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의 뒤적뒤적] 우리 곁의 동물들과 더불어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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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의 뒤적뒤적] 우리 곁의 동물들과 더불어 행복하기

    • 입력 2021.12.13 00:00
    • 수정 2021.12.13 00:04
    • 기자명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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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출판사 이야기부터 하렵니다. ‘책공장더불어’,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로 압니다. 많은 책을 내지도 않고, 잘 팔리거나 유명한 책을 낸 적도 드무니 당연합니다. 한데 이 출판사, 독특한 색깔을 지녔습니다. 10년이 훌쩍 넘도록 ‘동물 보호’ 관련 책만 고집스레 내고 있거든요. 동물을 살리기 위해 그 바탕이 되는 환경과 나무 보호를 위해 재생종이로 된 책을 내는 신념도 칭찬할 만합니다. 2007년엔가 나온 『채식하는 사자 리틀타이크』란 책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지금보다 훨씬 더 독자들과 가까이 가게 되기를 바라는, 몇 안 되는 출판사입니다.

    아무튼 이 출판사가 낸 『동물에 대한 예의가 필요해』(글·그림 박현주) 읽기를 권하려는 것이 이 글의 의도입니다. 그림 하나에 짧은 글을 붙인, 굳이 분류하자면 그림 에세이라 하겠는데 사실 책 제목은 그리 당기지 않습니다. 저자(혹은 출판사?)의 의도를 앞세우는 바람에 가르치는 듯한 냄새가 풍겨서입니다. 그림 역시 썩 잘 그렸다 하기 힘듭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사실적이지도 않고, 대상의 특징만을 강조한 카툰식도 아니어서 친숙한 그림체는 아닙니다. 문장 또한 멋지거나 심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책, 마음을 끌어당기다 못해 흔듭니다. 아기자기한 재미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몰입감은 덜하지만 대신 심금이라 하나요, 마음의 결을 건드리는 대목이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덕분입니다. 버려지거나 학대당한 반려동물, 오락거리가 된 야생동물, 고기가 되는 농장동물의 목소리를 통해 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나아가 배려와 위로 등 우리 삶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는 덕분입니다.

    “길고양이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전쟁이다. 하루를 잘 보냈다면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가 필요해.” 책의 2부 ‘길에서 사는 고양이가 있어’에 실린 한 토막입니다. 

    “버려진 개, 묶인 개, 학대받는 개, 길고양이에게 고단했던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도 참 열심히 살았는데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까?” 1부 ‘버려지다’의 마지막 글입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개와 고양이 3마리의 뒷모습을 담은 그림과 함께인데 그림 속에는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란 속마음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런 글을 보노라면 우리 주변 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이 얼비쳐 있다는 생각이 들며 절로 뭉클해집니다. 그런가 하면 분노라 할 글도 보입니다.

    ‘천안 펫숍 74마리 치사개 추모비’ 앞에서 일군의 개들이 고개를 숙인 그림에는 개를 버리려는 사람들에게 돌봐주겠다고 보호비를 받은 후 방치해 밥을 먹지 못하거나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 속에서 죽도록 한 펫숍의 행태를 고발합니다. “개를 버리는 사람은 죄책감을 덜었고 펫숍은 돈을 벌었다”면서요.

    나라에서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입소한 지 10~30일이 지나도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 자연사(병 치료를 안 해 죽는 경우)하게 되는데 매년 약 10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들어와서는 그중 절반 가까이가 보호소에서 죽는다는 놀라운 사실을 일러주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은 지은이가 동물보호단체 입양센터에서 유기동물을 돌보고 입양 보내는 일을 했기에 알게 된 듯한데 안타깝고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야생동물, 식용동물에 대한 생각거리도 줍니다. 분홍빛 돼지가 거울을 들여다보는 그림 아래에는 이런 구절이 붙었습니다. “돼지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살핀다. ‘나는 돼지인데 사람들이 왜 나를 고기라고 부르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

    체험동물원, 실내 동물원 등 동물을 만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유사 동물원을 두고는 “사람의 손길이 좋은 야생동물은 세상에 없다. 그들은 ‘날 만지지 마!’라고 고통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란 글이 따릅니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지은이가 종이냅킨에 그린 겁니다. 때문에 그림선은 부드럽고 색깔은 옅은 듯 퍼진 듯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지은이는 “이 작은 그림들이 동물을 위로해주기를, 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작은 도움이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읽는 이들이 많아져 부디 그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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