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립미술관 얻고 도립미술관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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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시립미술관 얻고 도립미술관 잃는다?

    춘천,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 첫발 내디뎌
    시립미술관 보유 땐 도립 유치 유불리 미지수
    “도립 유치경쟁, 지역 형평성 vs 비용 절감”
    강원도, 도립미술관 건립 후발주자로 남아

    • 입력 2021.10.24 00:02
    • 수정 2021.10.25 00:05
    • 기자명 조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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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가 지난 7월 발대식을 겸한 1차 공청회를 열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시립미술관 건립추진위가 지난 7월 발대식을 겸한 1차 공청회를 열고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시가 시립미술관 건립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15년째 답보상태인 강원도립미술관의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춘천은 강원도립미술관 유치에 뛰어들었던 춘천, 원주, 강릉, 양구 중 유일하게 ‘공립미술관이 없는 지자체’였지만 최근 마지막 주자로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3개 시군과 동등한 입장에 서게 됐다.

    양구군에는 2002년 개관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강릉시에는 개관 7년 만인 2013년 시립미술관으로 인가받은 ‘강릉시립미술관’이 있다. 원주시도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설립 타당성 평가를 통과해 오는 2023년 ‘원주시립미술관’ 건립을 확정한 상태다.

    춘천시는 최근 시립미술관 건립 타당성 조사와 기본 계획 수입에 필요한 용역비 1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 이로써 기존에 도립미술관 유치에 열띤 경쟁을 벌였던 도내 4개 시군 모두 공립미술관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양구군 양구읍에 위치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위)과 강릉시 교동에 있는 강릉시립미술관. (사진=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강릉관광개발공사)
    양구군 양구읍에 위치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위)과 강릉시 교동에 있는 강릉시립미술관. (사진=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강릉관광개발공사)

     

    당초 도립미술관 건립은 2004년 강원문화인프라 10개년 계획 중 미술관 건립을 언급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의 ‘1도(道) 1미술관 지원정책’에 따라 2006년 강원도립미술관건립추진위원회까지 출범해 활발한 논의를 거쳤다. 

    하지만 당시 지자체 간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다는 이유로 강원도가 입지 선정 용역 결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건립지 선정 선택권을 미술계에 넘기며 논의가 중단됐고 현재까지 15년째 답보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 문화관광체육국 문화예술과 유비 주무관은 “2006년 당시에도 지자체끼리 경쟁이 악화돼 다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조심스럽다”며 “도립미술관 추진 계획은 코로나 진행 사정을 보고 추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99년 발표된 ‘1도(道) 1미술관 지원정책’에 따라 제주, 경남, 전북, 경기 등은 도립미술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남도립미술관은 올해 3월 개관했다. 충북은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충남도립미술관은 2024년 개관을 목표로 내년 착공된다. MS투데이 취재 결과 경북은 2019년 추진한 문체부 타당성 사전평가에서 부적정 판정을 받았으나 현재 도립미술관 건립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강원도가 숙원사업인 도립미술관 건립에 뛰어든다면 애초에 ‘1도(道) 1미술관 지원정책’이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춘천시의 시립미술관 확보가 도립미술관 유치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체부 문화기반과 관계자는 한 지자체에 시립미술관과 도립미술관이 모두 설립된 경우는 ‘경남도립미술관’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 있는 경남 창원시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2007년 4개 시군의 도립미술관 유치경쟁에서 춘천은 혁신도시, 동계올림픽 등 도의 주요 현안에서 제외된 점을, 강릉은 영동지역에 국·도립 문예 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강원도에 주장하며 지역 형평성 논리를 펼쳤다.

    타당성 사전평가를 진행하는 문체부는 “지역에 시립미술관이 있어 도립미술관을 유치할 수 없다거나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지역에 공립 시설을 왜 추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와 기존 미술관과는 다른 목표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춘천시립미술관건립추진위가 SNS에서 진행하는 춘천시립미술관 건립 희망 챌린지. (사진=SNS 갈무리)
    춘천시립미술관건립추진위가 SNS에서 진행하는 춘천시립미술관 건립 희망 챌린지. (사진=SNS 갈무리)

    반면 시립미술관 확보가 도립미술관 유치에 더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립미술관을 도립미술관으로 격상하면 초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2002년 개관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이 20년 노하우를 앞세워 도립미술관으로의 격상을 주장을 하는 것도 비슷한 논리다. 미술관의 승격 심사는 문체부 소관이 아닌 도와 지자체의 협의 사안이기 때문에 지자체 간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유비 주무관은 “도립미술관을 새로 짓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오히려 더 현실성이 있을 수 있다”며 도내 시군 단위의 공립미술관이 도립미술관으로 승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종봉 한국미술협회 강원지부장은 “운영 규모가 크게 차이 나고 운영주체가 시에서 도로 바뀌기 때문에 시립미술관이 도립미술관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도립미술관의 역할은 시립미술관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도립미술관의 필요성은 춘천과 원주 등 지역지부와 공유했다”며 “강원도가 앞으로 도립미술관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서 다른 시·도 미술관의 문제점을 보완하며 후발주자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춘천시는 지난 20일 춘천시립미술관 건립 추진을 확정하며 근화동 옛 보안사 터에 조성할 예술촌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아서 기자 chocchoc@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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