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정을 그리고 박수근을 쓰다
  •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유정을 그리고 박수근을 쓰다

    문학·미술 융합··· 글과 그림의 조화
    아이들 31명 글·그림 작가로 참여
    어려움 이겨내는 사랑의 힘 배워

    • 입력 2021.10.29 00:00
    • 수정 2021.10.30 00:03
    • 기자명 조아서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편 소설집 ‘김유정 그리는 아이들 박수근 쓰는 아이들’ 표지. (사진=김보람 문학기획자)
    단편 소설집 ‘김유정 그리는 아이들 박수근 쓰는 아이들’ 표지. (사진=김보람 문학기획자)

    ‘소설을 그리다’ ‘그림을 쓰다’

    물음표가 생기는 어색한 문장이다. 하지만 전시 ‘김유정 그리는 아이들 박수근 쓰는 아이들’을 본다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문학과 미술을 융합한 전시 ‘김유정 그리는 아이들 박수근 쓰는 아이들’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김유정 소설가와 박수근 화가의 작품을 각각 그림과 소설로 재해석한다.

    그림이 된 소설, 소설이 된 그림은 모두 춘천의 어린이들 손에서 탄생했다. 이번 전시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사랑의 힘으로 이겨낸 강원도 예술가, ‘김유정 소설가’와 ‘박수근 화가’의 삶과 작품에서 출발했다.

    전시에 참여한 청소년 31명은 박수근 화가의 그림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글을 쓰고, 김유정 작가의 소설 속 마음을 끌어내어 그림을 그렸다. 이들은 7개월간 김유정 소설을 탐구하고, 박수근 그림을 감상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이렇게 완성된 글과 그림을 책으로 엮어 단편 소설집 ‘김유정을 그리는 아이들 박수근을 쓰는 아이들’을 출판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김유정 작가는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불과 2년여 남짓한 기간 동안 30편의 작품을 남겼다. 극심한 병마도 그의 창작욕을 사그라들게 하지는 못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피워낸 그의 글에는 실감 나는 농촌의 모습, 특히 소박하고 투박한 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난 박수근 역시 ‘서민 화가’ ‘국민 화가’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박수근의 그림에는 절구질하는 여인,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길가의 행상들, 아기를 업은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가 등장한다. 근근이 이어가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과 같이 묵묵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무던한 마음을 그렸다.

    이렇듯 1930~50년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직후를 겪으면서도 당대의 고난과 역경을 예술로 승화한 두 예술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전 세계가 마주한 팬데믹이라는 난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와닿는다.

     

    전시에 참여한 춘천 지역 아이들. (사진=김보람 문학기획자)
    전시에 참여한 춘천 지역 아이들. (사진=김보람 문학기획자)

    박수근 화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와 닭을 보고 ‘나른한 봄날 함께’ ‘제비꽃과 함께’를 써낸 유현진(12) 학생은 “평소 독서를 좋아해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내가 쓴 이야기가 전시도 되고 책으로 출판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글 ‘꽃이 피었네’와 ‘내 닭은’을 출품한 서동윤(11) 학생은 “김유정 작가와 박수근 화가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배울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유정 소설을 읽고 그림을 그린 김준현(10)·권나연(11) 학생은 “그림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며 “노력한 만큼 전시에 많은 춘천시민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융합 수업과 전시를 기획한 김보람 문학기획자는 “‘팬데믹 시대에 마스크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친구들을 만나는 아이들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정서적 공백이 큰 요즘 아이들이 힘든 시기에도 작품에 사랑을 담은 김유정 작가와 박수근 화가를 탐구하며 모든 것을 뛰어넘는 사랑의 힘을 느꼈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갤러리에서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기사를 읽고 드는 감정은? 이 기사를
    저작권자 © MS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