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졌는데 보일러도 함부로 못 틉니다.”
춘천시 교동에 사는 박모(66)씨는 냉기가 도는 단칸방의 바닥을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10월 중순부터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졌지만 유류 가격이 너무 올라 박씨 집은 난방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박씨 집은 등유 보일러를 쓰는데 작년엔 한 드럼에 20만원도 안하던 실내 등유값이 19일 현재 30만원이 넘는다. 그는 “날이 추워져도 집에 혼자 있을 땐 기름을 아끼려고 전기장판이나 옷에 의존하고, 보일러를 트는 건 자식이나 손자들이 왔을 때 뿐“이라고 말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주로 노후 주택에서 겨울철 난방에 사용하는 실내 등유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가격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같은 혜택은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휘발유에 집중돼 있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추위가 일찍 시작되는 춘천의 특성상 에너지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물가정보망에 따르면 이달 춘천 내 등유 평균 가격은 1ℓ당 1593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월(1002원)보다 59%나 상승한 가격이다. 가정집에서 구매하는 드럼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한 드럼(200ℓ)당 31만8600원이다. 단독주택에서 등유를 한 달에 두 드럼씩 겨울(11·12·1·2월) 동안 여덟 드럼을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난방비용은 전년(160만3200원) 대비 94만5600원 상승한 254만8800원에 달한다. 올겨울을 나는 데 지난해보다 약 100만원이 더 드는 것이다.
올겨울 등유값 인상 폭은 아파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도시가스 난방비 인상폭을 훌쩍 뛰어 넘는다. 강원도시가스에 따르면 이번 달 주택 및 난방용 도시가스 요금은 1MJ(메가줄) 당 21.56원이다. 전년 동월(16.09원)과 비교하면 MJ당 34% 상승했다.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2000MJ 기준으로 환산하면, 4만3120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3만2180원)보다 1만940원(34%) 증가한 금액이지만 등유값 인상 폭(59%)엔 미치지 못한다.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로 휘발유, 경유 가격이 안정을 찾고 있지만 등유는 그렇지 않다. 원유값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6월 기준 춘천의 휘발유·경유의 1ℓ당 가격은 각각 2134원·2166원이었다. 이번 달엔 6월 대비 504원(23.6%)·345원(15.9%) 하락한 1630원·1821원을 기록했다. 반면 등유는 같은 기간 96원(5.6%) 감소하는 데 그쳤다.
등유는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난방 연료라는 이유로 이미 2014년부터 법률상 최대 세금 인하 폭(30%)이 적용되고 있어 세금 인하 혜택을 추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법 개정으로 등유 포함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범위가 50%까지 확대된 만큼 등유 가격도 더 큰 폭으로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이 난방에 사용하는 연탄값도 상승했다. 춘천연탄은행 기준 춘천 내 연탄 가격은 지난해(800원)보다 50원(5.9%) 상승한 850원이다. 겨울 동안 한 세대가 1000여 장의 연탄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85만원이 든다. 춘천연탄은행에 따르면 지역 내 연탄보일러 사용 세대는 약 1000여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독거노인 등 에너지 취약계층이 난방에 연탄을 사용한다.
춘천시 관계자는 “겨울을 앞두고 난방비로 고민하는 시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난방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인, 한부모 가정, 소년소녀가정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탄, 등유 쿠폰 등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소담 기자·최민준 인턴기자 ksodamk@mstoday.co.kr]
피부에 와닿는 등유값 살떨리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