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소년심판’, 웰메이드 법정 휴먼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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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소년심판’, 웰메이드 법정 휴먼드라마

    • 입력 2022.03.09 00:00
    • 수정 2022.03.09 07:55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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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연출 홍종찬, 각본 김민석)은 웰메이드 드라마다. 소년범죄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청소년 범죄와 이를 방임하는 사회를 향해 명징한 메시지를 던진다. 

    ‘소년심판‘이 한번 보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김민석 작가의 철저한 취재와 집필,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 덕분이다. 

    김민석 작가는 재판을 참관하는데 변호사와 검사는 싸우고 있는데 판사는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게 집필하게 된 계기라고 밝힌 바 있다. 김혜수 등 배우들도 전국에 있는 20여명의 소년부 판사 중 절반 이상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고 한다.

    소년부에 소속된 판사들은 다른 판사들에 비해 사건 개입 정도가 높다. 법정에서 호통을 잘 친다고 하여 ‘호통판사’로도 불리는 천종호 판사가 비행소년들의 처지에 눈감을 수 없어 그런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빠’의 심정으로 재판에 임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이 한 지방법원 소년부에 새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휴먼 법정 드라마다. 어떠한 사건 앞에서도 예리함과 냉철함을 잃지 않는 엘리트 판사 심은석과 소년범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차태주(김무열) 판사 등 서로 다른 이들이 내리는 판결과 소년범들의 이야기가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지 않는 소년합의부 형태로 구성해 판사 각자의 캐릭터를 더욱 부각시키는 데에도 성공하고 있다.

    소년범, 촉법소년 등의 사례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간간이 다뤄지고 있지만 드라마는 또 다르다.

    첫 에피소드부터 13세의 나이에 9세의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고 경찰서 앞에 나타나 자수를 하는 불편한 사례가 나온다. 이 아이를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분만을 내리는 게 옳을까? 아니면 소년법을 고치거나 폐지해 성인의 살인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내리는 게 맞는가?

    이 드라마의 미덕은 소년범을 처벌할 것인가, 또는 계도의 대상인가를 놓고 단순히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균형잡힌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면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소년범죄에서 피해자의 억울함이 해소됐는지, 또 가해자는 반성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소년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이유인 가정폭력 문제와 가출팸에서 야기되는 문제, 청소년회복센터 운영 실태, 청소년 성매매 등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근본적인 문제까지 다룬다. 

    청소년 범죄에서 공범의 역학관계도 잘 알려준다. 진짜 주범이 CCTV에 잡히지 않는 점은 작가의 취재력이 얼마나 집요하고 치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힘이 약한 아이는 청소년회복센터에서도 당한다. 이런 걸 보여주는 과정에서 심은석과 차태주 판사의 대사는 큰 힘을 얻는다.

    “가정폭력으로 상처 받은 아이요. 그 아이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아요. 10년, 20년 그냥 시간만 가는 겁니다. 시간 속에 혼자 갇혀 있는 거라고요.”(차태주)

    “소년에게 비난 주는 건 누구나 합니다. 소년에게 기회 주는 건 판사만이 합니다. 그게 내가 판사가 된 이유예요.”(차태주)

    “소년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야, 물드는 거지.”(심은석)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을 혐오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그것은 결국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이유가 갱생이 안돼서”라면, 소년범에 대한 갱생은 우리 사회,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법이 원래 그래”라는 대사의 의미도 이렇게 강력하게 부각된 적이 없다. 

    소년법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심은석 판사와 더 따뜻하게 품어줘야 한다는 차태주 판사가 대립되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가면서 한 판사의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두 모습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여기에 더해, 야심을 품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강원중(이성민) 부장판사와 심은석과 갈등하다가 이해하는 또 다른 부장판사 나근희(이정은)까지 한 명의 판사가 소년범에 대해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져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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