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KBS가 5년 만에 정통대하사극을 부활시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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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KBS가 5년 만에 정통대하사극을 부활시킨 이유

    • 입력 2021.08.26 00:00
    • 수정 2021.09.03 13:49
    • 기자명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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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사극에서 허구의 인물과 가공의 이야기가 포함돼 있는 퓨전사극들이 간간이 방송되고 있다. ‘나의 나라’와 ‘육룡이 나르샤’는 이방원, 이성계, 정도전 등 실제 역사 속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동시에 존재하는 퓨전사극이다. 

    역사에 풍부한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에 힘을 받고 역사왜곡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허구의 인물을 창조하는 퓨전사극 기법은 나름 의미가 있다. 밀도 높은 서사가 돋보였던 ‘나의 나라’의 경우, 실제 인물보다 허구의 인물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정통사극 하나 없이 퓨전사극들만 방송된다는 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공영방송 KBS에서는 정통사극을 방송해야 한다.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당대의 삶과 의식 등 시대적 상황을 현실감 있게 반영하는 정통사극은 국민들의 역사의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KBS는 정통사극을 방송하지 않은 지 5년이 지났다.

    재정적자로 정통사극을 제작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비를 무조건 줄이는 방식은 콘텐츠로 먹고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KBS는 대하사극과 ‘차마고도’ ‘누들로드’와 같은 장기 계획 다큐를 부활하는게 나을 수 있다. 돈이 좀 들어가도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 대신, KBS는 케이블 채널들과도 경쟁하는 드라마와 예능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차별화되지 않은 드라마와 예능, 리얼리티물보다는 우리 조상들의 과거를 통해 국민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통합과 화해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정통사극을 만드는 게 공영방송의 임무다. 소재로 삼을만한 역사적 인물은 이순신, 세종대왕, 장영실, 전봉준 뿐만이 아니다. 훨씬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정통사극으로 조명돼야 한다.
     
    구한말 의병의 삶을 부각시키며 구한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tvN ‘미스터션샤인’ 같은 사극을 KBS에서도 방송해야 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50부작이 아니라면, 25~30부작으로 줄여도 좋다. 

    물론 ‘미스터션샤인’은 100% 정통사극은 아니다. 하지만 정통 대하사극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속에서, 시대극으로서 ‘미스터션샤인’은 정통사극의 현대적 변용의 한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 양상이 심각하다. 대하사극은 우리 역사를 통해 좋은 것은 배우고, 잘못된 과거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연간 6000억 수준의 수신료를 거둬들이는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려는 시점에서, 국민들의 수신료 납부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하사극 하나 없는 나라는 문화강국이 될 수가 없다.

    때마침 KBS가 최근 ‘태종 이방원’으로 5년 만에 안방극장에 대하드라마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반가운 일이다.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용의 눈물’, ‘태조 왕건’ ‘불멸의 이순신’ ‘징비록’ 등을 탄생시킨 KBS가 2016년 ‘장영실’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대하드라마로 올해 12월 방영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주상욱, 김영철, 박진희, 예지원 등의 출연을 확정됐다. 타이틀롤을 맡은 주상욱은 조선의 기틀을 다진 3번째 왕 태종 이방원 역을 연기한다. 이방원은 구시대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 질서가 도래하는 격변기에 나라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고려를 쓰러뜨린 불패의 용장이자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김영철이 연기한다. 난세에 필요한 영웅의 풍모를 모두 갖춘 인물이자 불패의 용장이었지만, 아들 이방원에게 두 번이나 패배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이성계라는 인물을 김영철이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박진희는 모든 것을 다 바쳐 남편 이방원을 왕으로 만들지만 끝내 외면당하고만 비운의 왕비 원경왕후 민씨 역을, 예지원은 이성계를 왕의 자리에 올렸고 이후 이방원과는 대립각을 세운 조선 최초의 왕비 신덕왕후 강씨를 각각 연기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방원을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다고 한다. ‘태종 이방원’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갔던 인물들의 삶을 알아보고,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대화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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