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줄줄 새는 명동지하상가⋯미끄럼 방지는 ‘시청 공무원 계단’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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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줄줄 새는 명동지하상가⋯미끄럼 방지는 ‘시청 공무원 계단’에만

    춘천 명동 지하상가 누수 발생
    지상에서 계단 타고 물 내려오기도
    누수 지점 따라 관리 기관 달라 따로 문의
    춘천시 "예산 투입해 누수 대비하겠다"

    • 입력 2023.08.25 00:01
    • 수정 2023.08.29 00:06
    • 기자명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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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명동 지하상가 곳곳에 비만 오면 물이 새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민방위 대피 훈련이 진행되던 오후 춘천 명동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입구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춘천에는 약 70mm의 비가 내렸다.

    빗물 누수는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오후 1시쯤 발견됐다. 계단 통로에 물이 흥건히 고일 정도였고 천장 방화 셔터 부분에서 새기 시작한 빗물은 사람들이 오가는 계단까지 번졌다. 계단을 내려가던 한 아이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피하려다 넘어질 뻔 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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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오후 춘천 명동 지하상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23일 오후 춘천 명동 지하상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최민준 기자)

     

    다른 출입구에선 빗물이 계단을 타고 지하상가 안으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지상에 유리 비막이가 설치된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빗물로 흥건했다. 관리 기관인 춘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지하상가 출입구 36곳 가운데 시청방향 쪽 출입구 한 곳은 비를 막아주는 유리 비막이를 설치했으나 상가 쪽 출입구는 간판을 가린다는 상인들의 반대로 비막이를 설치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상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실내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한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지하상가 상인은 “물 새는 곳이 어디 또 있냐, 예전부터 비만 오면 여기저기 물이 샌다”고 말했다. 길을 지나던 한 시민은 “비 피하려고 내려오는데 계단이 너무 미끄럽더라, 그 흔한 미끄럼 방지 패드도 없고, 이렇게 관리가 안 되니 손님이 없지”라며 혀끝을 찼다.

    춘천도시공사는 개장한 지 20여년이 넘은 지하도 상가의 노후화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후 시설이다 보니 방수층 몇 군데가 깨져 계속 보수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춘천 명동 지하상가의 한 출입구. 지상에 내린 비가 지하까지 흘러 내려왔다. (사진=최민준 기자)
    23일 오후 춘천 명동 지하상가의 한 출입구. 지상에 내린 비가 지하까지 흘러 내려왔지만 미끄럼 방지 시설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최민준 기자)

    같은 지하상가 통로임에도 시청과 통하는 계단은 미끄럼 방지 패드가 설치돼 있었다. 명동, 중앙시장 방향 등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나머지 출입구엔 미끄럼 방지 시설이 없었다. 취재진이 이유를 묻자 도시공사는 “그곳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시청에 문의한 결과 몇 년 전 시청 신청사 건설 당시 시청 통행을 위해 만든 새 통로는 지하상가가 아닌 시청사에 해당돼 관리 기관이 달랐다.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명동지하상가에서 시청 방향의 계단 한 곳만 시청이 관리하고, 나머지는 산하기관인 도시공사가 관리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취재가 시작되자 춘천시 측은 “가장 최근에 생긴 통로다 보니 시에서 직접 패드를 설치한 곳”이라며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다른 출입구엔 아직 설치하지 못했지만, 내년부터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시나 도시공사 모두 비오는 날 지하상가 계단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시청과 연결되는 곳 외에는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계단마다 미끄럼 방지 패드를 설치하고 비 예보가 내려지면 지하철 출입구마다 카펫을 두는 서울시 등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가 올 때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미끄럼방지 패드나 우산털이개를 설치한다”며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각별히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또 상가 누수 지점을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은하 춘천시 도로과 주무관은 “집중 호우 증가에 대비해 정확한 누수 지점을 계속 살피고, 미화팀 등이 즉시 바닥 물기를 제거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사례를 참고하고 순차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미끄럼 등 안전 위험에도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준 기자 chmj0317@mstoday.co.kr]

    [확인=김성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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