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연예쉼터] 다매체 시대의 콘텐츠 전쟁
  •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병기의 연예쉼터] 다매체 시대의 콘텐츠 전쟁

    • 입력 2021.12.15 00:00
    • 수정 2021.12.15 10:09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세상은 넓고 봐야 할 프로그램은 많다.

    방송이 지상파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절에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았다. KBS, MBC, SBS 중 하나를 선택해 보면 됐다. 그렇게 해서 9시 뉴스, 10시 드라마, 11시 예능을 봤다. 일요일에 학생들은 ‘개그콘서트’를 보고 나면 자고 월요일 아침 학교에 갔다.

    이제는 지상파 외에도 케이블과 종편은 물론이고 웹드라마와 웹예능, 카카오TV, OTT 콘텐츠까지 볼 게 너무 많다. OTT 쿠팡플레이에선 김수현, 차승원 주연의 범죄물 ‘어느 날’이 방송된다. 하지만 하루는 24시간이다. 나눠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콘텐츠 시청 중심은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와 토종 OTT로 옮겨가고 있는 듯하다. 특히 글로벌 OTT들은 제작비 투입이라는 측면에서 절대 유리한 조건을 가진 채 한국 콘텐츠 시장 속으로 무섭게 들어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의 제작비는 회당 28억원으로 총 253억원을 투자해 1조원의 가치를 창출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드라마 회당 제작비가 28억원이라면 블록버스터급이지만, 미국에서는 독립 드라마급이다. 넷플릭스로서도 한국 드라마에 투자하는 게 ‘가성비’가 높게 나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7700억원 정도를 투자했고, 올해는 벌써 5000억원 이상을 한국 콘텐츠 제작에 사용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아시아 드라마의 허브로 만들 구상, 아니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가령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넷플릭스가 라이선스로 투자했는데, 이 드라마 하나로 일본과 아시아 지역에서 넷플릭스 신규 회원이 크게 늘어났으니 한국 드라마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지상파와 케이블 등은 어떤 콘텐츠 전략을 짤 것인가? 이 고민의 결과 지상파가 잡은 한가지 콘텐츠 가닥은 사극임을 이야기한 바 있다. 자신이 잘하는 걸 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지상파는 드라마와 예능 등 프로그램을 구조조정해야 한다. 여전히 드라마가 넘쳐난다. 예능도 먹방, 여행, 솔루션 리얼리티물 등 비슷한 콘텐츠들로 넘쳐난다.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이 케이블, 종편, OTT 드라마, 웹드라마, 카카오TV 드라마와 예능과도 경쟁하는 상황이다.

    물론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이 시즌제나 스핀오프를 운용하고 드라마는 16회로 고정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편성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정체성을 더 바꿔야 한다. 특히 KBS는 드라마와 예능들의 수를 대폭 줄이고, 최근 부활시킨 대하사극 외에도 ‘차마고도’와 ‘누들로드’와 같은 장기 기획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나을 수 있다. 똑똑한 ‘놈’ 하나를 제대로 만들자는 말이다. 잘 만든 대하사극은 국민들의 역사인식까지 강화시킬 수 있다.

    지금은 ‘에이틴’이나 ‘좋좋소’ 같은 웹드라마도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살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 큰 공감을 얻었던 웹드라마 ‘에이틴’은 누적 조회수가 무려 3억뷰다. 지상파 월화드라마의 시청률 10%보다 더 낫다.

    중소기업 사람들이 회사에서 겪는 일을 담은 ‘좋좋소’는 드라마면서 페이크 다큐 같은 형식 파괴로 공감과 인기 모두를 잡았다. 시즌3까지 방송된 ‘좋좋소’는 OTT인 왓챠의 킬러 콘텐츠가 됐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토종 OTT들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진출이 늦어지면서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쉽지 않다. 이제는 애국심에 호소할 때가 아니다. 완성도와 퀄리티, 영민한 미디어 전략을 지녀야 경쟁력이 생기는 시대다.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