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 성지’된 강원대⋯작년에만 1244명 짐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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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수 성지’된 강원대⋯작년에만 1244명 짐 쌌다

    지거국 중 지난해 자퇴 및 미복학 학생 수 ‘1위’
    반수·재수생들 수도권 가깝고 등록금 저렴해 선택
    통합형 수능에 인문·자연과학·공학별 큰 차이 없어

    • 입력 2022.10.14 00:01
    • 수정 2022.10.16 10:41
    • 기자명 서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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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학교. (사진=강원대학교 제공)
    강원대학교. (사진=강원대학교 제공)

    #. 강원대 신입생 A씨는 정시모집으로 ‘건동홍’(건국대, 동국대, 홍익대) 중 한 곳에 재입학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2학기 시작과 함께 자퇴서를 제출했다. 그는 애초부터 ‘반수’를 통해 수능에 재도전할 계획이었고, 강원대는 보험 삼아 입학했을 뿐이다. 반수를 위해 거쳐갈 대학으로 강원대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학비가 비교적 저렴한 지방 거점 국립대 중 강원대가 서울과 가장 가까워서”라고 답했다. 

    지난해 자퇴·미복학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강원대학교(춘천캠퍼스) ‘중도탈락’ 학생이 전국 지방거점국립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탈락은 대학에 소속돼 있는 재적생 중 자퇴·미복학·학사경고·유급제적 등의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본지가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1년도 중도탈락 학생 현황’을 확인해보니 강원대는 지난해 1244명의 학생이 중도탈락했다. 서울대를 제외한 지방거점국립대 9곳 중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대(1221명), 부산대(1098명), 전북대(1083명), 충남대(896명), 경상대(856명), 전남대(777명), 제주대(704명), 충북대(679명) 순이었다.

    재적생 대비 중도탈락 비율 역시 강원대가 6.1%에 달해 지방 국립대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제주대(5.1), 경상대(4.6), 전북대(4.4), 경북대(4.1), 부산대(4.0), 충남대(3.9), 충북대(3.8), 전남대(3.6) 순이다. 경북대는 중도탈락 학생 수가 강원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재적생 수가 8800여명 많아 중도탈락 비율에서는 중위권에 자리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중도탈락 1위’ 그 이유는?

    지난해 강원대 중도탈락을 사유별로 살펴보면 미복학 617명, 자퇴 559명, 학사경고 36명 등이다. 특히 강원대 미복학 수는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245개 대학 중 상위 세 번째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사이버대학이어서 원격대학(사이버대학, 방송통신대학)을 제외한다면 지난해 강원대가 전국 대학 중 가장 많은 학생이 미복학한 셈이다.

    학생의 중도탈락 이유의 대부분은 반수 및 재수 혹은 편입 때문이다. 강원대는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ITX·지하철 등 통학 교통편도 잘 마련돼있고, 등록금도 저렴해 반수생들의 관심이 많다. 수능 재도전을 도전하는 수도권 수험생들 사이에서 ‘반수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다.   

    춘천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강원대는 이전부터 반수생 비율이 높은 편인데,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영향에 학습량이 부족해져 하향지원한 학생이 많았고, 이들이 지난해 반수 및 재수에 성공해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복학이 많은 것은 이들이 자퇴서를 내지 않은 채 자연스레 제적당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통합형 수능에 ‘너도나도 재수’

    강원대에서 중도탈락한 학생의 학과를 살펴보면 ‘인문계열’이 410명(33.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연과학계열 400명(32.2%), 공학계열 375명(30.2%), 예체능계열 58명(4.7%), 의학계열 1명(0.1%) 순이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강원대의 반수생 비율 급증은 지역 거점 대학을 기반으로 청년 인구 유입을 기대하던 지역 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 몇년새 이뤄진 교통망 확충이 인구 증가는커녕 오히려 반수생 유입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태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최근 ‘거점국립대 연간 자퇴생 현황’ 자료를 통해 “지방거점국립대 자퇴생 증가는 결국 대학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수도권 집중과 지역사회 침체로 이어진다”며 “종합적인 대책과 청사진 그리고 재정투자계획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지방대의 침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충식 기자 seo90@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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