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귀환한 '오지의 마법사' 농활⋯춘천 화훼 농가 찾은 예비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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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만에 귀환한 '오지의 마법사' 농활⋯춘천 화훼 농가 찾은 예비교사들

    춘천교대 농활단, 남산면 광판리 농가 방문
    코로나로 외국인 인력 줄며 농촌 일손 부족
    오이·화훼농가서 일하며 춘천 농업 현실 공부

    • 입력 2022.07.18 00:02
    • 수정 2022.07.19 14:54
    • 기자명 권소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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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니 시원하고 좋네요. 어제는 너무 더워서 작업하다가 땀으로 샤워할 정도였거든요.”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13일 오후, 춘천 남산면 광판1리 마을회관이 대학생들로 북적였다. 오전 작업을 마친 농활대가 점심 후 휴식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숙소에 모였기 때문이다.

    숙소에는 모기와 파리 떼가 날아다녔다. 이들은 샤워 시설이 마땅치 않아 마당에 천막을 쳐놓고 씻는 생활에도 “오늘은 비가 오니 샴푸만 들고 나가면 저절로 샤워가 되겠다”며 천진하게 웃어 보이는 열정적인 젊은이들이었다.

    '오지의 마법사'는 3년 만에 재개된 춘천교육대학교 농민학생연대활동(이하 농활) 단원이다. 총학생회 집행부를 비롯해 25명의 춘천교대 재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농촌에서 일주일을 보내기 위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광판리를 찾았다.

    전국농민총연맹 춘천농민회에 따르면 올 여름방학 기간 춘천지역 농가를 찾은 대학생 농활단은 춘천교대 단 한 곳이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농활이 재개되자 농촌 마을도 함께 들썩였다. 이들이 일주일간 머문 광판리에는 오이와 화훼류를 재배하는 농가가 몰려있다.

     

    춘천교육대학교 농촌학생연대활동 참가자들은 지난 11~15일 춘천 남산면 광판리에 머물며 농가의 일손을 도왔다. (사진=춘천교대 총학생회 제공)
    춘천교육대학교 농촌학생연대활동 참가자들은 지난 11~15일 춘천 남산면 광판리에 머물며 농가의 일손을 도왔다. (사진=춘천교대 총학생회 제공)

    팬데믹 이후 춘천지역 농가들은 고질적인 일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춘천지역 농업‧임업‧어업 분야 취업자는 6000명으로, 코로나19 국내 발생 직전인 지난 2019년 하반기(1만1000명)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2020년 하반기(7800명)와 비교해도 1800명(23.1%) 감소했다. 이는 인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역 농가에서는 대학생 농활단을 크게 반겼다.

    이날 오후 배민호(23)씨를 포함한 농활 단원 6명은 박영규(47)씨의 비닐하우스에서 튤립 구근(球根)을 캐내는 작업을 했다. 올해 봄 튤립을 수확한 후 남겨뒀던 것들이다. 그 새 땅속에서 자란 구근을 다시 땅에 심으면, 꽃으로 자라난다.

    8년 전 고향으로 귀농한 박영규씨는 아내와 함께 하우스 17곳에서 튤립‧리시안셔스‧백일홍‧맨드라미 등 화훼류와 오이를 재배한다.

    박씨는 “코로나19 전에는 대학생들이 매년 와서 일손을 도와주고 함께 교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아쉬웠다”며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 부부 둘이서만 감당하기에는 일이 많았는데, 학생들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농활에 참가한 춘천교대 학생들이 박영규(47)씨의 하우스에서 튤립 구근을 캐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농활에 참가한 춘천교대 학생들이 박영규(47)씨의 하우스에서 튤립 구근을 캐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권소담 기자)

    평소 한창 단잠에 빠져있을 오전 6시에 일어나 다 함께 체조하고, 오후 5시까지 낯설고 고된 농사일을 하는 시간. 취재진은 자신을 ‘책상물림’이라고 소개한 이 대학생들이 ‘고생길이 훤한’ 농활에 참가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농사일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 현장을 찾은 이유는 명확했다. 농촌의 현실을 아는 교사가 되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또 예비교사인 교대생으로서 더 적극적으로 현장에서 농민들과 교감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외지에서 춘천으로 이주한 청년들로서, 20대를 보내고 있는 춘천지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했다.

    서울 출신인 김상윤(22)씨는 “농활은 청춘의 낭만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달린 삶의 현장이라는 측면에서 ‘낭만으로 승화한 현실’로 정의하고 싶다”며 “농활이 끝나더라도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쉽게 접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23) 부총학생회장은 “농활의 본래 목적은 ‘농민학생연대활동’으로, 대학생들과 농업인들이 교류의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꾸준히 지역에서 관계를 맺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여름방학 이후에도 춘천교대 학우들이 광판리 농가와 춘천의 농업 현실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서현(21‧온의동)씨는 농활단의 유일한 춘천 출신 참가자다. 그는 “춘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춘천에 이렇게 많은 농가가 있는지, 특산품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며 “새로운 현장 경험을 통해 우리 지역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농활을 총괄한 이준우(22)씨는 “농촌 일손이 부족한 현실에서 노동을 제공하며 농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도로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며 “미래의 소비자로서, 또 예비교사로서 각종 농업 정책과 식량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며 농촌의 현실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권소담 기자 ksodamk@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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