기까지 최소 2시간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대형 사고 발생시 강원도의 광역 단위 소방력이 총동원된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거리가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충분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다. 강원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이를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사고와 출동이 필수적이고, 도로에서는 골든타임을 맞추기 위해 이동경로의 교차로 신호를 녹색등으로 변경하는 신호 연동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는만큼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구역에 대한 순찰로 대처까지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강원의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연합뉴스)
    강원의 의료 인프라가 전국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연합뉴스)

    강원의 의료 인프라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강원도는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의 거리가 평균 22.6km로 전국 최하위였으며, 서울(1.96km)과 비교하면 약 11배 멀었다. 보건기관(5.08km), 의원(10.75km), 종합병원(29.28km), 응급의료시설(21.36km) 등의 접근성 지표 역시 전국 최하위였다. 도내 상급종합병원(병상 수가 500개 이상이면서 전문인력 기준 충족)은 강릉아산병원,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2곳밖에 없다.  

    인기 진료과 지원 쏠림 현상 및 코로나19로 특정 과 업무가 과중되면서 의료 인력 또한 부족하다. 강원대병원은 지난해 27명 전공의 모집에 22명이 지원해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인기 진료과인 성형외과는 1명 모집에 3명이 지원했지만, 흉부외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비인기 진료과는 대부분 미달됐다. 한림대병원 역시 전공의 14명 모집에 12명이 지원해 정원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가정의학과·소아청소년과·외과 등에선 지원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해평 강원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강원도가 수도권에 비해 소방 및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이를 무작정 늘리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부족한 부분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과 환자 이송을 위한 시민 협조로 보완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현지 기자 hy0907_@mstoday.co.kr]

    [데스크 한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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