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자가격리 해야 하나?"···PCR 기피로 감염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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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자가격리 해야 하나?"···PCR 기피로 감염 확산 우려

    자가격리 등 일상 차질 우려로 PCR 검사 기피
    자가검진·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 위음성 우려
    전문가 "숨어 있는 확진자, 세 배 이상 될 것"

    • 입력 2022.03.17 00:01
    • 수정 2022.03.22 00:06
    • 기자명 한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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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불안이나 생계유지 등 자가격리 우려로 코로나19 PCR 검사 기피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고용불안이나 생계유지 등 자가격리 우려로 코로나19 PCR 검사 기피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지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4만여명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PCR 검사‘ 기피자가 늘어나면서 지역 내 ’깜깜이 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고용불안이나 생계유지 어려움 등 자가격리에 따른 일상생활 차질 우려로 코로나19 PCR 검사를 꺼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양성 판정이 나와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생활지원비도 삭감되면서 굳이 별도 PCR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의 단기 치명률이 계절 독감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발표하고 '1급' 감염병 제외,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방역에 대한 의식이 흐려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 탓도 있다.

    최근 의심증상이 있어도 격리를 피하려고 검사를 받지 않는다는 사례들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일 한 배달기사가 자가진단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PCR 검사를 하지 않고 배달 일을 계속해 논란이 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가키트 양성인데 PCR 검사 하지 않는 경우를 봤냐“는 질문에 ”증상이 있는데 양성 나올까 봐 키트도 안 하는 사람 많다“, ”격리지원금 줄어서 더 많아질 거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 유튜브의 채널에서는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자가검진 키트에서 양성이 나와도 PCR 검사를 받지 말라고 공지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춘천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자가검진 키트에서 양성이 나와도 추가로 PCR 검사를 받지 않을 생각이다. 직장 내 업무 대체자가 없어 확진되더라도 재택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근무 인원이 적어 확진됐을 때 생길 업무 공백이 큰 부담으로 느껴진다”며 “큰 증상이 없을 것 같고 별다른 치료 없이 약 먹는 것이 전부라 강제적인 격리는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며 근무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확진자가 격리 방침을 어기고 이탈해도 이를 관리할 방안이 없어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확진자는 집에서 스스로 치료하고 이제는 동선을 추적하지 않는다.

    춘천 상가 밀집 지역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최근 가게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근처 점포 상인에게서 “확진됐었는데 하루 약 먹고 그냥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부터다.

    수십여 곳 상가가 함께 있고 화장실도 공용으로 사용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진 것이 주요 이유다. B씨는 “자가진단 키트 양성이 나온 것인지, PCR 확진인지 모르겠지만 확진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자가진단 키트 위음성(가짜 음성)으로 인한 유행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14일부터 도입된 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의 확진 판정 신뢰성이 낮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춘천에서 홍천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직장인 C씨는 확진자와 접촉하고 목이 칼칼한 증상을 느껴 자가검진 키트와 전문가용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증상이 계속돼 겨우 PCR 검사를 받고 나서야 확진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D씨도 자가검진 키트에서 음성이 나와 감기인 줄 알았는데 30분 뒤 두 줄로 변한 것을 확인, PCR 양성판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방역체계에서 고위험군을 제외한 환자들에 대한 별다른 대처가 없는 만큼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은 ”과거처럼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자가격리만 하는 상황이라서 진단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굳이 PCR 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숨어 있는 코로나 확진자가 실제 확진자 수보다 최소 세 배 이상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진단 시스템이나 진단체계가 수시로 급변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헷갈리는 점도 많을 것”이라며 “키트 양성이 나오면 스스로 자가격리하거나 치료하면서 조심해야 하는데 생업이 달려서 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단키트를 통한 개인적인 진단과 조치보다 병원 신속항원 검사 후 재택관리,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라며 ”의료기관과 시스템에 한계에 다다른 만큼 의료 방역시스템과 시민 생계를 함께 고민하고 그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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