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가 뭐죠”⋯시험·알바·취업준비로 추석 잊은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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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연휴가 뭐죠”⋯시험·알바·취업준비로 추석 잊은 청년들

    취업 준비 등 시험 준비 중인 20대 청년들
    6일간 황금연휴 반납, "미래를 위해 공부해요"
    추석 대목 단기 알바로 용돈 마련하기도

    • 입력 2023.09.29 00:01
    • 수정 2023.10.04 00:06
    • 기자명 오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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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내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이달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6일간의 황금연휴가 생겼다. 오랜만의 긴 연휴에 먼 귀경길을 떠날 계획을 세우는 시민들도 있지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연휴를 반납한 청년들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다”고 말한다.

    ▶ 6일 황금연휴는 ‘그림의 떡’⋯“공부해야죠”

    3년째 편입 공부 중인 나모(26)씨는 올해도 추석 연휴에 가족들을 찾지 않기로 했다. 평소에 자주 보지 못하는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얼마 남지 않은 편입 시험을 앞두고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루하루가 아쉬운 만큼, 이번 연휴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학원으로 가서 자습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춘천시 석사동에 거주 중인 나씨는 3년 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법한 상위권 대학교를 휴학했다. 미복학으로 제적 처리 된 후 현재는 의학 계열로의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다니던 대학에서 자연계열을 전공했지만 졸업해도 전공을 살리기가 힘들고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씨는 “경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원 공부가 필수인데 모든 과정을 마친 뒤에는 나이가 꽤 들었을 것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결혼 후 경력 단절이 우려됐다. 전문 직종을 가지면 이직이나 복직 후 은퇴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수험생들은 쉬는 날에도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을 찾고 있다. (사진=나모씨 제공)
    얼마 남지 않은 시험에 수험생들은 쉬는 날에도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을 찾고 있다. (사진=나모씨 제공)

     

    지난해 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입학했다가 자퇴·미등록·미복학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은 2000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학년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중도 탈락자는 2131명으로 전년(1971명)보다 160명(8.1%) 늘었다.

    이는 ‘의치한약수’으로 불리는 의학 계열 진학의 선호도가 높아진 까닭으로 분석된다. 나씨는 ”지방 대학이라도 의대에 합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재수, 삼수는 기본이고 수년째 장수하는 학원생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절 연휴는 쉬는 시간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벌칙 시간이 됐다. 시골에 내려가 가시방석에 앉아있느니 차라리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휴식보다 ‘돈’⋯“추석 때 일하면 더 벌어요”

    강원지역 대학교에서 신소재학과를 졸업한 이성현(27)씨는 올해 3월부터 금속재료기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직업군인으로 일했지만 근무 처우가 좋지 않아 이직을 결심했다.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철강 산업 분야로 다양한 전문 직업을 가질 수 있어 미래에 대한 불안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 중인 이성현 씨의 책상. (사진=이성현 제공)
    취업 준비를 위해 공부 중인 이성현 씨의 책상. (사진=이성현 제공)

     

    하지만 비용이 문제였다. 취업 준비를 위해 다니는 오픽(OPIC, 영어말하기시험) 학원은 강습료가 8일에 30만원이 넘고, 교재비까지 더하면 홀로 부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한 번 시험을 볼 때마다 접수비 8만4000원까지 내야 한다. 여기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 토익 스피킹 등 각종 자격증 시험의 응시료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 씨가 응시하는 금속재료기사 시험 역시 접수비만 7만원이 들어 매번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는 감당이 어려웠다. 이 씨는 필기시험에 세 번, 실기는 두 번 떨어져서 벌써 다섯 번째 실패를 겪었다. 이씨는 “금액이 비싸서 부담스러웠지만 취준생 처지에 준비를 안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19일 춘천지역에 올라온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 (사진=알바몬 추석 알바 채용관 캡쳐)
    19일 춘천지역에 올라온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 (사진=알바몬 추석 알바 채용관 캡쳐)

     

    추석 대목 열리는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는 짧은 기간 짭짤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다. 실제 최근 알바천국이 성인남녀 2586명을 대상으로 ‘추석 아르바이트 계획’을 조사한 결과 성인 남녀의 55.7%가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를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추석 알바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로는 ‘단기간에 용돈을 벌기 위함’이 38.3%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추석 연휴 아르바이트의 급여 및 처우가 좋아서’(12.8%), ‘친척들과의 만남,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7.1%) 등 순이었다.

    특히 시험공부로 정기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취준생들에게는 추석이 휴식이 아닌 오히려 일 할 수 있는 기회다. 이 씨 역시 “이달 화장품 공장에 포장 판매 아르바이트를 다녀왔다”며 “하루 반나절 동안 일하면 9만5500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강원대학교 사회학과 문상석 교수는 ”1990년대 한국 경제성장이 멈추기 시작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그에 따라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추석 등 명절에 서로가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명절에 모여서는 남들과의 비교를 줄이고 조상에 대한 회고나 추석을 매개로 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서로에 대한 배려로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오현경 기자 hk@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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