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3만원의 쓰임새가 우리 삶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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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의 뒤적뒤적] 3만원의 쓰임새가 우리 삶 결정한다

    • 입력 2022.03.21 00:00
    • 수정 2022.03.21 14:57
    • 기자명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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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아아, 자~알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절로 나온 말입니다. 그만큼 『할머니와 나의 3천 엔』(하라다 히카 지음, 문학동네)은 요즘 젊은이들 말로 ‘므흣한’ 소설입니다. 해서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일본’ 작가의 작품이지만 조금 망설인 끝에 그대로 소개하기로 합니다.

    책은 일본의 소시민 여성 3대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6편의 연작소설을 묶은 것입니다. 사회 초년병인 둘째 손녀 미호가 처음과 마무리를 장식하니 아무래도 ‘주연’입니다. 여기에 친구의 호화 결혼식 소식에 박탈감을 느끼는 맏손녀 마호, 황혼이혼까지 고민하는 엄마 도모코, 70살이 넘어 점원 일에 도전하는 현명한 할머니 고토코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아, 고토코 할머니가 비올라 모종 덕에 알게 된 마흔 살 된 ‘자유로운 영혼’ 야스오가 주인공인 단편도 있긴 하네요.

    이야기는 앞서 소개했던 『낮술』이 그랬듯이 심심합니다. 주인공들은 치열하거나 절절하지도 않고, 저열하거나 나쁜 이들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러니 읽고 나서도 짜릿하거나 후련한 기분을 느낄 여지는 없습니다. 대신 ‘절약’을 축으로 결혼, 이혼, 학자금 대출 등 우리네와 비슷한 소시민들의 일상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내 공감을 자아냅니다.

    “집으로 와서 스무 장의 1천 엔 지폐를 4천 엔씩 다섯 개의 봉투에 나눈다. 봉투 하나를 일주일 치 식비로 쓰고, 5주 차에 남은 돈은 따로 뒀다 조미료를 사는 데 쓰거나···.” 가정주부 마호가 남편 월급으로 한 달을 사는 방법에 대한 묘사입니다. ‘참, 소설에 이토록 시시콜콜하게···’ 싶긴 하죠.

    그러니 이 소설을 ‘살림소설’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사람의 인생은 3천 엔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있단다.” “그 정도 소액으로 사는 것, 고르는 것, 하는 일이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는 뜻이지.” 할머니 고토코가 손녀 미호에게 이르는 말입니다.(우리 돈으로 대략 3만원 정도입니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참는 거야, 이런 상태는 그만두셔야 합니다. 서로를 불행에 빠지게 만들거든요.” 큰 병을 앓으며 남편에 대한 불만에 새삼 눈뜬 도모코에게 상담가가 이렇게 조언합니다.

    “돈이나 절약은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책 말미에 미호가 전하는 할머니의 말씀입니다.

    절대 구질구질하지 않지만 삶의 지혜가 배어 나오는 소설. 책에 등장하는, 돈 걱정 덜어 줄 마법의 비결 ‘8×12’도 매력적이지만 아내와 딸, 며느리에게 응원 삼아 슬쩍 보여 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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